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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일제히 시작된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MBC의 '몬스터'를 택한 이유는 작가 때문이었다.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전작 중 '자이언트'를 재미있게 시청했던 기억이, 또 다른 장편 복수극 '몬스터'를 향한 기대감도 약간 고취시켰던 것이다. 출연하는 배우들만 놓고 보자면 당연히 SBS '대박' 쪽으로 기울었지만, 작가가 '무사 백동수'의 권순규 작가라는 사실 때문에 장근석, 여진구를 향한 마음은 안타까이 접을 수밖에 없었다. KBS의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내가 이향희 작가의 전작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데다가 소재가 너무 식상해서 끌리지 않았다. 최근 2~3년 동안 '약자의 편에 서서 갑들과 싸우는 정의로운 변호사(또는 검사나 경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및 드라마를 도대체 몇 편이나 보았던 ..
어쩌면 태종 이방원(유아인)을 주인공으로 한 '육룡이 나르샤'는 처음부터 내가 몰입하기 힘든 작품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영현 작가의 사극이기 때문에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걸었지만, 높은 시청률과 대중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나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였다. 작품 전체에 담긴 근본적 메시지는 훌륭했지만, 주인공 이방원의 캐릭터는 지독히 잔인하고 냉정하며 자기중심적인 욕망으로 가득찬 인물이었다. 그러니 심약한 나로서는 이방원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스토리에 호흡을 맞추며 몰입하기가 버거웠다. 드라마에 푹 빠져있던 혹자들은 이방원의 캐릭터를 두고 '겉으로만 잔인할 뿐 속마음은 여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내가 보기에 이방원이 흘린 모든 눈물은 악어의 그것에 지나지 않았다. '대장금'의 장금(..
'협상극'이라는 매우 생소한 장르를 표명하고 시작된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1회는 제법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지만, 전개 과정에는 허술함이 많았다. 특히 여명하(조윤희)의 캐릭터는 적잖이 답답해 보여, 민폐 여주인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어 보였다. 하지만 '협상전문가'라는 남주인공 주성찬(신하균)의 직업과 캐릭터는 매우 신선하고 뚜렷해서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소통 부재의 시대가 낳은 괴물 '피리부는 사나이'의 정체는 궁금증을 자극함과 동시에 진한 비극의 페이소스를 예감케 한다. 잔인한 세상과 소통할 방법이 없는 약자들에게 '피리부는 사나이'는 '폭력'이라는 통로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릇된 방식의 소통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오직 파멸뿐이기에, '피리부는 사나이'와 손잡은 약자들은 가장 먼저 희..
무심히 1, 2회를 보았다가 의외로 빠져들어 꾸준히 시청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 번 더 해피엔딩'이 한국드라마의 고질병인 뒷심 부족을 극복할 수는 없을 듯하다. 생각지도 못한 로코의 재미에 흠뻑 젖게 만들었던 초반에도 사실 우려되는 부분은 있었다. 분명 남주인공은 송수혁(정경호)인데, 조연인 구해준(권율)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매력적으로 그려졌던 것이다. 어차피 여주인공 한미모(장나라)와 연결되지 못할 것을 아는데 너무도 심쿵하게 멋져 보이니, 이후의 전개가 설득력을 확보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아 보였다. 우려는 적중했다. 물론 송수혁도 충분히 멋있지만 초반의 구해준 만큼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지는 못한 탓에, 한미모와 송수혁의 달달한 연애가 시작되었어도 나는 그에 빠져들기보다 구해준을 향한 안타까움이 ..
언제부턴지 주중 예능인 MBC '라디오스타'와 KBS '해피투게더'는 독특한 성향을 띠게 되었다. 프로그램 자체의 매력과 재미로 승부하기보다는 이제껏 주목받지 못하던 중고신인(?)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새로운 매력을 드러냄으로써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리는 식이다. 어쩌면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지 오래인 토크쇼 포맷을 꿋꿋이 고수하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정형화된 토크쇼의 포맷 안에서는 아무리 새로운 시도를 한다 해도 신선한 재미를 뽑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출연자의 개인적 능력에 기대는 측면이 많은데, 아무래도 잘 알려진 톱스타보다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중고신인들에게서 의외의 반전 매력을 찾아내기가 더 쉬운 법이다. 최근 '해피투게더' 출연으로 검색어 1순위에 오르며 데뷔 10여년만에 가장 ..
처음으로 선보이는 100% 사전 제작 드라마라 하여 큰 기대를 가졌는데 '태양의 후예' 1, 2회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과장된 내용에 개연성은 떨어지고, 대략 성격 급한 금사빠 남녀의 사랑 이야기처럼 보였다. 특히 장군도 아닌 한 명의 대위를 픽업하기 위해 헬리콥터가 병원 옥상으로 날아오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질 지경이었다. 내용에 공감과 몰입이 되지 않으니, 송중기와 송혜교의 미친 비주얼에도 가슴이 뛰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기대를 놓지 않은 이유는 주된 공간적 배경이 중동 지역인지라, 그 곳의 참담한 상황과 마주했을 때 주인공들의 모습은 서울에서의 그것과 매우 달라질 거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3회에서 이미 예상은 적중했다. 서울에서의 짧은 만남과 이별 후 중동 우르크에서 우연처럼 재회한 유시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