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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나는 지금껏 드라마나 영화에 '천주교'라든가 '성당'이라든가 '신부(사제)' 라든가 '수녀'라는 존재들이 소재로 쓰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대중에게 더욱 친근한 종교로 다가가는 소통의 창구라고 볼 수도 있고, 그렇기에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많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매우 못마땅할 때가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작품 속에서 뭔가 '왜곡'된 부분이 드러날 때마다 심히 거슬렸기 때문이고, 또 한 가지 이유는 별 것도 아닌 분위기 메이킹을 위해 천주교나 성당 등의 소재를 너무 손쉽고 안일하게 사용한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천주교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주인공이 갑자기 성당에서 결혼을 한다든가, 뜬금없이 고해소에서 신부님에게 고민상담을 한다든가 이런 장면들조..
참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부산행'... 한국형 좀비 영화라고 해서 내 취향은 아니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모처럼 외출이나 해보자 싶어서 개봉일에 맞춰서 갔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재미있게 볼만했다.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기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사투와 탈출의 과정 등이 제법 긴박감 넘치게 그려졌고, 새롭지는 않아도 절실한 주제의식이 한층 뚜렷이 드러났다. 냉정한 워커홀릭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아내와 별거 중이며 유치원생인 딸 수안(김수안)과 홀어머니(이주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수안이가 자기 생일 선물로 부산에 있는 엄마를 꼭 만나게 해달라며 조르기 시작한다. 아빠가 바쁘면 자기 혼자서라도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으니 허락만 해달라는 딸의 애원에 미안해..
윤종빈 감독이 악역 조윤(강동원)의 캐릭터에 너무 심취했던 것일까? 조윤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캐릭터와 전체적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무게의 비극과 장중함에 비한다면 다소 가볍게 처리된 느낌도 있다. 하지만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민초(民草) 들의 한(恨)이라면 그 메시지는 충분히 어필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주인공 도치(하정우)의 캐릭터가 지극히 단순했기 때문에 표현이 극대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도치는 원래 '돌무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쇠백정이었다. 배운 거라고는 고기써는 칼질뿐이요, 가진 거라고는 황소같은 힘과 돌처럼 단단한 육체뿐이다. 복잡한 생각이나 고민 따위를 할 줄 아는 인물이 아니다. 그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