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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은 결코 '1박2일'에 뒤지지 않는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은 결코 '1박2일'에 뒤지지 않는다

빛무리~ 2010. 8. 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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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남자의 자격'이 야심차게, 그러나 불안하게 출발할 당시 '1박2일'은 이미 최고의 예능이었습니다. 최소한 '1박2일'에 피해는 주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었다고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방송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태원은 그 무렵 지인에게 말하길, 내가 예능에 고정 출연을 하는데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를 목표로 출발한다 했더니 "101가지는 무슨... 11가지만 해!" 라는 말을 들었다더군요.

예능의 대부 이경규가 총대를 메고 있었지만 그 자신조차 그 무렵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었고, 터줏대감으로 있던 M본부의 '일밤'을 떠나 같은 시간대의 경쟁사 프로그램으로 전격 컴백한 상황이었으니 만큼, 안정적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저의 기억으로는 '전투기 체험' 때였던 듯하군요. 봄에 시작한 방송이 어느 새 초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던 만큼, 아주 초창기는 아니었습니다. 멤버들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데 장내 방송(?)이 흘러나오더군요. "오늘은 특별히 KBS '남자의 향기' 팀에서 체험을 하러 오셨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멤버들이 민망하게 웃는 얼굴 위로 "아직도 인지도가 이 모양...ㅜㅜ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자막이 힘차게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1박2일'에서 먼저 방송되었던 '이경규와 강호동의 맞트레이드' 추진에 대한 소문이 드디어 '남자의 자격' 팀에게도 들어갔는지, 이번 주에는 그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러한 트레이드 제안이 있다는 것 자체를 그들은 매우 기분 좋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1박2일'에 피해만 주지 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이제는 그쪽에서 먼저 상부상조를 제안해 올 정도니까요. "어떡합니까, 형님... 형제 프로인데 도와 줘야죠!" 이윤석의 농담에 다들 즐겁게 웃었고, 제작진은 '허세 작렬' 이라는 자막으로 겸손함을 표현했으나, 과연 '남자의 자격'은 '1박2일'에 뒤지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났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고 못하다는 말 자체가 의미 없게 되었어요.


예능의 기본인 리액션조차도 뻣뻣하고 서투른 아저씨들이 모여서 만들어가는 이 예능이 어쩌면 이렇게도 재미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웃느라고 정신을 못 차렸어요. '남아일언 중천금'이라... 몇 개월 전에, 심지어는 1년 전에 무심히 뱉었던 말 한 마디가 이렇게 황당한 책임으로 돌아올 줄을 누가 알았을까요? 엄연히 녹화된 증거 자료가 있으니 발뺌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미션 수행에 들어간 멤버들의 모습은 리얼 그 자체였습니다.

건강 검진을 받으며 언젠가 반드시 금연을 하겠다고 다짐하던 김국진은 준비도 없이 24시간 금연에 돌입했습니다. 아마도 '남자의 자격' 두번째 단체 미션이 금연이었지요? 그 때에도 비흡연자 이정진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은 금단현상에 쩔쩔 매며 1년 같은 하루를 보냈는데, 지금 외롭게 혼자서 금연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김국진은 더욱 안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24시간 금연에 성공한 국진은 놀랍게도 앞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금연을 계속하겠다는 결심을 세웠습니다. 그가 얼마나 성심성의껏 미션에 임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결과였습니다.


갑자기 실시된 영어실력 레벨테스트에 재도전한 이경규도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고, 다시 6개월 후에 재도전을 다짐하며 영어 학원에까지 등록했습니다. 가장 황당한 미션으로 놀이동산 퍼레이드에 공주 분장을 하고 참가하여, 온갖 어린이들과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열연해야 했던 김태원도 왜 창피하고 힘들지 않았을까마는 최선을 다해 웃으며 열심히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단 한 차례의 방송을 위해 일상 생활의 모든 패턴까지 변경시켜야 할 정도로 수많은 스케줄을 감당해야만 하겠더군요. 영어 레벨 테스트를 받기 전날 이경규는 제빵사 시험을 보았다고 합니다. 지난 번의 '자격증' 도전 미션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어요. 그리고 '하모니' 미션을 위한 합창 연습은 지금도 매주 계속되고 있습니다. 52세의 나이로 필기시험에 영어회화에 합창 연습에, 딸 예림이보다도 빼곡한 학사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였습니다.


어찌 이경규뿐이겠습니까? '직장인 밴드' 미션 하나를 위해 이윤석은 수개월간 일주일에 3회씩 드럼 학원에 다니며 연습했고, 김태원은 재능을 발휘하여 명곡을 선사했을 뿐 아니라 전체 지휘까지 맡아서 팀을 약 1년간 이끌었습니다. 다른 멤버들도 생소한 악기를 손에 잡고 대중 앞에서 연주할 만큼 실력을 향상시켜야 했으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서의 노력이 굉장했을 것입니다. 마라톤 역시 즉각적으로 시행할 수는 없는 미션이었기에, 멤버들은 기본 체력을 키우기 위해 상당 기간을 두고 심폐기능을 훈련하며 몸을 개선시켜야 했습니다... 이렇게 '남자의 자격'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진정한 피땀으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인 것입니다. 어떻게 인정받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에 비해 결코 '1박2일'의 수고로움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2주일에 1번씩 모여서 24시간 내외의 녹화를 감당하기만 하면 나머지 그들의 나머지 시간은 자유로울 것입니다. 굶주림과 야외취침 등의 혹독한 내용으로 볼 때는 강도가 더 높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모든 일상 생활을 쪼개어 '1박2일' 녹화에 할애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라는 말이지요.


이번 주의 '남아일언 중천금' 역시 1회의 모임으로 녹화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날의 일정에 합창 연습이 겹쳐 있었던 관계로 김태원의 미션은 일주일 후로 미뤄졌거든요. 그래서 이정진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은 일주일 후에 다시 놀이동산에 모여서 녹화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들의 수고가 얼마나 큰지를 저는 새삼스레 절감했고, 고마움과 더불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정진이 '도망자' 촬영으로 아무리 바쁘다 해도 2주일에 1번만 굵직하게 시간을 내어서 감당할 수 있는 녹화였다면 지속적으로 불참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토막토막 잦은 일정이 반복되니 그때마다 비행기 타고 귀국해서 참여할 수는 없었겠지요. 그의 마음도 결코 편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 그리고 저는 다음 주에 '하모니'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합창 연습을 지도하러 왔던 박칼린과 최재림의 모습이 잠시나마 비쳐서 너무 반가웠거든요. 다음 주에는 소프라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소름끼치는 가창력의 배다해와 선우가 2중창을 부르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행복해요.

'남자의 자격'은 이번 주의 방송으로 벌써 101가지 중의 41가지를 채웠습니다. 이제는 하나 하나의 미션이 줄어들 때마다 그들의 마음속에 아쉬움이 더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101가지가 아니라 수백 수천 가지의 미션을 목표로 삼는 것도 좋았을 거라고 말이지요. 아쉬운 마음은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격'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진정성 가득한 예능으로 우리 마음 속에 귀하게 자리잡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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