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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신정환의 전성기가 문득 그리워진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강심장' 신정환의 전성기가 문득 그리워진 이유

빛무리~ 2010. 8. 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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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신정환을 꽤 좋아했었습니다. 5~6년쯤 전이었군요. 그가 'X맨'과 '연애편지' 등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입니다. 너무 자주 나온다 싶을 만큼, 당시에는 TV만 틀면 신정환을 볼 수 있었어요. 고정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수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일회성 게스트로도 여기저기서 환영받는 존재였지요. 적시에 톡톡 치고 나오는 첨예한 예능감과, 몸을 아끼지 않고 온전히 망가지는 열정을 겸비했기에 아무리 자주 보아도 질리지 않았던, 제 생각에는 당시 거의 최고의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도박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신정환은 한동안 방송에서 퇴출되고 맙니다.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나름 순수해 보였는데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한창 브라운관에서 그의 활약을 보는 재미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 즐거움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몇 개월이 지난 후 그는 컴백했지만, 이미 날카로운 광채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남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제멋대로 뛰어 노는 스타일 자체가 그의 매력이었는데, 물의를 일으킨 후에는 그럴 수가 없게 되었던 것이지요. 가파른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온 신정환은, 간신히 어느 정도까지는 다시 올라갈 수 있었으나, 거기까지였습니다. 예전의 영광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제 '강심장'에서 아주 오랜만에 예전의 단짝 콤비였던 강호동과 신정환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네요. '연애편지'에서 가끔씩 신정환이 전진이나 신혜성과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며 '멀리뛰기' 등의 게임에서 우승 직전까지 가는 일이 있었는데, 그럴 때면 달려가는 신정환을 향해 강호동은 "쩡환아~~~!" 하고 우렁차게 외치며 응원을 해 주기도 했었지요.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하던 신정환의 모습이 마치 드라마의 회상 장면처럼 브라운관에 살짝 살짝 비춰지는데, 왠지 서글프고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정환의 팬이라거나, 아직도 그를 특별히 좋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인생무상(?) 따위의 서글픔이 느껴졌던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현재 예능에서 활약하는 인물들 중에는 과거 신정환이 구현했던 것처럼 독특하고 정겨운 캐릭터를 지닌 인물이 없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강심장'에서 다시 확인했듯이 얼핏 보기에 신정환의 입담은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예요. 음주운전 물의로 한동안 방송을 쉬었던 황보라를 향해 "왜 오래 쉬셨는지?" 라고 물은 것은, 언뜻 황보라에 대한 공격으로 비춰질 수 있었으나 사실은 자조적 개그였지요. 신정환이 궁극적으로 공격하고 웃음거리로 삼으려던 것은 황보라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어요. 그리고 독한 개그는 그가 현재 고정 출연하고 있는 '황금어장'이라는 프로그램의 컨셉이기도 합니다. 게스트의 아픈 곳을 덮어 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콕콕 찔러 주는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인데 무슨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처럼 애써 덮으려고 해봤자 오히려 반감만 살 뿐이지요. 일시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더라도 차라리 속시원하게 인정하고 자기의 입장을 솔직하게 밝히며 사과할 일이 있다면 사과하고 넘어가는 것이 근본적 치유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수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현재 '황금어장'은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에서 양쪽으로 이 독한 방법을 아슬아슬하게 잘 활용하며 꾸준히 이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 전부터 신정환은 단독으로 이러한 컨셉을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발언들을 했었는지는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다른 출연자들의 아픈 곳을 대수롭지 않게 콕콕 찌르며 모두를 당황시키는 모습은 신정환에게서 꽤나 자주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얄미운 짓을 해 놓고는 좋다고 낄낄 웃어 버리는 신정환이 그다지 밉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신정환은 언제나 강자가 아니라 약자의 이미지였습니다. 그는 강호동이나 김구라처럼 거대한 체구를 지닌 것도 아니고 힘이 센 것도 아닙니다. '강호동의 천생연분' 당시부터 그를 따라다니던 별명은 '부실닭' 또는 '미스신' 등의 매우 약하고 초라한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었지요. 그는 약할 뿐 아니라 외모의 헛점 또한 많았습니다. 가냘픈 체격에 비해 유난히 머리가 커서 놀림감이 되곤 했는데, 스스로 "나는 어깨가 좁을 뿐이지 결코 머리가 큰 게 아니다" 라고 반박하면서 '어좁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습니다. 역시 남들이 놀려대기에 딱 좋은 별명이었지요. 그렇게 신정환의 캐릭터는 굉장히 피학적이었습니다.

그는 한 번도 남들에게 칭송받는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했던 적이 없습니다. 연애 버라이어티에서는 언제나 여성들에게 제일 먼저 버림받는 폭탄 제거 대상이었고, 게임에서는 제일 먼저 떨어져나가는 약체였습니다. '연애편지'에서 그의 별명은 '구박덩어리'를 줄여서 만든 '구박'이었지요. 그 이름은 옹박처럼 탁월한 무술 솜씨를 자랑해서 얻었던 전진(박충재)의 별명 '충박'과 좋은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신정환은 남들에게 아무리 독한 멘트를 날려도 비호감의 덫을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그가 남에게 힘이 없다거나 못생겼다거나 인기가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비웃어 봤자(?), 결국은 그 모든 화살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곤 했으니까요. 그 자신도 명백히 그런 부메랑 효과를 예상하고 날리는 것이며, 그래서 그의 못된 개그는 최종적으로 모두 자기 자신을 향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구박받는 것을 즐기는 듯, 신정환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항상 "좋아~!" 를 연발하며 신나게 뛰어 놀았지요. 왠지 그의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보면 덩달아서 마음이 편해지고 즐거워졌습니다. 신정환을 보면 꼭 잘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어둡고 무거운 줄만 알았던 이 세상이 어쩌면 웃기고 신나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아무리 내세울 것 없고 못났어도 신나게 살아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는 듯... 논리적으로는 말도 안 되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신정환을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런 그가 아주아주 가끔씩 게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우승 후보에 오를 때면, 이상한 대리만족감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강호동이 "쩡환아~!" 하고 외칠 때 마음 속으로는 저도 함께 외쳤어요. 명품 복근과 조각 같은 외모와 감미로운 목소리와 20대 초반의 빛나는 젊음까지... 그 모든 것을 다 가진 아이돌 후배들을 제치고 30대의 '못생긴 부실닭' 신정환이 앞으로 쭉쭉 나가는 것을 보면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았을까요?


요즘의 예능에서는 그런 캐릭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끝없이 망가지는 캐릭터는 이따금씩 존재하지만, 예전의 신정환처럼 그 망가짐과 더불어 대책없이 까불까불하는 유쾌함을 겸비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제 세월의 강을 건너 모두 지난 일이 되었군요. 지금의 신정환에게서는 예전의 유쾌함을 찾아볼 수 없고, 그의 독한 개그를 자조적인 것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도 거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황보라에게 던진 말을 두고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식이라면서 그를 탓하는 반응만이 난무할 뿐이에요.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다 해도, 이제 거의 40을 바라보는 신정환이 30대 초반에 누렸던 그 인기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겠지요. 그러나 한창 빛나던 시기에 큰 실수를 저질러 추락했고, 결국 그 이후에 다시 회복하지 못했고, 최근까지도 이런저런 구설수와 사고에 시달리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신정환을 보면, 한때나마 그를 참 좋아했던 시청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다시 한 번 그의 웃음과 더불어 유쾌해지고 싶은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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