목록박규 (10)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제3회... 사기를 당해서 쫄딱 망한 안내상네 식구들은 당숙의 집에 의탁하러 경주까지 갔는데, 어이없게도 당숙이 오래 전에 죽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일가족 네 명은 무일푼으로 길바닥에 널부러진 채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경주에서 제일 큰 한의원집 아들 강승윤을 만나 피자 한 판을 얻어먹습니다. 원래 부자였던 사람들로서는 엄청나게 굴욕적인 상황이지만, 그저 코믹하게 처리되는 바람에 큰 비애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가족들은 천성적으로 그닥 자존심이 강하거나 심각한 타입은 아닌 모양입니다. 현재까지의 느낌으로는 모두들 푼수떼기라고 할만큼 즉흥적이고 주책맞은 편이며, 또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별 고민 없는 듯 상당히 긍정적이군요. 어쨌든 살 길이 막막해진 이들은 결국 윤유선의..
공중파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케이블 방송이기에 오히려 김병욱표 시트콤의 진가를 보여주리라 기대했던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가 벌써 13회에 이르렀는데, 지금까지의 행보는 솔직히 실망스러운 편이었습니다. 시트콤의 특성상 각 회마다 개별적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해도, 그 중심이 되는 큰 줄거리는 뚜렷이 잡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굉장히 산만했거든요. 멜로는 멜로대로 밍숭밍숭하니 지지부진하고, 심각한 미스테리 부분도 뭘 어쩌자는 건지 계속 떡밥만 흘릴 뿐 그닥 진전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지 못해서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멜로의 중심에 서 있는 4명의 남녀 중, 이제까지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자각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민(김동윤) 밖에 없었지요. 다른 ..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 일주일을 목빠지게 기다린 것에 비해서는 허무할 만큼 실망스러운 4회였습니다. 1회부터 3회까지는 삼진증권 식구들이 생초리로 내려오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었다면, 4회부터는 드디어 인물들 사이의 갈등구도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니 진짜 재미는 지금부터라고 볼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기껏 좋은 재료들을 준비해서 기대치를 높여 놓더니, 첫 밥상의 요리를 망쳐 버린 경우라 하겠습니다. 밥이고 반찬이고 대충 만든 것처럼 설익은 느낌이더군요. 일단 조민성(하석진)과 유은주(이영은)의 갈등을 주된 소스로 풀어나가긴 했는데, 민망할 만큼 유치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까칠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사사건건 투덜대면서 누구에게나 말을 함부로 해대는 조민성의 모습은, 원래 그런 캐릭터임을..
좀처럼 케이블 방송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던 제가 요즘은 연달아 특정 케이블 방송을 기다리느라 목을 빼고 있습니다. 뒤늦게 꽂혀버렸던 '슈퍼스타K'가 끝나자 마자,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김병욱 사단의 시트콤(드라마?)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 (이하 '생초리')가 야심차게 출발하니 어쩌겠습니까? 집에 케이블 방송이 나오긴 하는데 Mnet 채널이 몇 번인지 tvN 채널이 몇 번인지조차 모르던 저는, 리모콘을 들고 채널을 하나씩 넘기면서 해당 방송사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쉽게 찾아지더군요..ㅎㅎ 20부작으로 만들어지는 '생초리'는 시트콤보다 오히려 정통 드라마에 가까울 것이라는 제작진의 발표도 있었고, 김병욱 감독은 총괄 기획만 했을 뿐 실제로 메가폰을 잡은 연출자는 김영기, 조찬주 ..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이하 '크눈올') 제목부터 멜로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드라마가 12월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고수의 얼굴을 볼 수 있겠군요. 더불어 '환상의 커플' 이후로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한예슬도 이번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크눈올' 첫방송은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인데다가 제목부터가 너무 소녀적인 감성을 드러내고 있기에 그저 말랑말랑한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낭만적인 분위기 안쪽에 상당히 거칠면서도 어두운 감성을 품고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남주인공의 아역은 비교적 생소한 얼굴의 신예 김수현이, 여주인공의 아역은 '선덕여왕'의 어린 덕만으로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
"뭍이라고 이곳보다 나을 건 없단다. 중요한건 마음이지...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지지 않는 한 몸뚱이가 어디엘 가 있어도 다 똑같을 뿐이다." 윌리엄과 박규를 떠나보내고 하루하루 시름에 잠겨 뭍으로 따라갈 생각뿐인 버진에게 미치광이 노인으로 위장한 광해군 할아버지가 타이르십니다. 아직 어려서 그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버진이를 보고는 껄껄 웃으며 수염을 날리시는 임금 할아버지는 약간 신선같아 보이더군요. 모든 것을 다 가졌다가 모든 것을 다 잃어 본 적이 있는, 그 이후 마음을 비워버린 자의 가벼운 웃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꼭 그 푸른 눈 소나이 때문인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라는 질문을 받자 펄쩍 뛰면서까지 박규에 대해 끌리는 감정을 극구부인하는 버진이의 마음은 알쏭달쏭하더군요. 푸른 ..
'탐나는도다' 9회는 온통 애절한 눈물로 얼룩졌습니다. "암행어사 출두요~!" 시원스런 외침소리와 함께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버진과 윌리엄은 극적으로 살아났고, 언제나 멋진 박규 도련님은 구원자로서 더욱 환한 빛을 내뿜었지만, 기쁨은 잠시뿐이고 뒤이어 찾아온 것은 애간장 끊어지는 이별의 슬픔이었습니다. 버진과 윌리엄과 박규, 그들은 모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들의 눈물을 보면서 저 또한 무의식중에 눈물이 흐르던 것은, 아마도 그들과의 이별이 너무 빨리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토록 사랑스런 그들이 한동안 우리 곁에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조기종영이라니... 너무 때 이르게 찾아오는 이별은 견디기 힘들 만큼 아프니까요. 제주목사에게 왕패(마패)를 전달하러 갔던 두 명의 심..
탐나는도다 4회 방송 : MBC 8월 16일 (일) 19:55 출연 : 서우, 임주환, 황찬빈, 이선호, 이승민, 김미경, 변우민, 방은희, 정주리 등 '탐나는도다'의 원작 만화를 접한 일이 없는 나로서는 한 회마다 새로이 등장하는 에피소드와 양파 껍질 벗겨지듯이 드러나는 인물의 정체들이 그지없이 흥미롭다. 4회에서 나의 관심을 예리하게 자극한 소재는 오래 전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것으로 기억하는 '동인도 회사'의 존재였다. 얀(이선호)은 윌리엄(황찬빈)의 친구일까? 윌리엄은 얀을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얀에게 윌리엄은 친구라기보다는 오히려 '고객'에 가까워 보인다. 나가사키에 데려다 달라는 윌리엄의 요청을 수락한 것도 적지 않은 수고비 때문이었을 뿐... 그 임무를 완수하고 수고비를 챙기면 미련없이 윌리..
'탐나는도다' 3회 방송 : MBC 8월 15일 (토) 19:55 출연 : 서우, 임주환, 황찬빈, 이승민, 김미경, 변우민, 방은희, 정주리 등 '탐나는도다' 3회에서 드디어 '진상품 도둑'의 정체가 밝혀졌다. 주요인물 4명 중 마지막까지 숨겨져 있던 서린(이승민)의 등장은 꽤나 극적이었다. 금발머리 윌리엄(황찬빈)의 등장이 신비롭고 이색적이었다면, 서린의 등장은 비장하고 흥미로웠다. 서린은 인조반정 때에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행랑어멈의 치마폭에 몸을 숨겨 살아남았다 하니 (홈페이지 인물소개 참조) 아마 광해군 측근의 딸로 추측된다. 인조에게 바쳐질 진상품을 그녀가 빼돌리는 것은 신기할 것도 없다. 인조에 대한 복수도 되고, 돈도 벌고 그녀에겐 일석이조의 사업인 게다. 한편 윌리엄을 숨겨준 일로 약..
탐나는도다 방송 : MBC 토, 일 17:55 출연 : 서우, 임주환, 황찬빈, 이선호, 김미경, 변우민, 방은희, 정주리 등 드라마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탐나는도다' 1회를 시청했던 나는, 귀양 선비 '박규'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의아스러웠다. 무슨 아녀자를 희롱한 죄로 제주까지 귀양을 왔다는 양반이 오히려 까탈스런 결벽주의자처럼 도통 음식에도 여자에게도 관심이라곤 털끝만치도 없어 보이는 것이다. 매사에 고고한 척 깔끔이나 떨고, 남의 집에 맡겨진 귀양다리 처지에 걸핏하면 당당하게 남에게 심부름을 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체신머리 없이 어린 해녀와 투닥거리기나 하는 그 모습이 1회에서는 퍽이나 진상이었다. 그런데 2회에 접어들면서 박규의 새로운 모습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나라에 올릴 진상품을 도둑맞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