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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해성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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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해성사

빛무리~ 2009. 8. 2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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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아픈 마음으로 고해성사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마음 아파했고, 어떤 식으로 고백을 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습니다.

고해소에 들어갈 때도 온몸이 떨릴 지경이었고, 눈물까지 차오르려 했습니다.

고해성사는 "치유의 성사"라고 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잘못과 죄를 뉘우치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 성사입니다.

저는 정말 간절히, 간절히, 치유의 은혜를 청하며

제 아픈 영혼을 어루만져 주십사고 기도를 하면서 고해소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너무도 냉랭하고 성의가 없으셨었습니다.

저는 바들바들 떨면서 고백을 마쳤는데, 다 들으신 신부님은

귀찮다는 듯 아주 빠른 말씨로 보속을 주고 사죄경을 읊으셨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고해소를 나와서 애간장이 끊어지게 울었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오히려 더 깊어졌고

하느님마저 저를 차갑게 외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평생을 봉사하며 살아 오신, 아주 깊은 신앙을 지니신 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의 어머니뻘 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분과 대화를 하면 늘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끼곤 했었지요.

 

그분이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실 때

저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안네 성인께서는 작은 고을의 작은 성당 "아르스"의 주임신부님이셨는데,

하느님으로부터 "고해성사의 은총"을 받아

그분께 고해성사를 본 모든 신자들은 기적적인 영혼의 치유를 체험했고,

심지어는 영적인 혜안으로 신자들의 고민거리를 꿰뚫어 보시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까지 하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분께 고해성사를 볼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신자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뻘 되시는 그 봉사자분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고해성사는 그렇게 놀라운 치유의 능력이 있는데...

 가끔은요... 아주 귀찮다는 듯이 성사를 주시는 신부님도 계시더군요..."

 

그랬더니 그 봉사자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하느님은... 그렇게 귀찮다는 듯이 성사를 주시는

 그 신부님께 성사를 보고 있는 그 영혼에게 더 많은 은혜를 주실 것 같지 않아?"

 

......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말씀입니다.

제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잠시 잊은 거였지요.

하느님은 나의 아무리 작은 고통까지 알고 계시는데...

간절히 치유를 소망했던 내 마음도 알고 계시는데...

결코 외면하실 리 없는 그분의 전능한 사랑을 제가 잠시 잊었었지요.

고해성사의 은총은 신부님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오는 거잖습니까!!!

 

신부님은 비록 하느님의 대리자라 하여도 여전히 인간이지요.

따라서 인간의 모든 특성을 갖고 있으며 잘못하시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지요.

우리가 신부님을 존경하는 것은, 결코 인간으로서의 신부님 자체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느님께서 손을 얹으시어 당신의 사제로 만드셨으니 그 하느님의 손길을 존경하는 것이죠.

 

이제 저는 고해성사를 볼 때

신부님의 태도가 어떠하시든 절대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만약 차갑고 무성의한 태도로 성사를 주신다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오늘은 신부님이 많이 피곤하신 모양이구나... 그래, 얼마나 힘드시겠어...

 하지만 하느님은 내 마음 다 아실 거야. 내게 미소를 짓고 계시잖아...

 지금 이 순간 나는 엄청난 은혜를 받고 있다는 걸 알아."

 

만약 신부님께서 너무 자상하게, 위로와 조언을 해주시며 성사를 주신다면

그땐 그저 고마울 뿐이지요. 쉽게 타성에 젖고 지칠 수 있는 일이 고해성사일텐데

힘든데도 그렇게 성의를 다해 주신다면 정말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습니까.

 

오늘 아침, 문득 그 기억이 떠올라서 그저 적어봤습니다.

주님 안에 평화!!!

 

2002.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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