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황수정, 복귀하지 말고 행복한 인생 살아라 본문
영화 '여의도'로 복귀한다는 황수정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인터뷰 기사 전문) 읽는 내내 쓴웃음만 입가에 맴돌더군요. 기사의 서두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음, 이건 결국은, 남녀 문제다. 남녀 문제에, 제3자가, 판관 노릇 하는 것처럼 같잖은 짓도 없다." 저는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묻고 싶어지더군요. 만약 당신의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른 데다가 전재산을 그 애인의 명의로 몰래 빼돌려 놓은 후 당당히 이혼을 요구한다면 (이것은 실제로 저의 친한 언니가 겪으신 일입니다) 과연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하고 말입니다. 남녀 문제에 제3자가 판관 노릇 하면서 참견하는 것은 같잖으니, 주변의 모든 사람이 네가 알아서 하라고 나몰라라 하면 만족하겠는가 묻고 싶었습니다.
단지 사랑했을 뿐인데 왜 남들이 왈가왈부하느냐고 항변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입장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상처를 받은' 입장에 있는 사람은 저런 말을 하지 않더군요. 억울함에 미치고 숨이 넘어가기 일보직전인데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서러운 일이 있을까요?
"인터뷰를 꼭 해야 하는 이유가 뭐가 있나요?" 황수정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저한테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사생활에 대한 거잖아요. 제 연기나 일에 관한 평가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데, 저 개인에 대해선 꼭 답해 드릴 의무가 없으니까." 그야말로 브라보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인터뷰를 안하면 될 게 아닌가요? 결국 인터뷰에 응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 거북한 이야기만 쏙 빼놓기 위해 멋지게 연막을 치는군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복귀고 뭐고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면서, 저렇게 독야청청(?)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부르짖으면 자유로울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걸까요?
그녀의 말에 이어서 기자는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속물적 호기심도 집단화되면 절로 공중의 알 권리가 되느냐고, 이리 대놓고 항변하는 연예인, 진작 보고 싶었다." 속물적 호기심이라... 대중에게 그런 속성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데 하루에도 홍수처럼 쏟아지는 각양 각색의 흉칙한 카더라 통신 때문에 오히려 짜증나고 숨이 막힐 듯 합니다. 하지만 눈 감고 귀 막고 사는 것도 아닌데 저절로 보이고 들리는 기사를 어떻게 모를 수 있겠습니까?
사실이 아닌데 거짓 보도를 통해 세상에 루머가 퍼졌다면, 목숨 걸고 해명을 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지금 병역비리 의혹에 휩싸인 박해진 측에서 강력대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기가 떳떳하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해명을 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그 자신을 위해서나, 이 세상을 위해서나, 그를 사랑해 주었던 팬들을 위해서나 백번 천번 옳은 일입니다. 그런데 사생활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뻔한 말로 해명을 피하는 건, 결국 떳떳하지 못해서 할 말이 없다는 뜻 외에 뭐가 더 있겠습니까?
"그런 이야기 한다고 뭐가 달라졌겠어요. 누가 믿었겠어요." 라는 말로 침묵을 정당화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10명 중 1명은 믿어 주거든요. 숫자가 적다고 무시할 것이 아닙니다. 진실한 해명이라면 아무리 소수라도 믿어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고, 그들을 통해서 천천히 진실이 파급되어 가는 것입니다. 악의를 품고 믿지 않는 사람들은 언뜻 보기에 절대 다수인 것 같지만, 확고한 기반 없이 카더라 통신에 휩쓸리고 있는 것뿐이기에 그만큼 변하기도 쉽습니다.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말입니다. "그때는 말할 기회도 없었고. 그리고 지금은 구질구질 그걸 변명할 이유가 없고요." 아니, 구질구질해도 변명할 이유는 충분히 있습니다.
"연예인들, 이미지 중요하죠. 그게 제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도 알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제게 가진 호기심을 풀어줘야만 제 일이 잘된다는 걸 저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럼 사생활 예쁘게 포장해 보여주면 잘하는 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전 그건 싫어요. 그리고 사람들, 제가 실제 어떠하든, 자기 인생 살기 바쁘잖아요. 그런 거 중요하게 생각 안 해요."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건, 당신 인생에선 중요하다.(기자의 말) "절 연기자로 먼저 받아들이고, 나중에 그런 이야기 하면 몰라도, 그런 호기심으로만 저한테 접근한 건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저 기자의 말투를 잠시 흉내내어 제 말을 해 보겠습니다. 황수정, 미안하지만 당신을 향한 호기심 따위는 전혀 없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아무도 일부러 당신을 찾아가서 귀찮게 건드리지 않을 거다. 그러나 복귀한답시고 대중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 연기자로 먼저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 당신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다. 해명이 먼저고, 연기는 그 다음이다.
"솔직히 말하면 연예인이라고 누가 좋다고 하잖아요? 그럼 너무 감사해요. 하지만 그 사랑이 떠났다고 해서 실망하지는 않아요. 이건 그저 제가 선택한 삶이고 일이니까. 그냥 제 일을 열심히 하고 제 인생을 열심히 산 거지, 인기를 얻으려고 연기한 것도 아니고, 그분들 좋으라고 한 것도 아니니까." 그녀의 말을 듣고 기자는 이렇게 평했습니다. "연예인이란 직업과는 이렇게 불화하는 자, 처음 본다." 제가 보기에도 황수정의 사고방식은 연예인으로서는 아주 부적절했습니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연예인으로서는 틀린 겁니다. 자기의 일을 열심히 했을 뿐, 남들 좋으라고 일한 게 아니라고? 그건 대중의 관심이 필요없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열심히 연기하고 노래하고 온갖 쇼를 다 해봤자 아무도 봐주지 않고 들어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대중의 관심을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연예계로 복귀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원하긴 원하는데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관심 가져 주기를 바라는 거겠지요. 그 순진한(?) 이기심에 거듭거듭 쓴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누구에게나 사생활은 보호받고 싶은 불가침의 영역이지만, 이미 그녀에게는 결정적인 주홍글씨가 새겨졌습니다. 그것을 지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너무나 당당하게 다시금 대중 앞에 나서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불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보이지 않으면 생각을 안 하겠는데, 눈에 보이니까 그 주홍글씨가 모든 사람을 거북하게 하는 겁니다.
인터뷰 전체 내용을 보니,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아주 큰 애정을 갖고 있지도 않은 듯 하더군요. 그렇다면 더 이상 구설수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르지 말고, 조용히 살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녀 나름대로는 솔직함이겠지만, 남들 눈에는 오만함과 이기심으로 보일 뿐이에요. 한 때 '예진아씨'라는 별명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던 달콤한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철저히 외면당하는 광대의 추운 삶 뿐입니다. 더 이상 욕심부리지 말고 그냥 일반인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기 바랍니다. 구질구질해서 해명이고 뭐고 하기 싫다면, 최소한 '최음제' 어쩌고 하는 발언을 했는지 안 했는지, 그것만이라도 명백히 밝히고 나서 활동을 해야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녀의 이마에 저 세 글자가 빨간색으로 새겨져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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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부문에서 찾아 보시면 빛무리의 이름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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