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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남성들도 그런 경우가 있겠지만, 저는 가끔씩 어떤 '여자'의 행동을 보며 같은 여자라는 게 창피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실 요즘같은 시대에 '남자니까' 어떻고 '여자니까' 어떻고 하면서, 매사에 여자임을 또는 남자임을 티낸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 '안녕하세요'에 출연하신 공주병 엄마는 같은 여자들을 무척이나 창피하게 만드시는 분이었습니다. 고민의뢰자는 현재 5살, 2살의 남매를 키우고 있는 둘째딸이었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려는 공주병 엄마의 시중을 드는 일이 어찌나 까다로운지, 아이들을 키우는 것보다도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남자 형제들 사이의 고명딸로 외할아버지의 귀염을 듬뿍 받으며 자라신 엄마는 지금도 항상 "어머, 나 이런 거 안해..
'더킹 투하츠'는 보면 볼수록 참 신기한 드라마입니다. 가장 비현실적인 설정하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섬뜩할 정도로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죠. 현재 대한민국은 입헌군주제 국가도 아니고 북한과의 관계도 드라마 속에 그려진 것과는 사뭇 다르지만,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두 언제 어디선가 현실 속에서 본 듯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느낌을 주는 드라마는 처음이에요. 보통 드라마 속 인물은 그 성향과 특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일관된' 말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그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를 시청자들이 뚜렷이 인식해야 몰입이 수월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들은 대부분 캐릭터가 굉장히 단순합니다. 착한 놈은 항상 ..
이재하(이승기)와 김항아(하지원)의 약혼이 결정되고 김항아가 대한민국 왕실로 옮겨 와 살게 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 두 사람의 결합은 매우 삭막한 정략결혼에 가까운 느낌이었죠. 벌써 이재하의 매력에 빠져서 그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김항아는 기꺼이 정든 고향을 떠나 모든 것을 버리고 이 곳에 왔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쏟아지는 것은 온통 차가운 시선들뿐, 아무도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국왕이신 맏아드님의 결정을 마지못해 받아들였지만 역시 북한 여자를 둘째며느리로 맞이하기가 썩 탐탁지 않았던 대비의 까칠함은 물론이거니와, 약혼자가 될 이재하조차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놀려대기나 할 뿐 아직은 마음이 무르익지 않아서 항아의 위로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김항아는 강한 여자였고 이 곳에 올 때부..
김봉구(존 메이어, 윤제문)의 검은 손에 의해 국왕 이재강 내외(이성민, 이연경)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보며, 따라서 급작스레 왕위를 계승하게 된 이재하(이승기)가 물러나겠다는 비서실장 은규태(이순재)를 만류해서 자기 곁에 두는 모습을 보며, 그런 은규태의 약점을 잡은 김봉구가 본격적으로 그를 협박해서 이용하기 시작하는 사태를 지켜보며, 저는 줄곧 한 가지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은규태의 그 어이없는 실수는... 과연 실수였을까? 노련한 은규태가 순간적으로 무엇을 착각하거나 실수할만한 상황이 있었던가를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 제 마음을 어둡게 했습니다. 은규태는 대한민국 왕실에 매년 큰 액수의 기부를 하고 있는 영국인 부호 다니엘 크레이그를 접견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