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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박칼린, 말하지 못한 그녀의 아픔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릎팍' 박칼린, 말하지 못한 그녀의 아픔들

빛무리~ 2011. 1. 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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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골든벨' 후속으로 방송중인 '백점만점'은 '오마이스쿨'이라는 이름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했었죠. 한 번 시행되고 말았지만 '오마이스쿨'에는 '인생그래프'를 그리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참가한 아이돌 스타들은 모두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이켜 보며 나름대로 상승과 하강 곡선을 그린 후, 전문가의 평가를 받곤 했지요.

그 중에 택연은 박진영을 만나 JYP의 연습생이 되면서 곡선 하락(아마도 연습생 시절이 엄청 고되었던 듯..;;) , 2PM으로 데뷔를 하면서 곡선 상승, 재범의 탈퇴로 팀 전체가 위기를 겪으면서 곡선 하락, 백지영과 함께 '내 귀에 캔디'로 인기를 얻으면서 곡선 상승 등의 내용으로 자신의 인생 그래프를 구성했습니다. 곡선의 내용을 설명하는 택연의 말솜씨도 퍽이나 감칠맛이 났고 가장 인상적인 발표였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는 택연의 그래프를, 상당히 자기방어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자신의 개인적 추억이나 내면적 아픔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이미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들 위주로 구성되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사람은 외향적으로 보여도 쉽게 자신을 오픈하지 않으며,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속으로는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 평가를 들은 택연은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짓더군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황당한 표정을 짓거나 큰소리로 웃었을 것 같은데, 그 조용한 미소는 왠지 긍정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박칼린에 관한 글을 쓴다면서 그보다 먼저 택연의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박칼린을 보면서 택연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시원시원하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은 듯 보였지만, 정작 그녀의 인생에 커다란 고통을 주었던 일들과 그로 인한 변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녀의 내면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했던 저로서는, 껍데기만 핥고 만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 "너희 나라로 돌아가!" 라고 외치던 중학생 때문에 충격받았던 일과, 수시로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생활 터전을 바꾸는 바람에 힘들었던 사춘기 시절의 추억을 말하기는 했지요. 그러나 어른이 된 이후의 이야기는 온통 뮤지컬을 비롯한 음악 활동에 관한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에 관한 생각도 마치 스무살 소녀처럼 앞으로의 희망을 말했을 뿐 지나간 상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무릎팍 도사'는 원래 그런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토크쇼에서는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민감한 문제들을 과감히 파헤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스타의 더욱 진솔한 내면을 드러내고, 결과적으로는 대중의 오해를 풀어 주는, 그런 독특한 프로그램이 바로 '무릎팍 도사' 였지요. 만약 백지영이 출연했을 당시, 그녀의 인생에 큰 획을 그었던 비디오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갔다면 어땠을까요? 문희준이 출연을 때, 10년간 자신을 괴롭현던 안티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어땠을까요?


스타의 과거에 대한 저급한 호기심이라든가, 이런 말로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여 자신의 아픔을 솔직히 고백하고 진솔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대중의 오해를 풀고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었던 스타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특별히 이미지가 나빴던 스타가 아니라 해도, 대중이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더욱 큰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무릎팍 도사'는 너무 착한 방송이 되어 버렸습니다. 스타는 예전처럼 모든 것을 털어놓지 않고, 시청자는 예전처럼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합니다. 박칼린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교적 털어놓기 쉬웠을 어린 시절의 추억은 거리낌없이 풀어놓았지만, 결코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육신의 아픔이나 사랑의 실패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것입니다.

박칼린의 신장병은 세간에 그녀가 시한부 인생이라고 소문나게까지 만들었습니다. 이에 그녀는 "신장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고 즐겁게 살고 있다"고 답했었지요. 하지만 치료가 쉽지 않은 병으로 진단받았을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고, 나름대로 그 고통을 극복해낸 방법이 있었을 것입니다. 얼마 전 '강심장'에 출연했던 빽가도 말하길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잘 이겨냈으니, 비슷한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께 저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라고 말했었지요. 박칼린도 마찬가지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일 거라고 보는데,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그녀의 헤어진 사랑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궁금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생의 힘든 고비를 넘기면서 그녀는 어떤 마음을 가졌고, 그 이후로는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왔는지, 그런 이야기는 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리고 박칼린이라는 사람의 성격상, 편안하게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거라고 예상했기에 좀 더 심도있는 토크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그녀의 토크는 상당히 자기방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겉으로는 매우 강하고 사교적인 사람으로 보이지만, 박칼린 또한 내면적으로는 쉽게 상처받는 여린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지요. 하긴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치고 심성이 무딘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쉽게 상처받고, 대중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상처가 아물면 곧바로 또 다른 상처가 생기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방송이 너무 싱거워서 실망스런 면도 없잖아 있었지만, 저는 박칼린을 좋아하는 만큼 그녀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오히려 말하지 못한 그녀의 아픔들이, 어쩌면 아직도 건드리고 싶지 않을 만큼 쓰라릴지 모르는 아픔들이 그 침묵 속에 전해져 오는 듯해서 가슴이 울릴 뿐이었습니다. 부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자신을 모두 불태울 만큼 열정적인 사랑도 하고, 지금처럼 활발하게 음악 활동도 하면서, 오래오래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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