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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게 반했어' 박신혜의 부상 투혼이 가엾어진 이유 본문

드라마를 보다

'넌 내게 반했어' 박신혜의 부상 투혼이 가엾어진 이유

빛무리~ 2011. 8. 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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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기대를 좀 했었습니다. 물론 그 때도 스토리는 너무 유치하고 오글거렸으며 크게 재미있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풋풋하고 상큼한 느낌만으로도 아련한 향수를 즐기며 볼만은 했었어요. 아직은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각자 자신만의 꿈을 키우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이 예뻤고, 오랜만에 보는 대학가의 초록빛 풍경들이며, 정용화 박신혜를 비롯한 젊은 배우들의 비주얼도 참 예뻤습니다. OST도 제 마음에 꼭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좀 어설픈 그 노래들도 오히려 풋풋해서 좋았습니다.

그 예쁜 느낌들에 한동안 젖어 있고 싶어서, 웬만하면 다 좋게 생각하고 그냥 보려 했습니다. 오래 전에 손예진이 주연했던 '여름향기'도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스토리가 꼬여 갔지만, 초반의 상큼함과 풋풋함에 빠졌던 기억만으로 끝까지 보는 데 성공했었거든요. 하지만 요즘 저는 '넌내반'을 기껏 다운받아 놓고도 내키지 않아서 계속 안 보다가, 그 다음 주의 방송 날짜가 될 때까지 컴퓨터의 용량만 차지하고 있는 파일을 보며 지울까 말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써서 보려고 해도 너무 재미가 없어서 말이죠..;;

역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감대 0%의 밋밋한 스토리 진행이었습니다. 왜 사랑하는지, 왜 화를 내는지... 등장 인물들의 모든 감정과 행동에 아무런 기반이 없고 언제나 황당하게만 느껴지는 겁니다. 이처럼 작가의 역량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는 와중에, 알고 보니 표민수 PD는 4회까지만 연출한 후 다른 PD에게 메가폰을 넘기고 촬영장에서 물러났다더군요.

제작진 측에서는 표PD가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아도 대본과 편집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그의 하차를 부인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하차한 것과 다름없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책임 PD가 연출은 팽개치고 대본과 편집 작업만 한다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그가 대본에 깊이 관여한 게 맞다면 스토리가 이렇게까지 부실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저도 표PD의 하차설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그가 연출하고 대본 작업도 함께 한 드라마를 많이 보았는데 이런 작품은 없었거든요.

이렇게 되니 가엾어진 것은 연기자들입니다. '넌내반'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정용화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드라마 촬영 일정에 맞춰 본업인 가수 활동을 접으면서까지 연기에 올인하는 중입니다. 더우기 여주인공 박신혜는 불과 얼마 전, 결코 가볍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생방송에 가깝게 쪽대본으로 촬영되던 드라마는 불가피하게 한 회분을 결방하고 스페셜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죠.

멀쩡한 모습으로 금방 복귀했길래 다행히 많이는 안 다쳤던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박신혜의 부상은 충분한 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도였지만 물리치료사를 대동하고 다니며 촬영을 강행한 것이었습니다. 어린 배우들은 이렇게 밝고 의연한 모습으로 애쓰고 있건만, 현실은 가혹하군요. '넌내반'은 현재 5.4%의 낮은 시청률을 보이며 공중파 3사의 수목드라마 중 최하위를 기록 중입니다.  

박신혜는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 "표민수 감독님과 꼭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다.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표민수 감독이 중간에 하차해 버린 거라면 내색은 안 해도 실망과 허탈함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사실 박신혜 뿐만 아니라 송창의와 소이현도 표민수 감독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더군요. 처음부터 대본의 부실함이 느껴져서 조금은 망설였지만, 그래도 표PD의 능력이라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입장도 매우 딱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명숙 작가 외에 또 다른 보조 작가가 투입되어 공동집필을 하고 있다는데, 표민수 PD는 왜 복귀하지 않는 걸까요? 작가와의 의견차를 좁힐 수 없다고 판단하여 스스로 포기한 걸까요? 아니면 그 자신은 복귀를 원하지만 무언가 다른 사정이 있는 걸까요? 그 사정이 무엇이든 이토록 열악한 환경이 된 데는 제작진의 무책임을 탓하지 않을 수 없군요.

낮은 시청률로 인한 눈총까지 받으면서 힘겹게 드라마를 책임지고 있는 배우들의 노력만이 안타까울 뿐인데, 그 중에도 이 더운 날씨에 부상입은 몸으로 현장에서 물리치료까지 받아가며 연기 투혼을 벌이는 스물 두 살의 박신혜를 생각하니, 이건 참 어른들이 너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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