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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드디어 내가 김주원에게 마음을 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시크릿 가든

'시크릿 가든' 드디어 내가 김주원에게 마음을 열다

빛무리~ 2010. 12. 1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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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 걸렸습니다. 총 20부작 드라마의 절반을 훌쩍 넘어, 무려 11회의 엔딩 장면에 가서야 제가 드디어 이 드라마의 히어로 김주원(현빈)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군요. 그렇다고 남들처럼 현빈앓이에 동참하게 된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껏 대책없는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던 김주원이 심상찮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 옵니다. 어쩌면 그 동안 김주원에게 빠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마음을 더 닫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군요. 그는 너무 매력적인 남자인데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소년처럼 외로운 자아를 지녔습니다. 못된 성질도 못된 말버릇도, 차분히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부러 김주원에게 몰입하지 않으려 하며, 철저히 여주인공 길라임(하지원)의 입장에서만 그를 바라보려 했습니다. 라임이가 조금씩 주원이에게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서도, 굳이 아직은 아니라고 부인하며 그 시기를 늦춰 왔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여자가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이 남자가 자기를 진짜로 사랑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몰라서 갈팡질팡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여자로서는 저절로 연민의 정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성격 빼고) 모든 것을 완벽히 다 갖춘, 김주원처럼 잘난 남자라면야 오죽 더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남자와 일단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여자가 처음부터 하나씩 가르치면서 이끌어 가야 합니다. 이 남자는 생전 남의 입장을 배려해 본 적도 없고, 남에게 머리를 숙여 본 적도 없고, 남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본 적도 없습니다. 사랑에 빠졌다고 해서 그런 생활 습관이 단번에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자는 그의 곁에서 하루에도 수차례씩 상처를 받을 것이고, 그러면서도 꾹 참고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겁니다. 사랑을 지속하려면 그래야 하니까요.


두 사람만의 관계라면 좀 낫습니다. 그런데 길라임은 김주원을 힘들게 가르치면서 사랑을 이끌어감과 동시에, 그 어머니의 앙칼진 공격까지 받아내야 합니다. 김주원이 나름대로 방어를 해 주겠지만, 역시 방법면에서 어설프기 때문에, 11회 초반에 나왔던 그 장면처럼 오히려 어머니보다 자기가 더 큰 상처를 주는 일도 허다할 것입니다. 자기가 막말을 던짐으로써 여자의 마음에 새겨졌을 상처는 생각지 않고 "그 자리에서 네 편을 들어야겠니? 그게 어머니를 더 화나게 하는 일이라는 걸 몰라?" 이런 식으로 자기 입장에서만 입바른 소리를 하는 식이지요. 대체 뭐가 잘못되었는지조차 그는 인식을 못합니다. 마음 속 의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외적인 표현 방식인데, 김주원은 무조건 상대방이 자기의 마음 속 의도만을 보고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매사에 고집 세고 자신만만한 이 남자는 정말 가르치기 힘든 스타일의 제자입니다.

아찔하게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런 남자와의 사랑은 상상만 해도 너무나 힘들고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빠져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런데... 결국 김주원이 정식으로 항복을 외치고 무릎을 꿇었으니... 지금껏 애써 차갑게 외면해 왔던 것도 소용없게 되었네요.

저는 그 동안 김주원의 심리에 몰입하면 할수록, 자기 안에 처음으로 스며든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애태우는 심정이 그대로 느껴져서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그런데 오스카(윤상현)만 나오면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는군요. 아, 윤슬(김사랑)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예외로 해야 합니다. 오스카는 대인관계의 달인이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재주를 타고났지만, 유독 진짜로 사랑하는 윤슬 앞에서는 매듭을 풀지 못하고 갈팡질팡 헤매는군요. 역시 누구에게나 제 머리 깎기는 힘든 것인가봐요.


하지만 길라임이 오스카와 함께 있을 때는 아주 양상이 다릅니다. 주원의 어머니에게 불려가서 상처받았을 라임을 걱정하며 괜찮냐고 묻는 오스카에게, 김주원은 "지나간 얘길 뭣하러 해?" 라고 틱틱거렸죠. 그러자 오스카가 맞받아 칩니다. "너야 지나간 일이지. 너야 오늘이 오늘이지만, 라임씨는 오늘도 내일도 어제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 평창동 집 거실에 서 있다구!"

솔직히 제가 개인적으로 '시크릿 가든' 11회 중 최고의 대사로 치는 것은 바로 오스카의 저 말입니다. "내가 너의 인어공주가 되겠다"는 김주원의 말보다,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헤아리는 오스카의 저 말이 저에겐 더 감동적이었어요. 상처를 준 사람은 금세 잊어버려서 어제의 일은 어제로서 완벽히 끝났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한, 오늘도 내일도 1년 후에도, 상처받은 그 날 그 장소로 돌아가 서 있게 되는 법이거든요. 자기가 받은 상처도 아닌데, 타인이 받은 상처를 저만큼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 남자라니, 오스카의 매력은 결코 김주원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저는 힘든 사랑보다 편안한 사랑이 더 좋거든요.

그런데 오스카의 어머니가 나서서 김주원으로부터 백화점 경영권을 빼앗아 오려고 작업을 시작했으니, 일과 사랑을 사이에 두고 사촌형제간의 알력은 더욱 심해질 예정입니다. 오스카는 자유로운 음유시인의 이미지라서, 어울리지도 않는 경영권 분쟁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랬는데, 역시 주변에서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군요. 게다가 윤슬은 또 무슨 생각에서인지 김주원의 어머니에게 접근하고 있으니, 4각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네요.


사랑을 이유로 끝없이 이기적인 자기 방식대로만 접근하는 김주원에게, 길라임은 지쳐 버렸습니다. 심지어는 김주원은 자기 마음대로 그녀의 인간 관계를 헤집어 놓기까지 합니다. 그녀에게는 가장 좋은 선배이며 친구이며 가족과도 같은 감독 임종수(이필립)에게 가차없이 상처를 주고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김주원을 보며, 길라임은 조금이나마 그를 향해 끌리던 감정마저 끊어내려 합니다. "세상엔 모르고 살면 행복한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나한테는 그쪽이 그 중 하나인 것 같아." 길라임의 착한 성품으로 봤을 때, 누군가를 면전에 두고 진지한 얼굴로 저렇게 말한다는 것은, 벌써 그녀의 마음이 차갑게 돌아섰다는 뜻입니다.

똑똑한 김주원이 그 눈치를 못 챘을 리 없건만, 사랑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이 남자는 점점 더 바보같은 방식으로 무리수를 두기 시작합니다. 길라임의 단짝 친구 임아영(유인나)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라임과의 식사 자리를 마련해 보려 했는데, 어이없게도 임아영은 라임이 아닌 다른 친구를 데리고 나오는 바람에 김주원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요.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무조건 자기를 외면하는 길라임을 만나기 위해, 급기야 재벌3세 김주원은 그녀의 초라한 집 앞에 서서 대책없이 몇 시간을 기다리는 지경에 이릅니다.

마침내 길라임과 마주치자 김주원은 속사포처럼 그녀를 몰아붙이기 시작합니다. "너는 뭐 그렇게 잘났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어? 왜 나만 이래? 왜 나만 이러냐고?" 자기 혼자만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때문에 김주원은 분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지금껏 어떤 여자에게도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아무리 흥분하고 언성을 높여봤자 길라임은 까딱도 하지 않습니다. 나직한 목소리로 "이런 또라이" 라고 대꾸하며 차갑게 바라볼 뿐입니다. 그러자 김주원이 또 외칩니다. "그래, 나를 또라이 만든 게 바로 너라니까! 그런데 너는 멀쩡하게 밥 먹고 액션스쿨 가고 오스카 만나고, 네 일상은 하나도 흔들리는 게 없는데, 심플하던 내 일상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야. 난 그게 너무 억울하고 약오른다구!"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고금의 진리를 이제서야 왕자님이 깨닫게 되셨으니 축하할 일입니다. 길라임은 여전히 차갑게 되묻는군요. "그래서 뭐 어쩌라구?" 그에 대한 김주원의 대답은 과연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 오만한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뭐든 해 볼 생각이야. 남의 집 앞에서 누군가를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이런 멍청한 짓까지 포함해서 말야... (뭐?) 그쪽은 추호도 인어공주 될 생각 없잖아. 그래서 내가 너의 인어공주 하려구... 네 옆에 없는 듯이 있다가 거품처럼 사라져 주겠다구... 그러니까 난 지금 너한테, 대놓고 매달리고 있는 거야."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미남이시네요'의 한 장면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고미녀(박신혜)를 향해 "네가 날 좋아하도록 허락해 주마!" 라고 말하던 오만한 황태경(장근석)이, 사랑의 아픔을 실컷 겪은 뒤 마지막회에 가서는 "내가 널 좋아하도록 허락해 줘!" 라고 애원하는 사람으로 변화되었던 그 장면이었습니다. 사랑 앞에서 오만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기에, 몸에 배었던 오만을 버리고 자기를 숙이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더욱 큰 감동이 밀려듭니다. 아주 서툴게, 처음으로 사랑에 무릎을 꿇고 용감히 자기를 그 안에 던지는 사람을 보면 너무 예뻐서, 차마, 절대로 외면할 수가 없네요. 이렇게 저는 드디어 김주원에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어쩌면 좋습니까?
저도 이제 꼼짝없이 길라임과 함께 힘들고 아픈 사랑을 시작하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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