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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 있어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 편은 솔직히 지루함 그 자체였습니다. 예전에는 멤버들이 일반인들과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그림이 더없이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왔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마저 식상하더군요. 제각각 흩어져서 다니다 보니, 이쪽 저쪽에서 거의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들은 주야장천 힘들게 걷다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친한 척을 했지요. 내용이라고는 거의 그게 모두였습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감동을 담당한다면 상대적으로 '1박2일'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담당해 주어야 지루함을 막을 수 있는데, '지리산 둘레길' 편에서는 웃음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서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그들의 어리석음은 그저 한..
개인적으로 신정환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사회자로서의 능력은 솔직히 높이 평가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결정적인 해외도박 및 뎅기열 거짓말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느껴왔던 것이지만, 신정환은 패널로 출연해서 틈틈이 날카로운 개그를 날려주는 스타일이 훨씬 어울리는 인물이었지요. MC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첫째로 게스트를 포용하고 아우르는 능력인데 신정환은 그 면에서 많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상상플러스'를 즐겨 시청하던 저로서는, 그래도 그 중에서는 신정환이 가장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지닌 MC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래 전에 노현정 아나운서가 진행할 당시의 일이었습니다. 여름 공포 특집을 찍을 때, 녹화는 으슥한 장소에서 진행..
가수 MC몽이 현역 판정을 받은 후 7년간 7번에 걸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입대 연기를 했다는 사실이 MBC의 뉴스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그 동안 경찰은 MC몽이 일부러 생니를 뽑아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올해 초부터 조사를 벌여왔는데, 이제 그의 병역기피 의혹은 무조건 부인할 수도 없는 국면에 이르른 게 아닌가 싶군요. 1998년 8월, 첫 신체 검사에서는 분명 1급 현역판정을 받았으며 치아도 정상이었던 MC몽은 그 이후 대학진학, 직업훈련, 해외여행, 국가고시 응시 등의 이유를 들어 입영 연기 신청을 해 왔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부분은 그야말로 왕성하게 가수 활동과 연예 활동을 하던 2005년과 2006년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이유로 연기 신청을 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아직도 '1박2일'에 대한 애정으로 꾸준히 본방사수를 하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지난번 '혹서기 캠프'를 기점으로 조금씩 마음이 멀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나영석 PD가 복귀하면서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기미가 보이는가 싶었는데, 자꾸만 여러모로 삐그덕거리는 것이 눈에 띄면서 좀처럼 회복이 되지를 않네요. 마치 냉장고 안에서 차갑게 보관되어 있던 사이다가 밖으로 꺼내지고 뚜껑까지 열린 듯한 느낌입니다. 시원하던 냉기는 찌는 듯한 더위에 속절없이 식어가고 이제는 김도 빠져서, 미지근한 설탕물이 되어버리기 직전이에요. 게다가 요즘 M방송사에서 새로 시작한 '오늘을 즐겨라' 쪽에 자꾸만 관심이 끌리기 시작하니 조금씩 고민이 됩니다. 지리산 둘레길을 체험하는 것은 좋은데, 반드시 그런 고가의 장비들이 동원되어야 했는..
2009년 3월, '남자의 자격'이 야심차게, 그러나 불안하게 출발할 당시 '1박2일'은 이미 최고의 예능이었습니다. 최소한 '1박2일'에 피해는 주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었다고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방송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태원은 그 무렵 지인에게 말하길, 내가 예능에 고정 출연을 하는데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를 목표로 출발한다 했더니 "101가지는 무슨... 11가지만 해!" 라는 말을 들었다더군요. 예능의 대부 이경규가 총대를 메고 있었지만 그 자신조차 그 무렵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었고, 터줏대감으로 있던 M본부의 '일밤'을 떠나 같은 시간대의 경쟁사 프로그램으로 전격 컴백한 상황이었으니 만큼, 안정적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저의 기억으로는 '전투기 체험' 때였던..
과연 OB와 YB의 재편성은 확실히 그 이전보다는 나은 듯 하였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또 하나의 문제점을 각인시켰습니다. '오프로드' 체험을 하며 베이스캠프를 찾아오는 대결은 YB팀의 승리로 돌아갔지요. 만약 은지원 대신 김종민이 YB팀에 포함되어 있었더라도 승리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은지원, MC몽, 이승기... 이 섭섭당의 조합은 역시 최고였어요. 재치와 귀여움과 활력을 겸비한 3명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시도 멈추지 않고 프로그램의 재미를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김C가 빠지고 그 자리를 김종민이 채운 OB팀에서는 정말 새삼스럽게 김C의 공백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더군요. 그 자리에 은지원이 있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겉으로 드러나는 존재감은 김C보다 은지원..
승승장구의 새 MC로 결정된 4명의 이름을 들었을 때, 첫 느낌은 어리둥절함이었습니다. 김승우 본인도 어디까지나 배우일 뿐 전문 MC가 아닌데, 최화정과 김신영이 하차하고 나서 새로 투입되는 인물 중에 그가 믿고 의지할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재용은 케이블에서 MC를 본 적이 있었지만 공중파에서는 본 적이 없고, 그나마 한동안 활동을 쉬고 있었다 하니 감각이 예전같지는 않을 터였습니다. 김성수는 약간 말솜씨 좋은 배우... 뭐 그 정도의 이미지로 김승우와 너무 비슷한 캐릭터 같아서 난감하더군요. 태연과 우영이 맡았던 승승돌은 이기광이 바통을 이어받으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혼자이다 보니 태연의 역할까지 감당하기는 무리일 듯 싶었구요. 김신영을 대신하여 분위기를 띄울 사람도 일단은 보이지 않..
개인적으로 최근 '1박2일'을 시청하면서 강호동의 협상 남발 다음으로 큰 문제점이라고 제가 인식했던 부분은 바로 OB와 YB의 현저한 불균형이었습니다. 김C가 하차하고 은지원이 OB팀으로 이동하면서, 현실적으로 대결이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YB팀의 약세가 두드러졌던 것입니다. 은지원의 이적으로 YB에는 우선 대장의 존재가 사라졌으며, 병풍 김종민의 무활약으로 인해 MC몽과 이승기 둘이서 쟁쟁한 형들을 상대해야 했으니, 이것은 예전에 밥차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엄마도 없이 쬐끄만 아이들끼리 남아서 밥을 짓는 것처럼 애처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OB팀에는 조용하던 김C를 대신하여 꾀돌이 은지원이 영입되면서 3명이 모두 최고의 예능감을 소유한 베테랑인데다가 모두 공격적인 캐릭터로 구성되었으니, 너무 강세..
'1박2일 - 복불복 대축제'는 8월의 무더위도 잊게 할 만큼 시원스런 재미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지난 2주 동안의 '혹서기 캠프'가 너무도 실망스러웠던 까닭에, 마치 비교체험 극과 극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고 멤버들과의 팽팽한 기싸움을 보여주는 나영석 PD의 진행에는 새삼스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예전부터 늘 보아 왔던 장면인데도, 한동안의 공백 기간을 갖다 보니 지휘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체험한 계기가 되었나 봅니다. '혹서기 캠프' 때는 제작진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생각되었지요. 세상에 어찌 이처럼 무성의한 방송이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의 '복불복 대축제'는 지난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하겠다는 듯, 그 수많은 복불복..
2010년의 '혹서기 실전캠프'는 '1박2일' 사상 최악의 실패작이었습니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작위적이고, 요령부득이었으며, 재미가 없었습니다. 저녁식사 복불복을 놓고 벌어진 속담 게임과 사자성어 게임에서 멤버들이 보여준 상상초월의 무식함은, 그게 방송을 위한 설정이었든, 아니면 숨김없는 진실이었든간에, 아무런 웃음도 감동도 뽑아내지 못한 껍데기였지요. 잠자리 복불복의 농구 게임도 역시 지루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빗속에서 3시간씩이나 기약없이 골대를 향해 공을 던져야 했던 멤버들은 그저 안스럽기만 했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홀로 도전하여 미션 성공을 이루어낸 이승기의 투혼만이 외롭게 빛났을 뿐입니다. 이렇게 처참한 방송이 된 이유는 너무 성의 없이 계획을 짜 온 제작진 때문이었음을 저는 느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