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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매우 아픈 마음으로 고해성사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마음 아파했고, 어떤 식으로 고백을 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습니다. 고해소에 들어갈 때도 온몸이 떨릴 지경이었고, 눈물까지 차오르려 했습니다. 고해성사는 "치유의 성사"라고 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잘못과 죄를 뉘우치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 성사입니다. 저는 정말 간절히, 간절히, 치유의 은혜를 청하며 제 아픈 영혼을 어루만져 주십사고 기도를 하면서 고해소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너무도 냉랭하고 성의가 없으셨었습니다. 저는 바들바들 떨면서 고백을 마쳤는데, 다 들으신 신부님은 귀찮다는 듯 아주 빠른 말씨로 보속을 주고 사죄경을 읊으셨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고해소를 나와서..
"당신이 어디에 있든 나 또한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 루드비히 반 베토벤 미첼의 남편 에드는 건축 노동자였다. 한 번은 그가 일자리를 구하다가 집에서 5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거대한 댐 공사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때를 회상하며 미첼은 말한다. "내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긴 6개월이었어요. 남편은 주말에만 집에 들를 수 있었어요. 금요일 자정이 지나서야 집에 도착하곤 했죠. 그리고는 일요일 점심을 먹자마자 곧바로 떠나야만 했어요. 그 여섯 달 동안 우리는 토요일에만 살아 있고 나머지 요일들은 날마다 외로움과 싸워야만 했어요. 그녀는 특히 외로움을 느꼈던 어느 쓸쓸한 가을날을 기억한다. 구름은 머리 위에 낮게 드리워져 있었고, 잎사귀 위로 간간이 빗줄기가 떨어져 내리던 날이었다. 그녀는 말한다. "..
몰아닥치는 운명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신뢰하는 것이다. - 알폰스 디켄 암브로스 찰링워드만큼 사업계에서 성공을 거듭한 실업가도 드물었다. 사실 그가 손을 대기만 하면 무슨 일인든 금새 번창했다. 일생 잠들어 있는 듯한 그의 얄팍한 신앙심만 제외하면 말이다. 신앙 생활만 제외하고 그는 모든 일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이었다. 대지에 굳건히 두 발을 딛고서 그는 인생의 온갖 즐거움을 만끽했고, 내세 운운하는 것은 모두 병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지었다. 매우 건강한데다가 권세와 명성을 손에 쥐고 있으며, 은행 잔고 또한 넉넉하니 미래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하느님이 그의 꿈에 나타나심으로써 그 모든 호언 장담이 ..
이것은 내가 다른 본당에서 초등부 교사를 하던 어느 후배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 신부님을 나는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다만 말로만 전해 듣고 그분께 감탄하며 소리없는 존경을 느낄 뿐이다... 어린이들의 미사였다. 영성체가 끝난 직후 한쪽에서 어린아이의 칭얼대는 소리와 당황한 엄마의 숨죽인 목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려왔다. “정말 안 먹고 떨어뜨렸어? 너 먹구서 괜히 그러는 거 아냐?” “안 먹었쪄... 입에 넣다가 떨어뜨렸단 말야...” 미사를 집전하시던 젊은 보좌 신부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사태를 알고 보니 엄마가 영성체하는 것을 본 꼬마가 자기도 달라고 옆에서 보채자 엄마는 축성된 성체를 반으로 잘라 반은 자기가 영하고 반은 아직 첫영성체도 안 한 어린 아이의 손에 주었던 것이었다. - 난 여기까..
"지금 필요한 것은 내 사정이 어떻든 간에 내 자신에게 친절할 것이며 가능한 일들을 향한 열린 마음과 관용의 정신으로 깊숙이 들여다 보는 일이다." - 존 카밧 진 "나는 담배를 하루에 두갑씩 태우고 먹기는 엄청나게 먹어대고 절망의 먹구름에 휩싸인 채 떠도는 등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었다. 나는 내 자신이 미웠다. 내 육신이 미웠고, 내 썩어빠진 태도가 미웠고, 내 꼬락서니가 미웠다. 나는 무엇인가 바람직한 일 - 음식을 조절한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기분전환을 위해 어떤 일을 시작한다거나 담배를 끊는 등 - 을 시도할 때마다 항상 며칠을 못 넘기고 주저앉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전보다 더 내 자신이 미워지곤 했다. 어느 날 내가 다시 한 번 담배를 끊어야 겠다고 마음먹고 부산을 떨고 있을 때 여동생이 ..
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 무엇 때문에 우울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하여튼 몹시 우울한 날이었습니다. 길을 걷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때 저만치 골목길 앞쪽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에이... 울면 안되지..... 아빠가 이렇게 텔레토비 인형하고 과자를 잔뜩 사들고 가는데..." 숙였던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한 손에는 너덧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인형과 과자를 잔뜩 담은 비닐봉지를 든 한 젊은 남자가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참 젊었습니다. 아직 채 서른도 안 되어 보이더군요. 옆의 어린아이는 무슨 일 때문인지 눈가가 붉어져 있었는데 제가 보았을 때는 이미 울음을 그치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무언가 생각하는 눈치였습니다. 그 표..
*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士爲知己者死). -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에서 * 종자기(鍾子期)는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인이었던 백아(伯牙)의 친구로서 백아의 음악 을 제대로 알아들을 줄 아는 유일한 지기였다. 종자기가 병들어 죽자 백아는 자기의 음악을 이해해 주는 이가 없음을 한탄하며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어제 '선덕여왕, 월천대사는 제갈량과 닮았다' 라는 포스트를 올리면서부터 나는 월천대사가 덕만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일 것인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덕만은 과연 '월천대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아내고 그에게 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히 여겼다. 선덕여왕 28회에서 얼핏 드러난 첨성대의 그림... 덕만이 월천대사를 설득한 방법은 첨성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새 없이 긴박하게 진행된 '선덕여왕' 28회가 안겨준 즐거움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예 드러내놓고 미실에게 게임을 제안하는 덕만, 비담의 입을 통해 자신이 덕만에게 들려주었던 말들이 고스란히 되돌아오자 눈빛이 흔들리는 미실, 덕만의 수에 말려들어가는가 싶더니 김유신의 올곧음과 도망치려는 비담의 행동으로 덕만의 허패를 간파하는 미실, 그러나 마지막에 일어나는 일식의 반전... 덕만이 쥔 패는 허패가 아니라 진패였던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의 초반부터 강력한 포스를 발산하며 절대지존의 자리를 유지하던 미실은 덕만이라는 애송이에 의해 처음으로 처참한 패배를 맛본다. 참으로 오랫동안 울기, 소리지르기, 넋놓고 멍때리기 이외에는 하는 게 없던 한심한 히로인 덕만이 갑자기 이렇게 변화된 이유가 ..
선덕여왕 27회에서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월천대사였다. 학식도 깊고 기품도 있어 보이는 월천대사가 왜 미실을 돕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는데, 덕만의 협조 요청을 거절하면서 월천대사는 아주 솔직하고 시원하게 그 이유를 직접 말해 주었다. 대가야가 신라에 의해 멸망 위기에 처하자 가야의 위정자들은 제일 먼저 격물학자들을 암살했다. 자기 나라의 귀한 학문이 신라로 전파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악의와 원한으로 가득찬 만행이었다. 가야의 격물학자 집안에서 출생한 월천도 그때 죽을 고비를 맞이했으나, 미실의 첫사랑이었던 사다함에 의해 구해졌다고 한다. "미실이 나를 이용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나는 미실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다함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미실을 도왔을 뿐이오." 덕만이 언성 높여 "미실은 당신의..
아무리 운(運)이 중요하다지만 노력(努力)을 이길 수 있을까? '아가씨를 부탁해' 2회에 등장한 정일우의 모습을 보며 나는 감탄과 동시에 애잔함을 느꼈다. '돌아온 일지매'의 방송을 앞두고 황인뢰 감독은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카리스마는 본래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무수한 시련과 고통의 관문을 하나씩 넘어가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천성이 착하고 순한 정일우가 일지매 역을 맡고부터 시련과 고통의 문턱을 무수히 넘나들었다. 이제 그가 얻게 된 카리스마를 기대해도 좋다." (MBC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홈페이지 참조) 정일우의 나이는 이제 스물 세 살... 남자로서는 젊다는 말보다 오히려 어리다는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는 나이인데, 벌써 만만치 않은 눈빛의 깊이와 배우의 향기가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