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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3' 울랄라세션을 향한 이승철의 애정어린 혹평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슈퍼스타K3' 울랄라세션을 향한 이승철의 애정어린 혹평

빛무리~ 2011. 11.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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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시즌3의 우승은 예상했던 대로 울랄라세션에게 돌아갔습니다. 저도 마음속으로 간절히 응원하던 팀이었기 때문에 매우 기뻤습니다. (물론 버스커버스커도 좋았지만요,.^^) 가장 기뻤던 때는 박승일이 우승 소감 중에 "윤택이형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요" 라고 말하던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그 말을 듣기 전에도 약간 짐작은 했었습니다. 어느새 임윤택의 두피에 검은 머리카락이 송송 자라나 있고, 그 위에 면도기로 멋진 문양까지 새겨놓은 것을 보면서 말이죠. 그런데 동료 멤버의 증언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임윤택은 특유의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의기양양하게 V자 표시를 그려 보이더군요.

"사실 의사선생님한테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었는데... 그게 불과 1년 전이었는데... 명훈이랑 부둥켜 안고 정말 많이 울었었는데... 그런데..." 박승일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힘겨운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었는데,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고 영광스런 자리에 올랐을 뿐 아니라, 절망적이었던 임윤택의 병세마저 기적처럼 호전되고 있으니, 너무도 감격스런 현실에 가슴이 벅차오는 모양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태껏 몰랐는데 22살의 막내 박광선도 어머니를 위해서 신장 한 쪽을 기꺼이 떼어드린 효자더군요. "저희에게는 하루하루가 기적이었고, 슈퍼스타K 자체가 기적이었습니다!" 어린 나이답게 감성이 풍부해서 그런지 노래하면서도 가장 많은 눈물을 보였던 친구인데, 이제 얼마든지 마음놓고 울어도 좋은 날이 왔으니 어찌 참으라 하겠습니까? 펑펑 흘리는 기쁨의 눈물은 보는 마음조차 흐뭇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결승 무대가 시작되기 전의 인터뷰에서 리더 임윤택이 하는 말은 저를 좀 놀라게 했었습니다. "처음 제가 슈퍼스타K에 나가자고 했을 때 멤버들이 많이 놀랐어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누군가가 우리 노래를 들어주는 건 저희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응원 에너지를 받아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그들은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인데,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누군가가 자기들의 노래를 들어주는 것은 자기들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니요? 그럼 이제껏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저 자기들끼리 즐기는 음악으로 만족해 왔다는 뜻인가? 정말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좀 알 것도 같더군요. 15년 동안 무명에 가까운 활동을 해 오면서 너무도 힘든 일을 많이 겪었던 모양입니다. 주변으로부터 철없다는 질책도 수없이 들었고, 무대 위에서 음악적인 비난도 감수해야만 했었나봐요. 한때는 멤버들이 사비를 털고 빚까지 져서 앨범을 냈지만, 아무도 그들의 노래를 들어주지 않아서 폭삭 망해버렸고 아직도 그 빚을 다 갚지 못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자신들의 노래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은 너무도 간절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 무수히 반복된 좌절 때문에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우리 몫이 아닌가봐" 하면서 말이죠. 

위암 4기의 투병생활 중에, 삶의 마지막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임윤택이 과감히 결정했던 '슈퍼스타K3' 참가는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아직은 조심스런 말이지만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지듯,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나날을 겪은 후에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훨씬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벌써 현실화되고 있는 듯도 싶고요.

결승전 무대는 자율곡과 타이틀곡 대결로 나뉘어 2차례의 경연으로 꾸며졌는데, 울랄라세션은 자율곡으로 이소라의 '난 행복해'를 선택했습니다. 예전부터 그들은 "언젠가 우리가 가장 크고 좋은 무대에 섰을 때 이 노래를 같이 하자"고 약속을 했었다는군요. 그런데 저는 "난 행복해... 그 동안 널 볼 수 있던 그 날들 때문에..." 라는 부분을 임윤택이 부르는 순간, 문득 '서쪽 하늘'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흠칫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멤버들이 "난 널 못 잊어... 죽는 날까지... 사랑해..." 하고 이어받는데 역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무리 단순하게 노래 자체로만 들으려고 해도 잘 안 되더군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만 보낼 수밖에 없는 것... 그것 자체가 저희가 느끼는 가장 큰 슬픔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슴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했던 말도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노래가 끝난 후에도 슬픈 감정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심사위원 이승철이 처음으로 울랄라세션을 향해 사정없는 혹평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거의 칭찬일색의 심사평만 들어 왔는데, 결승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울랄라세션, 잘했다고 생각되시나요? 제가 보기엔 역대로 제일 못한 것 같습니다. 결승전이라 그런지 많이 오버하네요. 너무 오버해서, 노래가 전달해 줄 수 있는 메시지보다 본인들의 흐느낌이 더 앞서기 때문에 무척 듣기가 싫었어요. 명훈씨, 흐느끼는 소리도 좋긴 한데 그 흐느낌을 일부러 하면 안 되거든요... 그리고 승일씨, 감정이 너무 진해지고 격해지면 바이브레이션이 두꺼워지고 굵어집니다. 그러면서 느끼해질 수가 있어요... 광선씨는 그래도 팀의 중심에 서서 보컬을 잘 표현했고, 윤택씨도 괜찮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뭔가 깔끔하지 않고 범벅이 된 느낌... 개성이 표현되지 않고 그저 보여주려는 느낌들이 더 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예전보다 점수를 적게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역대로 제일 못했다" 라든가 "무척 듣기가 싫었다" 라는 격한 표현을 접하면서는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어차피 올 데까지 다 온 결승전인데 뭐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김명훈과 박승일에게 차분한 어조로 정확한 문제점을 지적해 주는 것을 듣고서는, 오히려 이승철이 울랄라세션에게 특별히 깊은 애정을 갖고 있음을 알겠더군요. 그들을 진심으로 아끼기 때문에, 곧이어 벌어질 타이틀곡 공연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따끔하게 일침을 주려는 이승철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심사위원 노래 부르기' 미션에서 울랄라세션이 이승철의 노래를 선택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들은 이승철의 제자라고도 할 수 있었지요. 물론 '위대한 탄생'의 멘토만큼 분명한 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더구나 故 장진영과의 인연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노래 '서쪽 하늘'을, 그녀와 똑같은 병을 앓고 있는 임윤택이 선택하면서 이승철의 마음에도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장진영도 생전에 이승철의 콘서트를 방문하여 그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다지요. 심사위원이라는 위치상 섣불리 마음을 표현할 수는 없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속으로는 울랄라세션을 응원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혹평을 쏟아내고도 결코 낮지 않은 점수 91점을 주는 이승철을 보니 더욱 그 마음을 알 듯 싶었습니다.

작곡가에 의해 새로 만들어진 노래 '너와 함께'가 울랄라세션에게 주어진 타이틀곡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듣기에는 울랄라세션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상당히 아쉬운 노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멜로디도 그렇지만 특히 가사가 너무나 평범해서 마음에 강렬히 와닿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래보다는 신나는 댄스에 집중하며 공연을 보게 되더군요. 아, 그래도 중간에 "울랄라~ 울랄라~" 를 삽입한 것은 좋았습니다. 늘상 그들이 힘차게 외쳐대던 구호니까요. 울랄라세션만을 위해 탄생한 노래임을 그로써 입증할 수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울랄라세션의 타이틀곡 공연이 끝나자, 이승철은 그들의 마지막 무대에 98점이라는 최고점을 선사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의 무대를 보면서, 저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봤습니다. 재능있는 아마추어들도 찾아내야 하지만, 숨겨진 프로들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아닌가라는 사명감을 느꼈고요... 이제 울랄라세션이 데뷔해서 성공을 하게 되면, 보다 다양한 한국의 케이팝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그룹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숨겨진 프로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울랄라세션이 너무나 프로라서 오디션 무대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던 사람이 바로 이승철이었죠. 바로 울랄라세션이 '숨겨진 프로'였던 겁니다. 이제 울랄라세션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다른 실력파 뮤지션들에게도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된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울랄라세션은... 어둠 속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어 주는군요.

독설의 대명사... 가장 매섭고도 냉철한 심사위원 이승철이 울랄라세션에게 마지막 심사평에서 건넸던 인사는,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그 동안 당신들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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