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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운명을 바꾼 '신비가든'의 여주인은 누구였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시크릿 가든

'시크릿 가든' 운명을 바꾼 '신비가든'의 여주인은 누구였을까?

빛무리~ 2010. 11.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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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김주원(현빈)과 길라임(하지원)의 영혼이 뒤바뀌게 된 '시크릿 가든' 5회는 참으로 흥미진진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현빈앓이'에 동참하고 있을 때, 그에 몰입하지 못한 저는 속으로 혼자 외로워하며 오스카(윤상현)의 줄어든 분량만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이제 주인공들이 일생일대의 대혼란과 변화의 시기를 겪으면서 스토리가 급물살을 타게 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요절복통할 로맨틱 코미디를 시청하며 한 주의 피로를 말끔히 털어버릴 수 있을 듯해요.

'시크릿 가든' 5회가 특별히 제 마음에 쏙 들었던 이유는 건조한 현실과 낭만적 동화가 절묘하게 결합된 그 '신비가든'에서의 에피소드 때문이었지만, 그 이야기는 살짝 뒤로 미루고 제가 원래 좋아했던 오스카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윤슬(김사랑)과도 같은 함량미달의 여자를 오스카가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슴을 치고 싶을 만큼 답답한 일이지만, 알고 보니 윤슬의 마음속에도 오스카의 그림자가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더군요.


지금 겉보기에 윤슬은 자기에게 합당한 결혼 상대자로 김주원을 점찍은 뒤 자신만만하게 대쉬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김주원을 남자로서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군요. 김주원이 길라임을 앞에 두고 했던 말들은 이제껏 윤슬이 겪어본 적 없는 모욕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충분했습니다. 라임을 가리켜 "내 평생 가장 어렵게 밥 한 끼 먹는 여자"라는 둥, "성질있는 여자라 그냥 가버릴까봐 조마조마하니, 당신은 더 이상 말 걸지 말고 꺼지라"는 식의 말로 대놓고 윤슬을 개무시했으니까요.

그러나 윤슬의 반응은 아주 쿨했습니다. 속으로는 열받으면서 겉으로만 쿨한 척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김주원이 어떤 여자와 뭘 하든 별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는 것입니다. 윤슬의 태도에서는 김주원이 결국 자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높은 콧대와 자신감이 엿보였습니다. 길라임 때문에 상처받기에는 너무도 견고한 우월감이었어요. 어차피 그녀에게 사랑과 결혼은 별개니까, 김주원과 결혼할 수만 있다면 그 남자가 누구를 사랑하든 상관없었지요.


그리고 윤슬은 아직도 자기를 사랑하는 오스카를 만나, 자기가 주원과 결혼하면 어차피 가족이 될텐데 지금처럼 어색하게 지낼 수는 없으니 다시 친해지자고 합니다. 그녀의 뻔뻔한 제안에 화가 치민 오스카는 엉겁결에 길라임을 가리켜 자기와 만나는 여자라고 말했지요. 그러자 놀랍게도 담담하던 윤슬의 눈빛이 여지없이 흔들리더군요. 이제껏 그녀에게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거짓말! 오빠 취향 아니야, 그 여자!" 눈앞에서 김주원이 적극적으로 라임에게 대쉬할 때는 코웃음만 치고 있던 그녀이건만, 최우영이 라임과 만난다고 하니까 진짜 화난 듯 보이더군요. 윤슬의 속마음은 누가 보더라도 자명했습니다. 그런데 사촌형을 사랑하면서 사촌동생과 결혼하겠다는 이 여자는 완전 대놓고 비호감이네요. 여주인공 길라임을 빛내 주기 위한 캐릭터라 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자, 드디어 본론입니다. 미꾸라지 윤슬의 흙탕물 작전에 제대로 휘말린 오스카는 느닷없이 김주원에게 산악 자전거 경주를 제안합니다. 네가 이기면 이천의 넓은 집(아마도 대저택 '시크릿 가든'을 의미하는 듯)을 모조리 내어 주고 이사갈 테니, 내가 이기면 길라임을 양보하라는 것입니다. 윤슬을 자극하기 위해, 또 그녀가 남편감으로 선택한 김주원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길라임을 이용하려는 오스카의 태도는 좀 실망이었어요. 어쨌든 사촌 형제의 경주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김주원은 결코 라임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지만, 대놓고 걸어오는 시합을 거절하기엔 오스카에 대한 승부욕과 자존심이 너무 컸지요.

그런데 우리의 오지랖녀 길라임이 또 그들 사이에 끼어듭니다. 평소 오스카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와 함께 자전거를 달리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내기를 걸고 하는 시합이라니 자기가 이길 경우 팀에서 제외된 자기를 오스카의 뮤비에 참여시켜 달라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길도 잘 모르면서 형제의 뒤를 쫓아가던 라임은, 경주 중간에 비뚤어진 팻말을 보고 길을 잘못 들게 됩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오스카와 달리, 쫓아오지 않는 라임이 신경쓰여서 계속 뒤를 돌아보던 주원의 모습은 약간 감동적이었어요. 결국 승리는 오스카에게 돌아갔지만, 무전기를 통해 라임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한 주원은 승패에 신경도 쓰지 않고 그녀를 애타게 찾아 헤맵니다.


이상한 일은 바로 그 비명소리부터 시작되었어요. 길을 잃긴 했지만 조금도 다치지 않고 멀쩡한 라임은 결코 무전기에 대고 비명을 지른 적이 없다는데, 대체 그것은 어디에서 난 소리였을까요? 어쨌든 김주원은 숲속에서 그녀를 찾아냈고 함께 길을 찾아 헤매다가 참으로 이상한 곳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적도 없고 만들어진 길도 없는 그 깊은 산속에 웬 식당이 있는 거예요. '신비가든'이라는 이름부터가 신비합니다. (순간적으로 '헨젤과 그레텔'이 떠올랐다는..;;) 그러나 더욱 신비한 것은 형형색색으로 담궈져 진열된 술병들이었고, 그보다 더 신비한 것은 주인 아주머니(김미경)였어요. 

김주원의 접시에 백숙을 듬뿍 덜어주던 아주머니는 느닷없이 그에게 "어디 아픈 곳은 없냐?"고 묻더군요. 암이나 백혈병에 걸린 것은 아니냐면서 말이에요. 이렇게 생뚱맞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더니 길라임에게로 시선을 돌려 한참을 그윽하게 보더니 천천히 말하는군요. "아가씨는... 반갑네... 참 반가워." 확실히 뭔가 이상합니다. 라임과 아주머니 사이에는 무슨 선문답과 같은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라임 : 술 담그는 거 좋아하시나봐요? / 아주머니 : 유일한 취미지. / 라임 : (반가워하며) 우리 아빠 취미도 술 담그시는 거였는데... / 아주머니 : 담그는 것보다는 마시는 게 좋았지. / 라임 : 네? / 아주머니 : 반주 좋아하지? 딱 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마셨겠는데... / 라임 : 어, 어떻게 아세요? 저 고등학교 때 반주로 술 배웠거든요. 아빠한테...

여기서 잠시 김주원이 끼어듭니다. 주원 : 뭐? 언제 술을 배워? 고등학생이 술을 마셨단 말야? / 라임 : 반주가 술이냐? 약이지... (아주머니를 향해) 저 술도 몸에 좋은 약술, 뭐 그런 거예요? / 아주머니 : 약술이지. 우리 딸 살릴 약술... / 라임 : 따님이... 어디 아프세요? / 아주머니 : 그럴 운명이라네...


아주머니의 기색이 하도 심상치 않아서 과연 김주원과 길라임이 '신비가든'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잠시 염려했는데, 잠시 후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택시를 불러 타고 숙소인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아주머니가 선물한 두 개의 예쁜 술병을 들고 말이에요. 길라임이 노란 빛깔의 술을 오스카에게 선물하겠다 하자, 술에 관심도 없던 김주원은 기를 쓰고 그것을 빼앗아 자신이 가집니다.

무술감독 임종수(이필립)와 얽히면서 다시 한 번 라임과 티격태격한 주원은, 순간적인 질투심에 못이겼던 탓인지 호텔방에서 원래는 마실 생각도 없었던 그 문제의 술을 혼자 들이킵니다. 그 시간에 라임 역시 찜질방에서 훈제계란을 안주삼아 자기 몫으로 가져 온 붉은 빛깔의 술병을 기울이고 있군요. 두 사람이 동시에 그 정체불명의 술을 마시는 순간, 하늘에서는 심상치 않은 천둥번개가 쳤고 모든 것은 달라졌습니다. 두 사람의 영혼이 뒤바뀌어 버린 거예요. 다음 날 아침, 김주원의 몸 속에 들어간 길라임은 호텔 침대에서 오스카의 곁에 누운 채, 그리고 길라임의 몸 속에 들어간 김주원은 허름한 찜질방에서 웅크린 채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 모든 일은 '신비가든'의 그 신비한 여주인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결코 우연이 아니라 그녀가 의도적으로 꾸민 일임을 알 수 있었지요. 그런데 어떻게 그 아주머니는 길라임의 죽은 아버지가 술을 담그는 것보다 마시는 것을 더 좋아했음을 알았을까요? 어떻게 라임이가 고등학교 때 반주를 통해 술을 배웠음을 알았을까요? 왜 그토록 라임이를 반가워했으며, 왜 김주원에게 몸이 아픈 곳은 없느냐고 물었을까요? 그리고 왜... '우리 딸을 살릴 약술'이라고 말했을까요?

'시크릿 가든' 홈페이지의 인물 소개에도 길라임의 어머니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소방관이었는데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소개가 나와 있지만, 이상하게 어머니에 대해서는 한 줄의 소개도 없었어요. 왜 그럴까요? 하다못해 "아주 어릴 때 어머니를 잃었다" 라는 정도의 말이라도 있을 법한데 말이지요. 오히려 그녀는 너무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숨겨두었던 게 아닐까요? 저는 '신비가든'의 주인 아주머니가 바로 라임의 어머니였다고 확신합니다.


무전기를 통해 정체모를 여인의 비명소리를 전달해서 김주원을 불러들인 것도 그녀였고, 라임과 주원에게 술을 선물해서 영혼을 뒤바뀌게 한 사람도 그녀였습니다. 이 모든 일은 '딸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그녀가 섬세하게 계획한 일이었습니다. 왜 라임이가 죽을 위기에 처하는지, 주원이와 영혼이 바뀜으로써 어떻게 그 위기를 벗어나는지가 앞으로 전개될 내용이겠지요. 

저는 이런 드라마가 아주 좋습니다. 실컷 웃을 수 있도록 충분한 코믹요소를 지녔으면서도 너무 가볍지는 않은, 내면에는 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 말이에요. 게다가 동화적 환상의 코드가 첨가되어 있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지요. 라임의 어머니는 아마도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딸을 살리기 위해 이 세상에 잠시 돌아온 듯하니 그 자체가 벌써부터 가슴저린 감동입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주말마다 '시크릿 가든'을 기다리는 재미로 살아가게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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