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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오늘 밤이면 '선덕여왕' 39회를 시청할 수가 있겠군요. 지난번에 '선덕여왕, 완전 소중한 남성 캐릭터 열전' 을 포스팅한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오늘은 또 한 번 '내맘대로 순위'를 매기며 여성 캐릭터들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취향에 따라 매겨진 것이니 순위에는 너무 개의치 마시기 바랍니다...^^ 1. 미실 - 절대 카리스마, "저 미실입니다..." '선덕여왕' 최고의 여성 캐릭터를 고현정이 연기하고 있는 미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저 외에도 무척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제목은 선덕여왕이지만 사실 훗날의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공주의 캐릭터는 아직도 완벽히 살아나지를 못하고 있지요. 초반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려진 미실의 아성을 위협하려면 솔직히 아직..
'보석비빔밥' 9회에서는 비취(고나은), 루비(소이현), 산호(이현진), 호박(이일민) 사남매의 연합공격에 결국 집에서 쫓겨나는 부모 궁상식(한진희)과 피혜자(한혜숙)의 에피소드가 다뤄졌다. 가히 한 가족 모두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일이니만큼, 9회 방송분의 98% 가량을 그 에피소드로 가득 채우고도 아직 여파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부모자식간의 설전은 그야말로 선명한 피를 튀길 듯이 격렬했다. 임성한 작가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온순하고 평범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했던 '보석비빔밥'도 제9회를 통과하면서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임성한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무지하게 시끄럽다. 다들 너무나 말이 많다. 등장인물 중에 과묵한 사람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
내 딸 덕만공주와 사막에서 헤어지고 난 후, 몇 년간이나 칠숙랑(柒宿郞) 당신과 함께 지내면서 나는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군요.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힘이 무엇인지를 말이예요. 당신의 강인한 생명력이 그 모래더미 속에서 결국 나를 구해냈으니, 나 또한 그 힘의 신세를 졌다고 볼 수 있지 않겠어요? 나는 한동안 덕만이가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었지요. 아시나요? 사람은 말이지요. 자기가 꼭 지키고 싶은 것 하나만 있어도 그걸 붙잡고 살아갈 수 있거든요. 내게는 덕만이가 그런 존재였어요. 나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시녀로 입궁해서도 심부름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언제나 넘어지고 뒤집어 엎으며 사고를 쳤지요. 백정(伯淨)왕자님을 처..
해피투게더에 이승기와 MC몽,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봉태규가 나온다고 해서 다른 회보다 기대감이 컸다. (내가 전문 개그 프로그램을 전혀 안 보는 까닭에 예능출연을 거의 안하는 개그맨 허경환에 대한 관심은 솔직히 없었다. 괜히 미안하네..^^;;) 그런데 처음부터 왠지 약간 시청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작하자마자 온통 이승기에게로 쏠리는 패널들의 관심과 환영이 좀 과하다고 느껴졌다. 보는 사람이 기분 좋게 웃고 넘어갈 정도로 편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면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냥 단지 '반가워서' 그런다기보다는, 현재 활동하는 연예인 중 그야말로 최고 주가를 기록하며 달리고 있는 이승기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다는 느낌이 더 강했기에,..
어머니, 소자 춘추(春秋)이옵니다.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너무 늦게 돌아와 마지막 싸늘한 손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춘추이옵니다. 겨우 말을 배울 어린 나이에 어머니 품을 떠나 이역만리 타국에서 그리워만 하다가 때로는 원망도 하였습니다. 저를 떠나 보내시던 그 애틋한 모습을 어찌 한시라도 잊을 수 있었겠습니까? 열 밤, 스무 밤보다도 더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한다며 울먹이시는 어머니 앞에서, 철없는 저는 놀러가는 아이처럼 마냥 들떠 있었더랬지요. 제 기억에 남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비록 저와의 헤어짐을 슬퍼하며 울고 계셨지만, 얼마나 젊고 고우셨는지 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이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원망합니다. 이모님이 아니었더라면 어머니는 여전히 고..
사실 지난번에 "문노가 제자 비담에게 주는 편지"를 작성했으니, 오늘은 "비담이 스승 문노께 드리는 편지"를 작성하여, 아버지같은 스승을 마지막으로 떠나 보내는 비담의 절절한 심경을 담아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염종을 따라가는 비담의 약간 뒤집어진 눈빛을 보니 도대체 이 녀석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짐작할 수가 없어서, 비담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려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비담은 내력이 파란만장하고 상처가 많은 아이라는 점만은 확실하지만, 아직도 선악의 경계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는 녀석이라 오직 다이내믹할 뿐 종잡을 수가 없어요. 캐릭터와의 감정 일치에 실패한 관계로, '선덕여왕' 37회 리뷰는 편지 형식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리뷰로 진행됩니다. 편지 시리즈를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
나는 음악을 잘 모르고, 좋아하는 장르도 발라드로 좁게 한정되어 있다 보니 아이돌 가수들을 잘 모른다.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보아야 '저런 그룹도 있었구나' 하고 알 뿐이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기억하기도 힘들다. 이렇게 문외한인 나의 눈에도 요즘 그들의 세계는 위험할 정도로 시끄러워 보인다.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폭풍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또 하나의 폭풍이 불어오는 식이다. 2PM의 재범 군 역시 나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먼저 보게 되었었다. 꽃미남 소년들과는 대조적으로 짙은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그룹이라 그 색다른 매력에 눈길이 갔었다. 그가 4년 전에 친구와 개인적으로 나눈 대화가 인터넷 공간에 남아 있다가 갑자기 온 세상에 퍼지게 되면서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쳤다. 그가 사용한 거..
'맨땅에 헤딩'(이하 맨딩) 그 황당스런 기억상실증 에피소드가 살짝 머리를 들이밀던 4회말에 벌써 질려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관성처럼 '맨딩'을 시청했다. 더없이 식상하고, 무지하게 황당하고, 스토리를 산으로 가게 만들 것이 뻔한 그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의외로 약간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나는 윤여정씨의 출연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채널을 고정하게 된 면도 있었다. 글쎄, 스토리 자체는 역시 예상대로 산으로 가고 있었기에 별로 높이 평가해 줄만한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대체 왜 기억상실증이라는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주인공이 정신요양소에 수감되는 상황이 발생해야만 했는지 그 필연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상적인 스토리 진행에 방해만..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요즈음 나의 관심을 끄는 인물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는 정보석이다. 참으로 한결같은 연기자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배우인데, 이번에 보여주는 그의 이미지는 좀 다르다. 그는 지독히 슬픈 역할도 많이 맡았었건만, 내 눈에는 이번에 맡은 역할이 가장 슬퍼 보인다. 내가 정보석이라는 연기자를 기억하는 첫 모습은 1986년 김혜수, 길용우와 더불어 출연했던 드라마 '사모곡'에서의 악역이었다. 공부는 하지 않고 소설과 드라마에만 탐닉한다고 매일 야단을 맞던 나는 몰래몰래 부모님의 눈을 피해서 그 드라마를 보느라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당시 여고생 김혜수의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사모곡'은 그로부터 10년 후에 '만강'으로 제목을 바꿔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사모곡'에서..
나, 비담은 굉장히 낙천적인 사람이야. 다들 알지? 하지만 이번에 밝혀진 또 다른 비밀은 나로서도 감당하기가 쉽지는 않았어. 스승님이신 문노공이 일찌기 나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으면서도 지금까지 숨겨 오셨던 그 대업이 바로 '삼한일통' 이라는 것 그 자체는 별로 충격이 아니었어. 그런데 왜 그 대업을 나의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걸까? 대체 내가 누구이길래? 지금껏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부모이지만, 이제 나는 내가 과연 누구인지를 알아야만 했어. 역시 스승님이 숨겨두셨던 사주단자와 황실 서고의 기록을 통해서 나는 내 정체를 알 수 있었지. 나는 진지왕과 미실궁주의 아들, 왕자 형종(炯宗)이었던 거야. 내 신분을 알게 되자 이상하게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덕만공주였어. 나는 이제껏 내가 스스로 원해서 무언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