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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제이슨(장우영)의 마음속 이야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드림하이

'드림하이' 제이슨(장우영)의 마음속 이야기

빛무리~ 2011. 2. 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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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노래하는 사람 말고, 정말 노래가 좋아서 노래 부르는 사람은 알아볼 수 있다. 누군가의 노랫소리만 들으면 자기의 소울메이트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껏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고작 나이 열 일곱에, 세상을 다 살아버린 것처럼 외롭고 쓸쓸했다. 세상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것처럼 시크한 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간절히 영혼의 친구를 원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똑같은 꿈을 꾸어야 하나? 나는 내가 최고라 생각하지도 않으며, 최고가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노래가 좋아서 노래를 부르고, 춤이 좋아서 춤을 추는 것뿐이다. 그런데 남들은 나를 승부욕의 화신이라고 불렀다. 경쟁자들에게 승리하고 싶어서, 최고가 되고 싶어서, 내가 독하게 기를 쓰고 춤을 추며 노래한다고 생각했다. 아니라고 말해도 믿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난체한다며 나를 못마땅해했을 뿐이다.

나는 친구를 만나고 싶었다. 말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하는 영혼의 친구를 찾고 싶었다. 내 부모님의 고향, 나에게 피를 물려준 나라, 검은 머리와 검은 눈빛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 가면 혹시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나는 이 곳에 왔다. 그리고... 만났다, 내가 찾던 그 아이를.


기린예고 입학 오디션에 원서를 좀 늦게 접수했던 탓인지, 대기 시간은 길고 지루했다. 오디션장 안에서 들려오는 노래소리들은 자장가처럼 내 눈꺼풀을 무겁게 했다. 절망같은 잠에 빠져들려는 순간, 이제껏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목소리가 내 귀를 뚫고, 머리와 심장을 후려쳤다. 어쩌면 칼에 찔린 것도 같고,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 것도 같았다. 그 소름끼치는 느낌의 정체가 무엇인지 몰라서 잠시 멍청해졌던 나는 천천히 오디션장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그 아이를 보았다. 그리고... 뚱뚱한 몸에 거대한 인형옷을 휘감은 채, 합격했다고 좋아서 뒤뚱뒤뚱 춤을 추며 걸어 나오는 필숙이를 보았다.

목소리를 듣고 놀란 것만큼이나, 그녀의 외모를 보고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정리할 수도 없고 감당할 수도 없는 마음의 소용돌이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 필숙이의 모습이 눈에 띄기만 하면 내 시선은 불가항력적으로 그녀를 따라갔다. 나는 누구에게나 깔끔한 매너를 지키는 녀석이지만, 필숙이를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이미 그녀를 대하는 내 마음은 결코 매너가 아니었다. 이제껏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가져본 적 없는 지대한 관심이었다.

그러다가 웬 양아치같은 녀석이 비열한 수단으로 그 아이를 괴롭히는 것을 보았다. 뚱뚱한 필숙이를 놀리기 위해 그녀의 무용복 치마를 훔쳐다가는 높이 쳐들고 휘둘러대며, 대체 어떤 괴물이길래 이렇게 큰 사이즈의 옷을 입느냐며 시선을 집중시킨 것이다. 그 옷이 자기 것이라고 당당히 나서서 밝히지도 못한 채 구석에서 훌쩍이며 떨고 있는 필숙이를 나는 보았다.


나는 저벅저벅 다가가 단숨에 그 양아치 녀석의 손에서 옷을 낚아채며 내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가 무슨 치마를 입느냐고 그놈은 대들었지만, 나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내 마음이지!"라고 대답했다. 이런 놈과는 말을 길게 섞을 필요가 없다. 단숨에 눌러주면 그뿐이다. 그리고는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필숙이에게 옷을 돌려 주었다. 고마움과 감격에 겨워 글썽이며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이 몹시 맑았다. 필숙이가 단숨에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모를 만큼 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에 대한 내 마음도 이미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망설였다.  

체중 조절에 실패한 필숙이가 입시반으로 밀려날 때, 나는 안타까웠지만 그녀를 붙잡을 아무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얼마 후 그녀가 자퇴서를 제출했다는 것을 알고는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어서, 나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오디션장에서 네 노래를 들었을 때 참 좋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꼭 너와 함께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그만둔다니 정말 아쉽다." 이 정도의 가벼운 말로도 그녀는 기꺼이 나에게 붙잡혀 주었다.


나는 필숙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좋아졌다. 악몽같던 이리아와의 듀엣을 뿌리치고, 그녀와 함께 노래방에서 보냈던 시간은 진심으로 행복했다. 나의 노래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울려퍼지는 그녀의 목소리... 그녀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의 소울메이트가 분명했다. 그런데도 나는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녀의 외모가 걸림돌이 되었을까?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말 나를 두렵게 하는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심지어 용감한 그녀가 정식으로 나에게 고백을 해 왔을 때도, 스스로의 마음을 부인하고 거절할 만큼 나는 비겁했다. 하지만 고맙게도 필숙이는 또 다른 제안을 해 주었다. "200일 후에 내가 정말 날씬하고 예뻐진다면, 그 때 너에게 다시 묻는다면, 대답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니?" 나는 두말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에겐 시간이 더 필요했고...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도 늘 외모 때문에 무시당하는 그녀가 높이 날아오를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간절한 기다림 속에,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안녕! 오랜만이야..." 필숙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이없게도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 나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가냘프고 아름다워진 그녀가 내 앞에 있었던 거다. 그 순간의 감정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나는 한없이 놀라고 황홀하고 기뻤다. 하지만 그녀는 예전처럼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려 하지 않았다. 외모가 달라지면서 마음도 달라진 것 같았다. 

댄스 경연대회에서 송삼동에게 독무를 빼앗긴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필숙이가 내 편을 들지 않고 삼동이의 편을 든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내 마음을 다시 묻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내 가슴에 생각지도 않은 상처를 주었다. "넌 솔로를 맡았으면 열심히 했어야 해. 뺏겼으면 화를 냈어야 했고, 일본어 수업도 들어갔어야 했고, 쇼케이스 날도 네 무대를 버리고 나에게 오면 안 됐던 거야. 넌 욕심이 없어. 꿈도 목표도 없고... 그렇지?"


내가 꿈도 목표도 없는 녀석이라, 그녀는 자신이 아깝다고 말했다.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겪어 왔던 모진 고통이 나 같은 녀석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니 아까워졌다는 거였다. 내가 쇼케이스나 댄스 경연대회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꿈도 목표도 욕심도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꿈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소울메이트라고 믿었던 필숙이가 그토록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 나는 잠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나였다.

일본에서도 나는 그녀의 그림자만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그녀는 급성 간염에 걸려서 오지 못하고, 혼자 병원에 남아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순간 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그녀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무리한 다이어트의 후유증으로 병이 난 거라 생각하니, 그녀가 고백해 왔을 때 즉시 받아주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괜한 두려움으로 주춤거리다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놓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혼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목이 탔다.


다행히도 무사한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지만, 그녀는 내 앞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병든 몸으로도 체중 조절을 한답시고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가 탈진해 버렸던 거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가슴이 먹먹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아니고, 나를 얼마나 이해하는지도 아니었다. 처음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그 맑은 눈을 깊이 들여다보던 순간부터, 내가 그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거였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내가 두려워한 것은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나 자신의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망이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내 안에 생전 처음으로 뜨거운 감정을 일으켰다. 늘 매너 좋으면서도 담담하고 차가운 녀석이었던 나를, 승부에도 집착하지 않고 1등이 되는 것에도 관심없던 나를... 오직 그녀만이 이토록 애닳게 하는 것이다. 노래와 춤은 나에게 그저 즐거움이었지만, 그녀를 향한 뜨거운 마음은... 벅찬 행복과 동시에 감당하기 힘든 괴로움도 알게 해 주었다. 결국 내가 두려워한 건, 처음으로 느끼는 사랑이었다. 


정신을 잃었던 그녀는 눈을 뜨자 마자 다시 나에게 물었다. "지금 나를 보러 여기까지 온 것도... 매너야?" 그 때 나는 말하고 싶었다. 좀 더 일찍 솔직해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절대 매너가 아니라고, 너를 대하는 내 마음은 한 번도 매너였던 적이 없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매너 아냐!" 간신히 이 말을 내뱉었지만, 뒤이어 나온 말은 완전히 엉뚱한 소리였다. "네 노래를 듣고 싶었어. 알잖아, 내가 네 노래만 좋아하는 거..." 나 자신이 이토록 못난 놈인 줄을 처음 알았다. 하루종일이라도 그녀의 곁에 더 있고 싶었지만, 도망치듯 병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복도에 멈춰서서 어쩔 줄을 모르는 내 귓가에 그녀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내 착한 소울메이트는 환자복을 입은 채,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 주고 있었던 거다. 나는 용기를 내야만 했다. 

꿈도 목표도 없는 놈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는 생전 처음으로 머리에서 김이 나도록 공부를 했다. 노력하지 않아도 늘 성적은 좋은 편이었고, 나는 1등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놈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껏 그렇게 공부에 매달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나는 언제나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것이고, 최고가 되기 위한 욕심도 낼 것이고, 그 자리에서 밀려나면 화를 낼 것이다. 필숙이가 그런 나를 원하고, 그녀가 원하는 것이 바로 나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용기를 내지 못한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솔직한 말을 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그녀의 사물함에 나의 성적표를 붙여 놓았다. 하지만 내 영리한 소울메이트는 그 한 장의 성적표를 보고, 내가 전하려 했던 모든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웃는다. 조심스레 전한 내 마음을 듣고 그녀가 기뻐하며 활짝 웃는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이런 기분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 이 글은 드라마 내용에 저의 상상을 보태어 쓴 창작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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