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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지나친 감동, 어색함을 부르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 지나친 감동, 어색함을 부르다

빛무리~ 2011. 1. 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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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귀농 2편은 넉넉한 시골 인심을 흘러 넘치도록 담고 있었습니다. 시골 어르신들은 마치 날개 없는 천사처럼, 새로 이사 온 '남격' 멤버들을 위해 아낌없는 온정을 베풀어 주셨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 감동적인 장면들이 가슴에 편안하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온정이 너무 지나쳐서 그런 것 같더군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적정선을 넘으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니까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유난히 깊은지 다른 멤버들보다 하루 먼저 도착한 김국진은, 미리 수돗가 공사도 해 놓고 덕구와 더불어 신나게 마당을 달리기도 하며 홀로 시골 생활을 만끽합니다. '귀농'은 그의 체질에 딱 맞는 미션인가봐요. 그런데 갑자기 이웃집 아주머니가 마당에 스윽 들어오시더니, 무작정 밥을 해주겠다고 자청하십니다. 아들같은 남자가 혼자 와 있는 것을 보고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 드셨던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까지는 별 무리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밥을 얻으러 갔을 때, 엄청나게 큰 솥에 한가득 밥을 지어서 건네주시는 아주머니를 보고는 약간 당황스럽더군요. 예상했던 것보다 양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여럿이 함께 먹으라고 그릇도 수십개를 챙겨 주시니 더욱 놀라웠습니다. 뒤이어 이윤석이 도착하긴 했지만, 둘이 먹기에도 터무니없을 만큼 많은 양의 밥이었지요. 달리 생각해 보면 수많은 스탭들까지 챙기려고 하셨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또 양이 너무 적다 싶었습니다. 아무리 출연자가 김국진와 이윤석뿐이라고 해도 스탭은 수십명이 따라갔을테니까요.

한 두 그릇도 아니고 그 많은 양의 밥을 자청해서 선뜻 해 주시는 아주머니의 호의는, 제가 보기에 고마움을 넘어서 부담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도시에서만 살았고 시골 생활을 안 해보았기 때문에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주 살림이 넉넉한 분들이 아닌 이상 시골 어르신들에게도 분명히 '생활고'라는 것이 존재할 터이고 '돈'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을 텐데, 그 정도 양의 밥이라면 금액으로 따져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거든요.


곧이어 고창 출신 미녀작가의 어머니가 동치미와 된장국을 비롯한 각종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습니다. 역시 엄청난 양의 음식이었지만, 그분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더군요. 자기 딸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니 그 동료들을 챙기는 것은 바로 딸을 위하는 마음일 테니까요. 어쨌든 미녀작가 덕분에 '남자의 자격' 팀은 6명의 멤버가 당장 며칠 동안 그 곳에서 살아도 충분할 정도의 반찬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나머지 멤버들이 도착하고 김국진과 윤형빈이 장을 보러 갔을 때, 또 몇 가지의 석연치 않은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선 방앗간에서 떡을 주문하며 쌀도 같이 샀는데, 방앗간 주인이 쌀은 그냥 가져가라고 하신 것입니다. 아무리 시골 인심이 좋다지만, 가정집도 아니고 장사하는 가게인데,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엄연히 돈 받고 파는 물건을 그냥 가져가라고 하다니... 감동이 아니라 당황스러움으로 느껴진 것은 저만 그랬을까요?

무엇보다 압권은 전파상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필요한 전기히터를 구입했으면 그냥 가는 것이 맞았습니다. 그런데 김국진은 느닷없이 전파상 여주인에게 "거시기... 밑반찬 좀 주세요!" 라고 청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이었을까요? '무전여행' 또는 '거지 체험' 미션도 아닌데, 도대체 왜 전파상에서 음식을 구걸한단 말입니까? 게다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바로 어제 저녁에 미녀작가의 어머니로부터 얻은 동치미와 푸짐한 밑반찬들이 아직도 넘쳐나게 남아있었을 거라는 점이었습니다.


어쨌든 전파상 여주인은 커다란 통에 김치를 가득 담아서 2통이나 거저 선물해 주었습니다. 가격면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종*집 김치'를 자주 사 먹어 보았던 저로서는, 전기 히터를 사러 온 손님들에게 그만큼의 김치를 선뜻 내주는 전파상 아주머니의 모습도 감동보다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고도 "김치밖에 없어서 어떡해요" 라며 미안해 하시더군요.

김국진과 윤형빈이 전파상에서 반찬을 얻은 이유를 굳이 짐작해 본다면 시골의 넉넉한 인심을 좀 더 강조해서 보여주기 위함이었던 듯한데, 그것은 불필요한 무리수였습니다. 이미 그 전날 밥을 해 주신 아주머니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던 데다가, 그 이후 떡을 돌릴 때 만나게 된 다른 어르신들로부터도 차고 넘치는 인심을 볼 수 있었거든요. 특히 '남격' 멤버들로부터 한 접시의 떡을 받고 민망해서 어쩔 줄 모르며 '참말로'를 연발하다가, 잠시 후 커다란 바구니에 한가득 과일을 담아 갖다 주시고도, 좀 더 대접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계속 말씀하시던 그 할머니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순수하고 귀여운 마음을 결코, 제작진과 사전 협의된 조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연예인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떨칠 수 없더군요. TV에서만 보던 얼굴들이 눈앞에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마음에 그토록 넘치는 온정을 저절로 베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아무리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방송용 카메라가 떡하니 앞에서 찍고 있는데 좀 더 착하고 인심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아주 없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적정선을 지켰다면 '남자의 자격'에서 전해 준 시골의 인심은 그냥 순수한 감동으로만 다가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넘쳐나는 음식 선물들은 연예인과 일반인의 차이를 느끼게 하면서 감동을 반감시켰습니다. 누구인지 모르는 평범한 일반 사람이 이웃에 이사를 왔다 해도, 착한 시골 사람이라면 한 두 그릇의 따뜻한 밥과 반찬 정도는 반가운 마음으로 대접해 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커다란 솥에 가득 지은 밥과 두 개의 김칫독에 가득 담을 만큼의 김치를 제공해 주는 이웃이 있을지는 아무래도 의문입니다.

너무 융숭한 대접을 받으니, 방송에 임하는 '남격' 멤버들의 모습도 너무 호강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리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귀농' 편에서는 이웃들에게 너무 대접을 받지 않도록 절대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파상에서 밑반찬을 얻었던 것처럼,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이웃들에게 씨앗을 얻어서 공짜로 농사를 짓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이번 주와 같은 무리수가 계속 발생을 하게 되면, 결국은 귀농한답시고 민폐만 끼치는 셈이 되어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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