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위대한 탄생' 김태원의 인간미, 빛을 발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 김태원의 인간미, 빛을 발하다

빛무리~ 2010. 12. 11. 06:33
반응형






'위대한 탄생' 3회는 뉴욕과 한국에서 열린 오디션을 적절히 편집하여 구성되었습니다. 지난 주 일본 참가자들의 수준이 너무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았기 때문에 오늘은 별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마치 뒤통수라도 치듯 뉴욕과 한국의 참가자들은 모두 상상 그 이상의 수준을 보여 주었습니다. 훌륭한 실력으로 노래를 잘 하거나, 그 정도 실력은 없더라도 심금을 울리는 진정을 담아서 눈물겹게 열창하거나, 신선하고 독특한 음색으로 귀를 사로잡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요절복통할 정도로 웃기거나... 참가한 모든 팀이 제각각 좋은 점을 갖추고 있더군요. 결과적으로 방송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만 만들어 준다면 '슈퍼스타K'의 아류작이라는 비판도 쑥 들어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감동은 초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의 19세 청년 데이비드 오(오세훈)는 아주 평범하고 얌전한 외모를 지녔는데, 상당한 수준의 노래솜씨와 음악성을 지녔더군요. 저는 그의 맑고 신선한 목소리를 들으며 순식간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방시혁은 왜 또 스타일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는지... 어떻게 보면 지금에야 옷 입는 것도 어설프고 촌티가 흐르는 게 당연한 일인데, 차츰 훈련시켜서 만들어가든가 나중에 스타일리스트를 붙여 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디션 자리에서 계속 옷차림을 지적하는 게 저로서는 이해되지 않았어요. 방시혁은 옷차림도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하나라고 주장하지만, 제가 보기엔 어디까지나 2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생각되었거든요. 어쨌든 데이비드 오는 뉴욕 오디션의 첫 합격자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인상적이었던 출연자로는 고전적인 허스키 음색으로 열창했던 이동미, 한림대학생 듀오 김한준과 이인세, 아메리칸아이돌 출신의 폴김, 서태지의 노래를 독특한 창법으로 불렀던 허지애 등이 있었습니다. 이들 뿐만 아니라 3회 방송분에 등장한 출연자들은 한 팀도 버리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 좋았어요. 아직 프로의 세계로 접어들지 못했기에 아마추어의 순수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그들은, 과연 음악의 본질이 무엇인지, 음악이 얼마나 황홀하고 좋은 것인지를 새삼 절절히 깨닫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뉴욕 오디션에서는 5명의 멘토 중에 포함되지 않은 특별 심사위원이 두 명이나 등장했습니다. 윤상과 조피디... 그리고 일본에서는 걸그룹 '카라'가 특별 MC를 맡았었는데, 뉴욕에서는 f(x)가 그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주 예고편을 보니 태국 오디션에서는 아마도 '2PM'이 이어받을 모양이더군요. 정말 공중파의 위력이란 대단합니다. 오랫동안 브라운관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정통 뮤지션들을 이렇게 많이 불러다가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현재 최고의 위치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들을 몇 팀이나 데려다가 이 나라 저 나라에 보내서 MC 노릇을 하게 만드니 말입니다. 엄청난 물량공세로 이루어진 것임을 충분히 짐작은 하지만, 일단 너무나 화려한 출연진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 화려한 인물들 중에서도 '위대한 탄생' 3회에서 제 눈과 마음을 가장 뜨겁게 사로잡은 사람은 바로 국민할매 김태원이었습니다. 방시혁은 오늘도 변함없이 독설을 풀어놓았고, 김윤아는 섬세한 이미지와 달리 심사에는 엄격한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김태원은 그들 사이에서 연장자다운 포근함으로 '착한 심사위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슈퍼스타K'와 비교한다면 엄정화의 역할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확실한 차이점은, 웬만하면 다 좋다고 해주는 듯해서 좀 객관성이 결여되지 않았나 싶었던 엄정화와 달리, 김태원은 매번 아주 객관적인 심사평을 내리면서도 참가자의 내면까지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었어요.


참 이상한 일이지요. 연극배우 출신의 참가자 손진영을 바라보는 김태원의 따뜻한 눈빛은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었는데도 아주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1년 전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돌아가신 후, 그 충격으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방황하다가 노래를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는 손진영의 노래는 심금을 울리도록 애절했지요. 아마추어인 제가 듣기에도 객관적인 그의 노래실력은 sorry 수준이었으나, 김태원은 "한 번 더 듣고 싶다"며 기꺼이 왕관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물론 김윤아와 방시혁의 반대로 손진영은 탈락하고 말았지만, 김태원은 노래의 테크닉보다 그 안에서 전해지는 마음을 더 깊이 받아들인 것이었습니다.


우락부락한 외모의 20살 청년 이태권에게도 김태원은 아낌없는 배려심을 베풀었습니다. 역시 다듬어지지는 않았으나 가슴으로 느낌을 전달할 줄 아는 그 능력을 높이 평가해서, 내가 직접 가르쳐보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지요. 망설이던 방시혁은 김태원의 그 제안을 듣고 왕관을 선택했으며, 그래서 이태권은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 박사과정의 김상경을 탈락시킬 때에도 김태원은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멘트를 잊지 않았습니다. "공부 잘 하고 잘 생기면 기분이 어때요?... 뭐 하나 못하는 것도 있어야죠." 심사위원이 저렇게 참가자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장점을 높여 주니, 탈락한다 해도 상처는 깊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또한 허스키한 목소리의 이동미에게는 20년 전에 끊어졌던 여가수의 계보를 이어갈만한 음색을 지녔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겨우 18살짜리 고등학생들이 "나이는 먹어가는데 이룬 게 없다." 며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자 "나는 40이 넘어서야 음악을 조금 알 것 같다. 음악은 굉장히 넓은 것이다."라고 부드럽게 조언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애늙은이 같은 저 녀석들 진짜 웃겼어요..ㅎㅎ)

김태원은 참가자들을 물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한편 스승으로서 선배로서, 음악의 길을 걷고자 하는 어린 후배들을 진심으로 아끼며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의 표정과 목소리, 손짓 하나하나에서 우러나는 것은 지극한 따스함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동안 '남자의 자격'을 지켜보면서 김태원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감동을 받은 적도 많았군요. 얼마 전, 유기견 '깜돌이'를 입양 보낼 새 주인을 찾으면서 그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깜돌이는 쉽게 마음을 열지는 않지만 일단 친해지면 누구보다 의리있을 녀석입니다. 제가 기타를 쳐 주면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잠을 잡니다. 혹시 깜돌이가 잠을 이루지 못할 때는 언제라도 저를 불러 주십시오. 제가 기타를 들고 가서 쳐 드리겠습니다." 물론 100% 진심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저렇게 배려하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김태원은 참으로 좋은 뮤지션일 뿐 아니라,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지난 시절, 오랜 방황과 아픔이 있었기에 이토록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위대한 탄생'을 통해 다시 한 번 그의 정다운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저는 무척이나 기쁩니다.


* 2010 view 블로거 대상  ← 여기를 눌러서 투표에 참여해 주세요. 
문화연예 부문에서 찾아 보시면 빛무리이름도 있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