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박2일' 이승기의 찬란한 미래를 보다 본문
'1박2일 - 6대 광역시 특집 2편'의 주인공은 단연 이승기였습니다. 지난 주에는 오프닝 이후 강호동과 김종민이 미션을 마쳤는데, 이번 주에 미션 수행에 성공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승기 밖에 없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졌지만 이수근의 미션은 아직도 종료되지 않았고, 불쌍한 은지원은 멀리 인천에 홀로 버려진 채 미션을 전달받지도 못했습니다. 좀 이상한 것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은지원에게 먼저 미션을 주었어야 했을 것 같은데 그 순서를 맨 마지막으로 미루었다는 것입니다. 미션을 수행하고 나서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야 하니까 그만큼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텐데 말이에요.
어쨌든 이승기의 활약은 놀라웠습니다. 최근 부산의 상징이라는 이대호 선수와는 평소 안면도 없는 사이였는데, 과감히 통화를 시도하여 섭외에 성공하고 엄청난 방송 분량을 뽑아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이번 광역시 특집은 야구선수 특집이라고 바꿔 불러도 어색하지 않겠군요. 김종민과 은지원을 제외한 3명의 멤버가 모두 예정에도 없던 야구선수들을 만났으니, 이 모두를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한 것도 사실입니다. 대구에서는 양준혁, 광주에서는 이종범, 부산에서는 이대호를 섭외하자고 미리 계획한 느낌이 든다는 말이지요.
무려 3명이나 되는 야구 명사의 섭외가 하나같이 너무 쉽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도 석연치 않고, 남자 혼자 살고 있는 양준혁 선수의 집은 손님 맞을 준비로 미리 청소라도 해 놓은 것처럼 너무 깨끗했고, 모델 뺨치게 아름다운 이대호 선수의 아내까지 갑작스런 TV 출연에 선뜻 응해서 적잖은 시간을 할애해 주었으니, 어쩌면 모든 일이 이토록 딱딱 맞아떨어질 수가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 지난 번 강호동의 제안으로 급작스럽게 섭외되었던 명사 이만기편이 좋은 반응을 끌어내며 대히트를 치자, 이번에도 비슷한 포맷으로 마치 우연인 것처럼 명사들을 대거 초빙하여 상승세를 이어가고자 한 것 같습니다.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1박2일' 제작진으로서는 어떤 극약처방을 해서라도 되살아나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을테니, 미리 계획한 일이었다고 해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런데 귀한 카드를 너무 아낌없이 한꺼번에 남발해 버리지 않았나 하는 우려는 듭니다.
강호동과 양준혁, 이수근과 이종범은 원래 안면이 있는 사이였으니까 자연스럽게 통화를 시도해 볼 수 있었지만, 제비뽑기에서 부산에 당첨된 이승기는 이대호 선수와 전혀 모르는 사이다 보니 하마터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뻔 했겠지요. 그래서 등장한 도우미가 바로 운전기사 아저씨(-_-;;)였습니다. 성실히 업무에 임하고 계시던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대호 선수를 불러 보라고 승기에게 권하는 모습이... 제 눈에만 그토록 이상했던 건가요? 저는 손발이 오글거리도록 어색해 보였는데, 하여튼 어찌어찌 해서 이승기는 부산 114에까지 수소문을 해서 이대호 선수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섭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할 일도 없이 혼자 시간을 때우느라 애먹고 있던 이수근과 은지원에 비해, 이승기는 눈코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이대호 선수를 만나러 달려가는 길에 김종민으로부터 미션을 전달받았거든요. 보수동 헌책방 거리에 가서 희귀본 3권을 구입하라는 것이었지요. 다행히도 이수근의 무등산 팬미팅처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미션은 아니라서, 이승기는 눈부신 속도로 미션을 완수하고 너무 늦지 않게 이대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원스레 뻗어나가는 장외 홈런 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성격의 부산 사나이 이대호 선수는 이승기와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하여 형 아우할 정도로 친해졌고, 미션을 완수한 이승기가 베이스캠프인 대전으로 떠나기 전에 일부러 귀한 저녁시간을 내어 부산의 명물인 조개구이 맛집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까지 합석했던 만찬의 자리는 소박하면서도 더없이 따뜻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대호 선수와의 만남이 있기 전에, 미션을 수행하면서 보여준 이승기의 인품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아주 작은 일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이승기라는 사람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저는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각종 희귀한 고서들이 집결되어 있다는 부산 보수동의 헌책방 거리에서 이승기가 구입해야 할 책들은 '어린왕자', '공포의 외인구단 1권', 그리고 '현진건의 단편집 초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미션 내용을 보는 순간, 저는 생각햇습니다. "다른 두 가지야 그렇다 치고, 현진건의 단편집 초판이라면 거의 문화재에 준하는 가치가 있을텐데, 그 책을 미션으로 구입해서 과연 어떤 용도로 사용하려는 것일까? 설마 아무렇게나 팽개치지는 않을 테고, 혹시 제작진 중 누군가가 한국 근대문학에 큰 관심이 있어서 그 책을 갖고 싶어했던 것일까?"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한때나마 국문학도였던 저로서는 상당히 궁금하고 관심이 끌리는 점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승기는 별로 어렵지 않게 그 책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보수동 책골목은 정말 신비로운 곳이었어요. 비록 화면을 통해서나마 그 유명한 현진건의 '빈처'가 실려 있는 단편집 초판을 제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저는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이승기는 제작진을 향해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했습니다. 단지 미션 수행을 위해서 구입하기에는 너무도 귀한 책이니, 누군가 정말로 필요한 분이 가져가실 수 있도록 양보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지요. 제작진은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여, 인증샷만으로 이승기의 부산 지역 미션을 통과시켜 주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다른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게 마련이며 좀처럼 남의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배려심을 키우기 위해 오랫동안 수련을 거듭한다 해도 역지사지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은 시절에는 이기적인 삶을 살다가 차츰 세상과 부딪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을 알게 됩니다. 심지어는 이 시대 최고의 착한 MC이며 배려의 대명사인 유재석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는 그렇지 못했었다는 일화가 몇 가지 전해 내려오고 있지요.
그런데 약관 24세의 이승기는 벌써 그것을 할 줄 압니다. 자기 주변의 사람만 위하는 것이 아니라, 생판 모르는 타인의 입장까지 자연스럽게 배려할 줄을 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능력입니다. 미션의 대상이 되는 물건을 찾아냈으면 잽싸게 값을 치르고 구입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어차피 자기는 미션만 수행하면 되는 거니까 그 책이 나중에 어떻게 되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승기는 그 희귀한 책을 정말로 간절히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꼭 있을 거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고, 누군지 모르는 그 사람을 위해서 자기는 구입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100% 이승기의 선택이었고, 제작진과 더불어 미리 계획한 상황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제작진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거든요. 아주 짧게 스쳐 지나간 장면이었지만, 이승기의 그 선택은 '1박2일 - 광역시 특집'에서 가장 진한 감동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고맙고 기특한지, 제 눈에는 갑작스런 눈물마저 맺혔거든요.
지지난 주였던가, 멤버들이 모두 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스탭들이 몰려와 식사를 시작하는데도 꿋꿋이 홀로 상 앞을 지키고 있던 이승기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넘쳐나는 젊은 식욕 때문에 스탭들 몫의 음식까지 탐했다고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사실은 스탭들을 위해 고기를 잘라주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루종일 이어진 촬영으로 녹초가 되었을 텐데,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젊다지만 얼른 들어가 눕고 싶었겠지요. 하지만 최고의 인기스타 이승기는 기꺼이 자기를 희생하여 스탭들을 위해 봉사까지 해 주었습니다.
노래와 연기 등의 재능도 재능이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인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승기는 아직 어린 나이에 벌써 저 정도의 인품을 지녔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해 나갈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군요. 그는 정말... 놀라운 사람입니다. 그의 앞에 펼쳐질 찬란한 미래를 저는 미리 보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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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부문에서 찾아 보시면 빛무리의 이름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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