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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초반에는 기대를 좀 했었습니다. 물론 그 때도 스토리는 너무 유치하고 오글거렸으며 크게 재미있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풋풋하고 상큼한 느낌만으로도 아련한 향수를 즐기며 볼만은 했었어요. 아직은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각자 자신만의 꿈을 키우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이 예뻤고, 오랜만에 보는 대학가의 초록빛 풍경들이며, 정용화 박신혜를 비롯한 젊은 배우들의 비주얼도 참 예뻤습니다. OST도 제 마음에 꼭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좀 어설픈 그 노래들도 오히려 풋풋해서 좋았습니다. 그 예쁜 느낌들에 한동안 젖어 있고 싶어서, 웬만하면 다 좋게 생각하고 그냥 보려 했습니다. 오래 전에 손예진이 주연했던 '여름향기'도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스토리가 꼬여 갔지만, 초반의 상큼함과 ..
정용화는 2010년 1월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말하길, 연기자보다는 가수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었습니다. 함께 출연했던 조권과 이홍기가 할 수만 있다면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고 싶다는 뜻을 비친 것과 달리, 콕 집어서 가수를 선택하는 정용화는 곱상한 외모에 비해 상당히 고집이 세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수가 꿈이라던 정용화가 연예계에 처음 데뷔한 것은 연기자로서였습니다. 씨엔블루의 데뷔에 앞서 정용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겠다고 판단한 소속사가 그를 '미남이시네요'에 전격 투입시켰기 때문이지요. 연기 수업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거의 주연급으로 캐스팅되었으니 부담이 무척 컸겠지만, 다행히 드라마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정용화는 '밀크남', '수건남' 등의 ..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드라마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훤히 예상되는 것들이 있고, 각오해야 할 것들도 있지요. 우선 남주인공은 성격 까칠하고 이기적인 듯하지만 그 가슴 속에는 깊이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처럼 엄마에게서 버림받은 정신적 상처일 수도 있고,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처럼 몸이 병들었던 탓에 겪어야 했던 육체적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 남주인공의 까칠함을 보며 살짝 재수없다고 느끼던 시청자들은 점차로 그 가슴 속에서 아직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연민에 젖게 됩니다. 그에 비해 서브남, 즉 여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남주인공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인물은 아주 어른스러운 남성입니다. 어린애..
참 오래 걸렸습니다. 총 20부작 드라마의 절반을 훌쩍 넘어, 무려 11회의 엔딩 장면에 가서야 제가 드디어 이 드라마의 히어로 김주원(현빈)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군요. 그렇다고 남들처럼 현빈앓이에 동참하게 된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껏 대책없는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던 김주원이 심상찮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 옵니다. 어쩌면 그 동안 김주원에게 빠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마음을 더 닫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군요. 그는 너무 매력적인 남자인데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소년처럼 외로운 자아를 지녔습니다. 못된 성질도 못된 말버릇도, 차분히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부러 김주원에게 몰입하지 않으려 하며, 철저히 여주..
도대체 왜일까? 남들은 다 좋다는데 유독 내 마음에는 와닿지 않는 이 영화가 나는 원망스러웠다. 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 네 명 모두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인데다가, 본 사람마다 좋았다고, 오랜만에 접하는 제대로 된 로맨틱코미디라고 칭찬이 자자하기에 꽤나 기대를 하고 본 영화였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그렇고 지루한 멜로물일 뿐이었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지난 4년 동안 감독의 스타일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나의 감성이 달라진 것일까? 나의 취향에는 등장인물들도 그 연애의 설정도 하나같이 매력이 없었다. 연애를 도와주는 것도 정도껏이라야지, 자기 본연의 모습과 상관없이 너무 작위적으로 꾸며대면서 사랑을 시작한다는 설정부터가 별로 마..
3년 2개월 동안 일요일 아침마다 귀여운 어린이들의 깜찍한 재치로 즐거움을 주었던 '환상의 짝꿍'이 7월 18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되었습니다. 마지막회에는 특별히 예전에 출연했던 어린이들 중에서 다시 뽑힌 친구들이 마지막 전학생으로 등장했군요. 1년만에 다시 만난 친구도 있었고, 불과 2주만에 다시 만난 친구도 있었지만 모두 반가웠습니다. 특히 1년만에 몰라보게 어른스러워진 친구의 모습은 지나간 세월(?)을 실감하게 해 주었습니다. '환상의 짝꿍'이 처음으로 생겨났을 때 출연했던 어린이들은 이제 4~5학년이 되어 청소년기에 접어들고 있겠군요. 몇 주 전에는 아이들 앞에서 혼전 임신을 자랑하던 젊은 부부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환상의 짝꿍'은 별로 흠잡을 데가 없는 좋은 프로그램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이하 '크눈올') 제목부터 멜로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드라마가 12월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고수의 얼굴을 볼 수 있겠군요. 더불어 '환상의 커플' 이후로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한예슬도 이번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크눈올' 첫방송은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인데다가 제목부터가 너무 소녀적인 감성을 드러내고 있기에 그저 말랑말랑한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낭만적인 분위기 안쪽에 상당히 거칠면서도 어두운 감성을 품고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남주인공의 아역은 비교적 생소한 얼굴의 신예 김수현이, 여주인공의 아역은 '선덕여왕'의 어린 덕만으로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
'미남이시네요' 최종회에서 결국 제가 바라던 대로 아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졌습니다. 모화란(김성령)의 이기심과 집착으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해야 했던 부모 세대의 사랑은, 아이들의 세대에 와서 더없이 순수한 고미녀(박신혜)의 희생과 용기로 인해 행복한 화해로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비극의 씨앗은 모화란, 그녀에게서 탄생되었습니다. 자기가 사랑하기만 한다면 그 누구도 자기를 버릴 수 없을 거라고 믿은 그녀의 무모한 자신감은, 결국 그녀가 사랑한 사람과 그녀 자신을 깊은 불행에 빠뜨렸습니다. 그렇다 해도 미남과 미녀의 아버지인 작곡가 고재현의 죽음이 모화란 때문이라고까지 한다면 너무 심하게 몰아가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다만 모화란의 집착으로 인..
'미남이시네요' 12회에서 황태경(장근석)이 고미남(박신혜)에게 정식으로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을 허락해 준다" 며 기상천외하고도 거침없는 사랑고백을 하였기에 앞으로 우리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화란(김성령)이 다시 한 번 자기 입으로 분명히 밝혔듯이, 이 아이들은 결코 남매가 아닌 것도 확실하구요. 미남을 항상 뒤에서 지켜보며 가슴앓이하던 강신우(정용화)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것이 서브남의 정해진 운명이니 피할 수는 없겠지요. 제가 지금껏 '미남이시네요' 관련하여 몇 개의 포스팅을 하였지만, 언급하지 않았던 한 개의 중요한 소품이 있습니다. 물론 3천원짜리에서 10만원짜리로 둔갑한 머리핀도 중요한 소품이었지만, 제 생각에 그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
우리의 금발머리 깨방정 왕자님 제르미(이홍기)가 드디어 고미남(박신혜)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형들은 모두 일찌감치 알고 있던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된 제르미... 형들이 여자인 미남이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저마다의 활약을 펼치는 동안, 홀로 자기의 성적 취향에 대한 물음표에 휩싸여 고민만 하고 있었던 불쌍한 제르미... 그의 괴로웠던 시간들을 돌이켜본다면 당연히 화가 나야 마땅한 일입니다. 사실 그 동안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제르미를 보면서 떠올렸던 캐릭터는 '커프'의 공유였습니다. 남장을 하고 있는 여주인공에게 점점 빠져들어가면서 "내가 이런 놈이었나?"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지요. 주변 사람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그 혼자서만 모른다는 설정도 비슷했구요. 공유가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