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남자의 자격' 김성민 논란, 편집은 공정했다 본문
필로폰 투약으로 구속된 김성민의 얼굴과 목소리가 다시 공중파 방송에 버젓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귀농일기' 편에 대해 약간의 시끄러움이 있는 모양입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기보다는 일부 기자들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에요. 기자는 언제나 이슈에 목마른 직업이다 보니 없는 논란이라도 만들어내고 싶겠지만, 이번에 '남자의 자격' 편집은 공정했습니다. 트집 잡힐 이유가 없었어요.
지난 번 '카메라 여행' 편은 7멤버들이 각자의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김성민의 분량만 통째로 들어내기가 쉬웠으나, '귀농일기' 편은 모두가 함께, 또는 팀을 나누어서 일을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김성민 한 사람의 분량만 모조리 들어낸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김성민의 모습을 전혀 화면에 비치지 않게 하려면, 7명이 함께 차를 타고 시골로 달리는 장면도 모두 잘라내야 했고, 한 방에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면도 없애야 했습니다. 더구나 김성민과 한 팀이 되어 집 안 도배를 맡았던 김국진과 이윤석의 경우는, 힘들게 일한 보람도 없이 모든 촬영분이 김성민과 함께 잘려나갔어야 할 판입니다.
그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김성민의 갑작스런 구속으로 인해 그러잖아도 다른 멤버들의 피해가 막심한데, 무슨 죄를 졌다고 대부분의 촬영 장면을 희생해야 한단 말입니까? 더구나 그렇게 한다면 프로그램의 내용 자체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보아하니 나중에 농사지을 것에 대비하여 굴삭기를 운전해 땅을 갈아엎은 것도 김성민의 활약이었던 듯 싶은데, 청천벽력같은 일만 발생하지 않았다면 아주 재미있게 살려낼 수도 있는 부분이었어요. 정말 아쉽더군요. 김성민의 단독샷을 허용할 수 없었기에 멀리서 움직이는 굴삭기의 모습을 비춰주는 것만으로 그 대박씬을 처리해야 했으니, 이번 방송분의 편집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가위질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김성민 때문에 느껴지는 아쉬움이야 말할 수도 없었지만, '남자 그리고 귀농일기' 편은 여전히 기죽지 않은 '남자의 자격'의 위세를 느끼게 했습니다. 가장 '남자의 자격' 다운 프로그램이 또 하나 탄생한 느낌이었어요. 모두가 첨단의 것들만을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 조용히 뒤로 물러서며 오리지날을 추구하는 예능이랄까요. 장장 1년 동안 꾸준히 진행될 이번 미션을 위해 '남격' 제작진은 벌써 1년간의 집 계약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반드시 방송을 위한 것만이 아니더라도, 이제 그들은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칠 때마다 틈틈이 내려와서 몸과 마음을 쉬다 갈 수 있는 전원주택을 갖게 된 셈이었어요.
처음에 당황하던 남자들은 차츰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밀 기대에 부풀고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정진과 윤형빈은 하루종일 대나무를 잘라다가 울타리를 만들었고, 이윤석과 김국진은 집 안 도배를 맡았습니다. 이경규와 김태원은 각종 살림살이를 마련하기 위해 장을 보러 나갔는데, 한 트럭 가득히 짐을 싣고 돌아오는 길에 사진관에 들러 노부부 컨셉으로 기념촬영까지 마쳤습니다. 여성용 한복을 갖춰입은 김태원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국민할매였고, 2대 8 가르마로 멋을 낸 경규옹은 그 곁에서 국민할배라고 불려도 좋겠더군요.
그렇게 마련된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진 옆에 어디선가 얻어 온 달력까지 걸어놓고, 갓 도배한 방 안에서, 새로 조립한 비키니 옷장에, 새로 사 온 방석과 이불까지 깔아놓고 모여 앉은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정말로 한식구 같았습니다. 어쩌면 시골 동네 마을회관에 모인 아저씨들 같기도 했고요. 그 정겨움과 설레임이 그대로 전해져 와서 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하루종일 집을 꾸미면서 그 새 정이 들었는지, 김국진과 이윤석은 며칠 후에 문득 답답하다며 다시 그 곳을 찾아갔습니다. 캄캄한 밤에 마당에 불을 피워서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너무 좋아서,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어렴풋하게나마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을 거예요.
두번째 찾아갈 때는 김국진이 덕구까지 데려왔더군요. 군고구마의 달콤한 향기를 맡은 덕구가 자기도 한 입만 달라고 간절히 입을 내미는데, 선뜻 줄 줄 알았던 김국진이 의외로 모른척 하는군요. 잠시 맡아서 키울 때는 무작정 잘해 주더니만 이제 정식으로 아빠가 되었다고 때로는 엄하게 대하기도 하는 걸까요? ㅎㅎ 하긴 먹을 것을 달라는 대로 다 주면 강아지의 건강에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모범적인 견공이 되려면 절제하는 방법도 익혀야지요.
다음 주에는 오랜만에 박칼린과 배다해 등의 그리운 얼굴들을 볼 수 있겠군요. '남자 그리고 송년의 밤' 예고편을 보니 벌써부터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어려운 와중에도 매번 실망시키지 않는 성실한 아이템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전해 주는 '남자의 자격' 이에요. 그래서 저는 너무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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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부문에서 찾아 보시면 빛무리의 이름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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