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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드라마 리뷰 /피노키오

'피노키오' 최달포(이종석)에게 공감할 수 없는 이유

빛무리~ 2014.12.11 04:49


아무래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같은 명작이 연달아 나오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작품성과 대중적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전작 '너목들'의 기세를 어떻게든 이어가 보려고 애쓴 흔적이 많이 엿보이지만, 안타깝게도 '피노키오'는 전작에 비해 많이 부족한 퀄리티로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고 있다. 나는 그 일차적 원인을 '진실과 정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나 역시 진실과 정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것 없을 만큼 절대적인 덕목이라 여겨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실과 정의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이 드라마를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거짓말을 못하는' (정확히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가상의 병 '피노키오 증후군'이 예상했던 것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처음 생각할 때는 거짓 투성이인 세상에 한 줄기 빛을 비춰주는 순백의 고귀한 존재쯤으로 느껴질 것 같았는데, 어쩐지 보면 볼수록 진짜 장애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되며, 사회 생활에 엄청난 지장을 주는 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최인하(박신혜)의 모습도 그저 안스럽게만 느껴질 뿐이다. '너목들'의 박수하(이종석)가 지녔던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주인공을 별처럼 빛나게 해주었으나, 거짓말을 못하는 증세는 여주인공을 특정한 장애의 틀에 가두어버린 느낌이다. 


박혜련 작가는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가상의 병을 통해 '진실'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싶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거짓말을 못하는 장애'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목적이 선하냐 악하냐에 따라 거짓말은 단지 수단으로써 활용될 뿐 거짓말 그 자체에는 선악의 분별이 없음을 입증한 셈이다. 더불어 최달포(이종석)와 최인하의 애틋한 사랑이 제법 절절하게 그려지고 있으나 '너목들'의 남녀 주인공처럼 운명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운명은 커녕 오히려 케케묵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악연으로 얽혀있어 염증을 유발한다. (원수 집안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제발 그만 좀 보고 싶다.) 



'피노키오'에서는 일관성 있게 기자라는 직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기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언론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함께 역설한다. 이 시대 언론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따라서 최대한 진실만을 보도해야 할 언론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를 거듭 외친다. 백 번 천 번 옳은 소리인데, 왜 이토록 공허하게 느껴질까? 언론인은 의료인, 법조인과 더불어 그 직업의 특성상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의무가 있다. 다른 직업에서의 실수와 달리 그들의 실수는 사람의 목숨과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기에 현실적으로 실수는 발생할 수밖에 없고, 유일한 방법은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최달포의 가정이 풍비박산되고 그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 이유는 정말 무책임한 언론 때문이었을까? 이것은 드라마 '피노키오'를 시청할 때 대전제로 깔아두고 봐야 하는 부분인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30% 정도밖에 동의할 수 없으니 여기서부터 괴리가 발생한다. 소방관 기호상을 파렴치한으로 몰아간 것은 폐기물 공장 직원 문덕수의 거짓말이었다. 공장 안에 사람이 없다고 말했는데도 소방대장이 무리한 진압을 명령했다는 그 악한 거짓말이 모든 비극의 씨앗이었다. 거기에 외모가 비슷한 사람을 기호상으로 착각해서 그를 보았노라 증언한 피노키오의 실수가 덧붙여졌다.



 

언론은 그 상황에서 드러난 사실을 보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송차옥(진경)을 비롯한 기자들의 취재 태도가 지나치게 과장됨으로써 보는 사람의 울화를 돋우기는 했지만, 최대한 건조한 시선으로 본다면 그 당시 언론의 보도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을 뿐 치명적 잘못이었다고 몰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공교롭게도 기호상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조차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언론이라고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었을까? 13년 후에야 기호상의 시신이 발견됨으로써 진실이 드러나고 언론의 오보도 밝혀지게 되었지만, 그 당시 언론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기자들이 직접 불타버린 폐공장과 주변의 야산을 샅샅이 뒤져 기호상의 시신을 찾아내야 했을까? 아니면 "기호상의 실종과 함께 진실은 숨겨지고 말았습니다"라는 식으로 애매모호한 내용의 보도를 해야만 했던 것일까? 


훨씬 무거운 책임감으로 신중하게 진실만을 보도했어야 한다고 최달포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외쳤지만, (물론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드라마 속에서 만들어진 상황만을 볼 때 당시 언론은 나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된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실수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뒤늦게나마 오보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죄한다면, 최달포와 기재명(윤균상)이 더 이상 언론에 악감정을 가질 이유는 없다. 형제의 진짜 원수는 언론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악한 목적의 거짓말을 내뱉은 문덕수다. 이것이 팩트인데, 드라마는 자꾸만 모든 것을 언론의 책임으로 몰고가니 당최 몰입이 되질 않는다. 



무엇보다 당혹스러운 것은 13년만에 형을 만났으면서도 주춤거리며 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최달포의 모습이었다. 물론 그들이 재회하기 전에 기재명이 문덕수와 그 일당을 살해함으로써 비극은 이미 완성되었다. 13년 전의 악한 거짓말로 뿌려진 비극의 씨앗은 결국 누구보다도 착하고 영리하고 건실한 청년을 살인범으로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기재명이 살인하는 장면은 방송되지 않았기에 100% 확신할 수는 없으나, 정황상으로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최달포가 선뜻 형 앞에 나서서 자신이 기하명이라고 밝히지 못하는 이유 역시 그 부분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못 하겠다. 그 상황에서 '진실'이 그렇게 중요할까? 하늘 아래 일점 혈육인 형과 무려 13년만에 재회했는데, 살인자든 아니든 일단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려야 맞는 거 아닌가? 


게다가 형이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부모의 억울한 죽음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복수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기재명을 비난한다 해도 오직 한 사람 최달포는 그럴 수 없다. 만약 기재명이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또는 사이코패스라서 살인을 저지른 거라면 모를까, 최달포는 그 누구보다도 형의 분노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아닌가? 평범한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녔다면, 마땅히 형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뜨겁게 포옹한 후 서로 지나 온 시간의 회포를 풀며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형의 범죄를 확실히 알게 되면 자수를 권유하든 어쩌든 다음 차례의 선택을 했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형은 얼마나 동생을 애타게 그리워했던지, 위기에 처한 중학생을 보는 순간 그 아이가 동생으로 보여 자기 목숨을 걸면서까지 구해냈다. "괜찮니?... 다행이다, 하명아..."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중학생을 끌어안고 되뇌이는 목소리가 얼마나 절절했던가! 하지만 정작 동생은 헤어져 지내는 동안 형제간의 애틋함을 모두 잊은 모양이었다. 형이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마치 괴물을 본 것처럼 두려움에 떨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 것이다. 설상가상 최달포는 부친의 납골당에 찾아가 형을 몰래 인터뷰하며 대화를 녹음하기까지 했다. 그렇게까지 진실을 밝혀내서 뭐 하게? 특종이라도 터뜨리게? 


차라리 진실 따위 외면하고 우애로써 형을 감싸며 그 범죄마저 덮으려 했다면 최달포의 인간적인 매력이 물씬 느껴졌을 것이다. 정의롭지는 못해도 그것이 인간다운 모습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진실과 정의에 집착하며, 형을 감싸기는 커녕 오히려 자기가 나서서 막다른 곳으로 몰아붙이는 최달포의 냉혹한 모습은 실로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심지어 최달포는 형이라는 괴물로부터 자기 여자를 보호해야겠다는 듯, 최인하에게 "저 사람 굉장히 위험하니까 조심해!" 라고 당부까지 했다. 나는 도저히 최달포의 이러한 캐릭터를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으니 '피노키오'를 향한 기대도 이쯤에서 접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역시 2014년은 드라마 폭망의 해인가보다. 



8 Comments
  • 보헤미안 2014.12.11 21:59 이번년도에 드라마 폭망의 날이라는 말에 동감입니다☆
    정말 이상하죠..분명 피노키오 처음엔 기대되었는데 매번 챙겨보기보다는 드라마보기를 잊고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걸 보니 마음이 떴나 봅니다..
    이번에는 영 시원치가 않아요.
    그나마 중간중간 괜찮은 것들이 나와주고 있고 미생도 하고는 있지만
    지상파 드라마는 정말 기대를 접어야 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사실 최달포의 그 행동 자체는 저는 이해가 가긴 해요.
    문제는 공감은 가지 않는다는거죠☆ 에효! 올해가 또 이렇게 가나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인데 미리 케이크를 사놓는것도 이브 날 난리를 피할 수 있는 지름길 같습니다☆
    올해는 케이크 두개를 먹을 계획이랍니다☆
    빛무리님은 좋은 계획 있으시나요~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4.12.11 23:45 신고 미생의 경우는 수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열광하고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미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1인이라 그 열기에도 동참을 못하고 있네요. "집에 와서까지 직장 생활을 해야겠냐?"라고 누군가 '미생' 관련 뉴스에 댓글을 달았던데, 저 역시 그런 마음이거든요. 미생을 보면서 힐링이 된다는 분들도 많지만, 제 경우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이랍니다..ㅜㅜ
    피노키오가 기대에 못 미치는 전개를 보여주면서, 요즘은 '너목들'을 다시 정주행하기 시작했답니다. 역시... 레전드는 아무 때나 탄생하는 게 아닌가봐요. 본 것을 다시 보는데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면서 온갖 짜릿한 카타르시스가 전해져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저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 12월 29일이라, 대목을 며칠 지나서 케이크를 구입할 예정이니 난리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헤미안님, 케이크를 왜 두개나?? 너무 달지 않겠어요? ㅎㅎ
  • 보헤미안 2014.12.13 21:35 오호☆
    결혼기념일이 있으시군요☆
    제가 최근 다이어트 중이라 강제적으로 평소
    살짝 무관심하던 것들이랑 완전 무관심해지다 보니
    잘 못 먹던 단 것들에 이젠 아주 난리를 치고 있어요☆
    그래서 두개 도전~~입니다☆ 그렇다고 두개를 한 자리서
    먹진 않을꺼에요☆
  • 에르멜 2014.12.12 00:46 왜요? 전 괜찮아 사랑이야 정말 좋았는데 ㅠㅠ 노희경 작가님은 죽지 않았어!! 이러면서 봤거든요 ㅋㅋ
    사실.. 그겨울, 바람이 분다는 개인적으로 살짝 실망했던 작품이라.. (송혜교의 어마무시한 미모만 보였던..)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4.12.12 01:10 신고 아!! 괜찮아 사랑이야를 깜박 잊었군요. 정말 그 작퓸은 유일하게 건졌네요. 저 역시 그겨울보다 훨씬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 나그네 2014.12.17 22:09 피노키오 정말 저도 잼나게 보고 있습니다. 저도 피노키오 증후군이 그리 생각보다 매력적이기만 한건 아니구나 라고는 생각했지만 글쓴이님과는 조금 다른 방향인 듯 싶어요.
    너목들의 이종석의 능력과 비교하셨는데, 사실 이종석의 능력은 비공개적인 능력이니만큼 세상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 매력이 될 수 있었던 반면 피노키오는 드라마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알고 있다는 가정이 있는 만큼 상황적으로 보통사람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너목들의 이종석이 가진 마음을 읽는 능력이 피노키오 처럼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진 능력이라면 그것 역시 매력적이라고 느껴질까요? 피노키오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의 대상으로 여겨질거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자신의 생각을 읽는 상대에게는 피노키오보다 더 무서움을 느낄지도 모르죠.
    그나마 피노키오는 거짓말의 유무를 알 수 있을지언정, 마음을 읽는 상대에게는 내가 피노키오가 되야 하는데 극 중의 이보영처럼 처음부터 이종석의 능력을 몰랐다면 모를까 과연 처음부터 내마음을 꿰뚫어 보는 상대를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네요.

    언론의 보도에 대한 모습도 과장되긴 했지만, 이종석의 아버지에 대한 사람좋았던 과거는 무시한채, 단독이나 신속이라는 명목으로 '임펙트'에 치중했던 언론에 대한 이종석과 형의 분노는 이해할 정도로 보입니다. 어쩌면 그 수많은 기자들중에 적어도 몇 몇은, 이종석 아버지의 과거에 대한 취재를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사건에 대한 의문을 가졌어야했고 피노키오가 잘 못 본것을 얘기한 것일수도 있다는 사실도 감안했어야 했지만, 언론은 그것을 무시하고 취재열기만 올려 그결과가 이종석의 가정이 풍비박산난 것이니만큼 두 형제의 행동에 대한건 개인적으로 꽤 이해가 갑니다.
    언론의 최선은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펙트가 아닌 펙트에 대한 의문점에 대해 파헤치는 것이라고 봅니다.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사건에 대해 파헤치는 기자에게 니가 경찰이냐고 타박하는 부분이 오히려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건의 시작이 문덕수가 내 뱉은 거짓말이지만,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못한 언론에게 강한 불신을 갖는건 충분히 이해가 되더군요.

    형에 대한 이종석의 행동 역시 처음에 글쓴이님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차츰 이종석의 행동을 통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형이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뒤로 물러선건 제가 보기엔 당황스럼에 대한 반응으로 보였습니다. 어렵게 찾은 형이 하필이면 살인을 저질렀을지도 모르는데 그 상대가 그 사건의 주범들이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형의 선택에 대한 혼란(진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정황상 범인이 형을 가리키는 만큼 그 상황의 당황스러움에 대한 반응이었다고 봅니다.
    형과의 대화를 녹음하긴 했지만 그것을 캡에게 바로 주지 못한것도 그 때문이겠죠. 드라마에서 '정황상'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이 정황상이라는 것 역시 앞선 사건이 일어나게 한 중요 포인트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서보면 거의 확실한 '정황상' 증거가 사실은 잘못된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이종석의 진실을 향한 행동은 어쩌면 그 정황상이라는 상황에 가려진 다른 사실을 찾기 위한 행동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겁니다.
    글쓴이님도 적으셨지만 기재명이 살인하는 장면은 방송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형을 찾은만큼 둘이 만나서 회포를 푸는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진실을 찾는건 어쩌면 저 시기가 아니면 힘들다는 판단이었을거 같습니다. 아버지의 진실에 대한것도 13년이 지난 후에야 밝혀졌으니까요.
    이런 상황을 봤을 때 박신혜에게 했던 위험한 사람이니 가까이 가지 말라는건 형이 괴물같아서가 아니라, 형과 박신혜 둘 다를 위한 하얀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4.12.18 01:06 신고 제가 '피노키오'에 공감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작가가 '언론'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그저 개인적 소신의 차이겠죠. 예를 들면 성직자의 정치 사회 참여에 적극 찬성하며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성직자가 지나치게 정치나 사회 문제에 참여하기보다는 종교인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찬가지로 경찰과 검찰, 언론이 각각 담당하는 분야와 그 업무 역시 가능한 한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언론은 본질적으로 수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나 검찰에서조차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다룸에 있어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물론 '피노키오'에 표현된 것처럼 지나친 임팩트의 집착으로 자극적 보도를 일삼는다면 잘못이겠지요. 그리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발견해낼 수 있는 쉬운 진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실수로 놓쳤다면 그 역시 큰 잘못입니다. 그러나 진실 자체가 꽁꽁 숨겨져 있어서 전문 수사기관에서조차 밝혀내지 못한 경우라면, 언론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상황에서 언론은 그저 표면적으로 밝혀진 내용까지만 보도할 수 있을 뿐이죠. "검찰에서는 이렇게 보도했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식의 애매모호한 뉴스를 과연 방송에 내보낼 수나 있었을까요?

    박혜련 작가는 '너목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피노키오'에서도 '사실 그 너머에 숨겨진 진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너목들'에서는 그 배경이 법조계였기 때문에 저 역시 100% 공감할 수 있었죠. 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죄 없는 사람이 벌을 받을 수도 있고 죄 지은 사람이 풀려날 수도 있으니,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법조계 인물들은 그 누구보다도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팩트를 정확히 알아내고 판단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검찰은 언론과 달리 전문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수사를 진행할 수 있죠. 하지만 '피노키오'에서 다루고 있는 언론의 입장은 글쎄... 제 생각에는 꽤 많이 달라 보입니다. 하명과 재명 형제가 부모의 원수로 생각해야 할 사람들은 첫째로 문덕수 일당이고, 둘째로는 무능한 경찰과 검찰인데, 지나치게 언론 쪽으로만 집중하는 느낌이 강해요.

    저는 평소 착한 사람보다도 정의로운 사람을 훨씬 더 좋아하지만, 기자로서의 정의를 강조하며 친형의 범죄를 밝혀내겠다는 최달포의 선언에는 좀처럼 공감이 안 됩니다. 좀전에 11회 방송을 시청했는데, 눈물속에 뜨겁게 포옹하며 형제의 재회가 이루어졌는데도, 진실과 정의라는 절대가치 앞에서 혈육의 정은 너무나 작고 미미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저는 언제부턴가 이런 설정이 별로입니다. 원수의 딸을 사랑하고, 혈육임에도 불구하고 대립해야만 하는 갈등 관계... 이젠 너무나 식상해요. '너목들'에서처럼 사랑해야 할 사람들은 그냥 깔끔하게 사랑만 하고, 철천지 원수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원수인 그런 관계가 담백하니 좋네요. 역시 개인 취향이겠죠^^
  • 나그네 2014.12.18 12:59 저도 검찰이나 경찰이 언론에 비해 사건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반면 언론은 사건에 대한 여러 의문점들을 다른 방향으로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검경에 비해 훨씬 유연하다는 것이죠. 수사기관에서 밝혀내지 못하였다고 해서 언론이 포기해버린다면 그건 언론이라는 것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봐요. 어차피 검경의 표면적인 수사결과들만 발표할거라면 굳이 언론과 기자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것이 빛무리 님이 말씀하신 검경과 같은 수사기관과 언론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pd수첩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이 수사가 끝났지만 과정에 대한 의문점 때문에 결과가 탐탁치 않는 경우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언론의 의무이자 또 다른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런 책임의 중대성에 대해서 어느쪽이 더 책임이 있다라기 보다 작가는 앞선 너목들에서는 변호사를 통해서는 법조계의 모습을 피노키오에서는 기자를 통해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검경의 모습이 작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검경의 책임에 대한 것을 극으로 쓴다면 검사나 경찰을 주인공으로 할 수도 있겠구요.
    즉 언론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묻는다기 보다, 언론의 책임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된 설정(주인공들이 기자라는 설정)으로 너목들에서처럼 숨겨진 진실을 다루는 것으로 말이죠.
    그러한 극 전체의 주제를 작가는 초반 기자가 되기 위한 토론장에서 이종석이 박신혜에게 했던 대사로 직접 나타냈구요.(이 대사를 박신혜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다시 하지만 그것에 대해 반론을 못하죠.)

    기자로서 친형의 범죄 사실을 밝혀내야겠다는 부분 역시, 언론이 외면한 진실 때문에 자신의 현재상황이 이렇게 되버렸는데, 다시 그 진실을 외면해 버린다면 어쩌면 자신들의 현재를 만들어버린 언론과 별 다를게 없는게 되버리는 것이고(이는 곧 그동안 자신이 증오해왔던 언론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부정해 버리는 것이고, 부모님에 대한 생각 역시도 영향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네요), 그러한 언론에 대한 복수(임펙트보다 펙트에 중심을 둔)를 위해서 해야만 하는 과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이부분은 아직 제가 11회 방송을 못 본상태에서 말씀드리는 거라 작가의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뭐 저는 이런식으로 이해하면서 극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 피노키오의 설정에는 그다지 거부감이 없다는 정도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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