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국진 (31)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청춘합창단'의 감동은 날로 더해만 갑니다. 껍데기만 본다면 오디션만 가지고 무려 한 달이나 우려먹는다는 비판이 충분히 가능할만한 상황이지만, 실제로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두 합창단 멤버로 합격시켰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상당수의 지원자들은 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방송에 한 장면도 안 내보내고 그냥 버리기에는 그분들이 가져오신 하나하나의 사연이 너무나도 곱고 절절했기 때문입니다. 심사 자체를 아무 의미 없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던 그 감동을, 촉박한 방송 시간을 이유로 모두 잘라내 버렸다면 오히려 그게 실수였을 거예요. 오래 전에 접어 두었던 꿈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날개짓을 시작했습니다. 뒤늦게라도 꿈을 찾고 싶었지만, 그 어디에 지원하려 ..
'라디오스타'와 같이 독한 컨셉의 토크쇼는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회차마다 그 느낌이 매우 달라집니다. 지난 번 '위대한 탄생' 출신의 백청강과 이태권을 불러다가 스승 김태원의 뒷담화를 하도록 유도심문함으로써 배은망덕(?)한 제자들로 만들었던 방송은 매우 불쾌했는데, 비스트 6명의 무대로 꾸며진 이번 주의 방송은 아주 괜찮았습니다. MC들이 던지는 특유의 독한 멘트들도 이번에는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멤버들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스트의 입장에서는 MC들이 짖궂게 대해주는 것을 오히려 고마워할만한 상황이었지요. 평소 아이돌에게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보니, 비스트 6명을 모두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각종 예능이..
이번에는 저의 예상이 맞을 듯 합니다. 재탕이라는 우려와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자격 - 청춘합창단'은 그 출발부터가 심상치 않군요.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대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그 질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대박을 기대할만하다는 것이 '청춘합창단'의 시작을 지켜 본 저의 소감입니다. 하긴 '남자의 자격'은 원래 조용하고 느릿한 예능이지요. '청춘합창단'은 여러모로 '남격'의 컨셉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었습니다. 오디션 참가자들은 저마다 깊은 사연을 지니고 계셨으며, 한 분 한 분이 모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평생 노래와 함께 살아온 분들이어선지 선량하고 겸허한 인품과 교양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모습들도 보였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빠짐없이 제 글 속에 담고 싶지만 불가능한지라, 가장 깊이 심..
무조건 몸을 혹사시키거나 멤버들을 골탕먹인다고 재미있는 게 아닌데, 요즘 '남자의 자격'은 이상하게 연거푸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주에 대실패로 끝났던 마라톤 몰래카메라카는 이경규의 아이디어였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황당한 발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제 머리에는 "끝까지 완주한 양준혁에게 '몰카였다'고 말해 주면 과연 약올라하고 억울해할까?" 라는 의문이 생겼지요. 어차피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고, 완주한 후에는 메달과 증서가 수여되며 그보다 더 값진 보람도 누리게 됩니다. 그 상황에서 몰카였고 아니고가 중요한가요? 예정대로 성공했다 해도 별 임팩트가 없었을 기획이지만, 그나마 수많은 인파에 밀린 이경규와 제작진은 제대로 몰카를 찍지도 못하고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지요. 덕분에 모든 멤버들이 ..
한 달 후 '나는 가수다'가 본격적으로 새출발을 하면 아무래도 가장 타격을 받는 프로그램은 '남자의 자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방송 시간이 정확히 겹치고, 양준혁이라는 새 카드가 있기는 하지만 폭발적인 화제성면에서 '1박2일'의 엄태웅과 비교할만큼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나가수'에는 연령대가 높은 시청층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 또한 '남자의 자격과 겹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느릿하고 속편한 예능 '남자의 자격'이 무척 좋습니다. 어떤 쪽을 본방사수할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남격'을 외면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번 주에 여섯 아저씨들은 오랜만에 시골집으로 내려가 '귀농'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제작진이 1년 계약에 300만원을 주고 임대했다는 이 시골집은 전북 고창에 있는데, 참으로 정겹고..
'남자의 자격' 귀농 2편은 넉넉한 시골 인심을 흘러 넘치도록 담고 있었습니다. 시골 어르신들은 마치 날개 없는 천사처럼, 새로 이사 온 '남격' 멤버들을 위해 아낌없는 온정을 베풀어 주셨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 감동적인 장면들이 가슴에 편안하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온정이 너무 지나쳐서 그런 것 같더군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적정선을 넘으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니까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유난히 깊은지 다른 멤버들보다 하루 먼저 도착한 김국진은, 미리 수돗가 공사도 해 놓고 덕구와 더불어 신나게 마당을 달리기도 하며 홀로 시골 생활을 만끽합니다. '귀농'은 그의 체질에 딱 맞는 미션인가봐요. 그런데 갑자기 이웃집..
2010년 KBS 연예대상은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이경규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최근 김성민 사건으로 인해 타격이 컸던지라 그 영향으로 좀 어렵지 않을까 염려를 했었는데, 다행히 프로그램의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라던 후보에게 상이 돌아가서 매우 기쁘고 흐뭇합니다. 방송인 이경규를 보면 대한민국 코미디와 예능의 근현대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브라운관에서 그를 보았지요. 지금은 비교적 후덕한 모습으로 변했지만 젊은 시절의 이경규는 이윤석과 비슷할 정도로 굉장히 깡마른 모습이었습니다. 언젠가 주병진과 더불어 콩트를 하던 중에 이경규가 종아리를 맞는 설정이 있어서 바지를 걷어올렸는데, 다리가 얼마나 앙상하던지 주병진이 "아니, 왜 물구나무를 서셨습니..
필로폰 투약으로 구속된 김성민의 얼굴과 목소리가 다시 공중파 방송에 버젓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귀농일기' 편에 대해 약간의 시끄러움이 있는 모양입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기보다는 일부 기자들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에요. 기자는 언제나 이슈에 목마른 직업이다 보니 없는 논란이라도 만들어내고 싶겠지만, 이번에 '남자의 자격' 편집은 공정했습니다. 트집 잡힐 이유가 없었어요. 지난 번 '카메라 여행' 편은 7멤버들이 각자의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김성민의 분량만 통째로 들어내기가 쉬웠으나, '귀농일기' 편은 모두가 함께, 또는 팀을 나누어서 일을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김성민 한 사람의 분량만 모조리 들어낸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습..
김성민의 필로폰 투약과 구속 사건은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습니다. 모두들 그의 잘못된 선택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듯한 '남자의 자격' (이하 '남격')을 염려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그런데 신원호 PD를 비롯한 '남격' 제작진은 예상보다 굉장히 발빠른 대응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 충격적인 발표가 있은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아서 "김성민의 하차는 당연한 수순이며, 이미 촬영해 놓은 5일의 방송에서도 김성민의 분량은 통편집될 것이다. 그를 너무 믿었기에 배신감마저 든다." 라고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 너무 단호하고 시원시원(?)한 그 태도는 또 한 번의 충격이었습니다. 하긴 '1박2일' 제작진이 물의를 일으킨 멤버들을 감싸느라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고금의 명언인 이유는 다름이 아닙니다. 그만큼 살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마련이며, 좀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 중에서도 참으로 답답한 경우가 기껏 상대방을 위해서 호의로 벌인 일이, 정작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 이를 데 없는 고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경우 상대가 좋은 의도로 벌인 일임을 알기 때문에, 속으로는 반갑지 않고 때로는 짜증까지 나면서도 내색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지랖 넓은 상대방은 자신의 '좋은 의도'에 대해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일종의 악순환이죠. '남자의 자격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편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