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유신 (26)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유신랑(庾信郞), 당신은 내 어릴 적 꿈을 알고 있나요? 나는 카탄 아저씨를 따라서 로마에 가고 싶었습니다. 자유롭게 넓은 세상을 떠돌며 많은 것을 보고 싶었지요.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물론 나를 구하려고 연기를 들이마셔서 얻게 된 우리 엄마 기침병도 고쳐주고 말이예요. 나는 그렇게 자유로운 삶을 꿈꾸었습니다. 그렇게 떠돌다가 저 멀리 서역 어디에선가 당신을 만났다면, 우리는 아무 거리낌없이 사랑할 수 있었겠지요? 어린 시절의 나는 두려움도 눈물도 모르던 아이였습니다.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그 모두가 내게는 즐거운 호기심의 대상이었을 뿐이예요. 나의 앞날은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차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지요. 나는 그렇게 철모르고 용감한..
영화배우 임예진이 1970년대 후반에 누렸던 인기는 그 어떤 여배우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국민여동생' 이라는 칭호가 없었지만, 굳이 비교한다면 문근영이 영화' 어린 신부' 이후에 누렸던 인기보다도 훨씬 더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추측되네요. 우선 당시에는 활동하는 여배우 및 연예인들이 지금처럼 많지도 않았었고, 여고생 임예진의 청순가련한 미모는 남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요 여학생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던 임예진이 어느 순간부터 코믹한 이미지로 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기억에는 '진실게임'에 고정패널로 출연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진실게임에서 그녀는 언제나 송은이의 옆자리에서 콤비를 이루며, 정통 영화배우로만 보기에는 만만치 않은 내공의 코..
공주님, 힘을 내셔야 합니다. 절대로 눈물을 흘리셔서는 안됩니다. 공주님의 그 가녀린 어깨 위에 놓인 짐이 너무도 크고 무겁습니다. 힘겨우신 모습을 보면서도 항상 이렇게 다그칠 수 밖에 없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저 김유신(金庾信)은 멸망한 가야의 후예로 태어났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나라 잃은 설움을 겪으며 고통받고 있는 가야 유민들의 앞날이 제 손에 달려 있었습니다. 제 아버님 서현공께서 목숨을 걸고 어머님 만명공주와 무리한 혼인을 감행하셨던 것도 오직 연모 때문만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님을 많이 닮았습니다. 그리고 말귀를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서부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저에게 주어진 사명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제 삶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기에, 저는 어려서부터 감정을 ..
오늘 밤이면 '선덕여왕' 39회를 시청할 수가 있겠군요. 지난번에 '선덕여왕, 완전 소중한 남성 캐릭터 열전' 을 포스팅한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오늘은 또 한 번 '내맘대로 순위'를 매기며 여성 캐릭터들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취향에 따라 매겨진 것이니 순위에는 너무 개의치 마시기 바랍니다...^^ 1. 미실 - 절대 카리스마, "저 미실입니다..." '선덕여왕' 최고의 여성 캐릭터를 고현정이 연기하고 있는 미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저 외에도 무척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제목은 선덕여왕이지만 사실 훗날의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공주의 캐릭터는 아직도 완벽히 살아나지를 못하고 있지요. 초반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려진 미실의 아성을 위협하려면 솔직히 아직..
사실 지난번에 "문노가 제자 비담에게 주는 편지"를 작성했으니, 오늘은 "비담이 스승 문노께 드리는 편지"를 작성하여, 아버지같은 스승을 마지막으로 떠나 보내는 비담의 절절한 심경을 담아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염종을 따라가는 비담의 약간 뒤집어진 눈빛을 보니 도대체 이 녀석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짐작할 수가 없어서, 비담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려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비담은 내력이 파란만장하고 상처가 많은 아이라는 점만은 확실하지만, 아직도 선악의 경계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는 녀석이라 오직 다이내믹할 뿐 종잡을 수가 없어요. 캐릭터와의 감정 일치에 실패한 관계로, '선덕여왕' 37회 리뷰는 편지 형식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리뷰로 진행됩니다. 편지 시리즈를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
나, 비담은 굉장히 낙천적인 사람이야. 다들 알지? 하지만 이번에 밝혀진 또 다른 비밀은 나로서도 감당하기가 쉽지는 않았어. 스승님이신 문노공이 일찌기 나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으면서도 지금까지 숨겨 오셨던 그 대업이 바로 '삼한일통' 이라는 것 그 자체는 별로 충격이 아니었어. 그런데 왜 그 대업을 나의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걸까? 대체 내가 누구이길래? 지금껏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부모이지만, 이제 나는 내가 과연 누구인지를 알아야만 했어. 역시 스승님이 숨겨두셨던 사주단자와 황실 서고의 기록을 통해서 나는 내 정체를 알 수 있었지. 나는 진지왕과 미실궁주의 아들, 왕자 형종(炯宗)이었던 거야. 내 신분을 알게 되자 이상하게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덕만공주였어. 나는 이제껏 내가 스스로 원해서 무언가를 ..
어이 친구, 지금 나를 보고 있나? 내 이름은 비담이라고 해. 마냥 자유로운 영혼이지. 이제껏 살아오면서 크게 바라는 것도 없었어. 그저 산으로 들로 마음껏 노닐면서 한 세상 즐기고 싶었을 뿐이야. 어머니도 나를 버렸고 세상도 나를 버렸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이 세상이 꽤나 예쁘게 보였거든. 나는 원래 가진 것이 없었어. 허름한 누더기를 걸치고 스승님을 따라다니며 언제나 하루의 먹을 것과 하루의 잠자리만 있으면 그뿐이었어. 나는 그런 삶이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고, 남들도 모두 그렇게 사는 줄만 알았지. 이미 양 손 가득히 뭔가를 잔뜩 움켜쥐고서도 부족하여 더 가지려고 헉헉대는 인간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줄을 내 어찌 알았겠어? 부모가 갓난아이인 나를 버렸다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뭐 괜찮아. 그럴..
오늘 밤이면 '선덕여왕'을 볼 수 있겠네요. 그 생각을 하니까 기다리는 시간조차 왜 이리 지루할까요? 기다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지극히 주관적 기준으로 매겨진 인기순위 캐릭터 열전이나 끄적거려 볼까 합니다. 제가 여성이다보니 아무래도 남성 캐릭터 쪽에 훠얼씬 눈길이 가는지라 (-_-;;) 여성 캐릭터는 난중에 난중에 생각해 보기로 쭈욱 밀어놓고 우선 귀염둥이(?) 남성 캐릭터들 먼저 한 명씩 찰칵찰칵 떠올립니다. 1. 매혹(魅惑) 비담 (김남길) 대한민국 여성 중에서 현재 비담의 매력에 푹 빠져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ㅋㅋ 저는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은 오히려 안 좋아하고, 나 혼자서만 좋아하는 누군가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하는 독특한 성격이지만 유독 이 비담이라는 인물의 매혹은 거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새 없이 긴박하게 진행된 '선덕여왕' 28회가 안겨준 즐거움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예 드러내놓고 미실에게 게임을 제안하는 덕만, 비담의 입을 통해 자신이 덕만에게 들려주었던 말들이 고스란히 되돌아오자 눈빛이 흔들리는 미실, 덕만의 수에 말려들어가는가 싶더니 김유신의 올곧음과 도망치려는 비담의 행동으로 덕만의 허패를 간파하는 미실, 그러나 마지막에 일어나는 일식의 반전... 덕만이 쥔 패는 허패가 아니라 진패였던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의 초반부터 강력한 포스를 발산하며 절대지존의 자리를 유지하던 미실은 덕만이라는 애송이에 의해 처음으로 처참한 패배를 맛본다. 참으로 오랫동안 울기, 소리지르기, 넋놓고 멍때리기 이외에는 하는 게 없던 한심한 히로인 덕만이 갑자기 이렇게 변화된 이유가 ..
선덕여왕 26회 방송 : MBC 8월 18일 (화) 21:55 출연 : 이요원, 엄태웅, 고현정, 이승효, 김남길, 주상욱 등 선덕여왕 25회에서 잠시 등장했던 월야(주상욱)의 정체가 26회에서 밝혀졌다. 그는 김유신의 계열인 금관가야와 더불어 멸망한 가야국의 한 갈래인 대가야의 마지막 태자인 월광태자의 아들이며 복야회(가야를 복원하기 위한 비밀결사조직)의 수장이었다. 월야의 등장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비담의 등장보다도 의미가 있다. 비담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능력으로 덕만을 돕는 것이지만, 월야와 손을 잡게 됨으로써 덕만은 처음으로 거대한 추종 세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의 조력으로 덕만은 도움닫기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덕만이 왕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기 위해 제일 먼저 손에 넣으려 했던 월천대사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