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구산댁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구미호 여우누이뎐'의 플롯이 생각보다 더욱 복잡하고 탄탄하게 짜여져 있음을 7회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윤두수의 딸 초옥과 구미호의 딸 연이, 두 소녀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얽히게 하여, 괴질로 죽어가는 초옥을 살리기 위해서는 연이가 필연적으로 희생되어야 한다는 설정부터가 범상치 않았지요. 그래서 초옥을 살리려는 윤두수의 부정(父情)과 연이를 살리려는 구미호(구산댁)의 모정이 충돌했고, 아이들의 목숨이 걸려 있는 만큼 매순간의 전개는 숨막히도록 긴박했습니다. 그 와중에 원수가 될 수밖에 없는 남녀는 얄궂게도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고, 안타깝게 엇갈리는 감정선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초반의 설정으로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앞으로는 윤두수 일가..
'구미호 여우누이뎐' 6회를 보면서 저는 줄곧 무언가를 떠올렸습니다. 한때 저에게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던 영화 '엑소시스트' 였습니다. 사실 '엑소시스트'는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라서, 저와 같이 크게 공감하고 충격받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냐?" 면서 공감하지 못하기도 했던 영화입니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한 소녀가 악령에 사로잡혔고, 그 악령을 내쫓으려던 두 명의 엑소시스트(퇴마사) 신부는 오히려 악령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이 끔찍할 만큼 리얼하게 묘사되었었지요. 그 후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배우와 스탭들 중 다수가 사망하거나 마약 중독 등으로 인생의 파멸을 겪었고, 관객 중에서도 악령에 사로잡혀 범..
너를 바라볼 때마다 내 가슴을 천근 만근으로 짓누르는 돌덩이를 네가 알겠느냐? 부질없는 줄을 알면서도 나는 너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나도 원래 이렇게 나쁜 사내는 아니었노라고, 너를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다고, 소리없이 너에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내 딸을 살리기 위해 네 딸을 죽이려 하는 내가, 너에게 사랑도 은인도 될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자식을 둔 아비로서 어쩔 수 없는 내 마음을 이해해 달라 하고 싶지만, 너 또한 자식을 둔 어미이기에 그럴 수도 없구나. 내 딸을 위해 제물이 될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연이를 수양딸로 삼아 초옥이와 차별 없이 길렀을 텐데... 나는 너와 연이에게 평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을 텐데... 사람의 일이란 간절한 소망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