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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신데렐라 언니' 5회에서 은조과 기훈은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보기엔 아직도 너무 어리고 약해 보이는 외모이지만, 문근영은 그 약점을 연기력으로 충분히 커버했습니다. 그리고 천정명도 한결 중후한 느낌으로 변신에 성공했더군요. 저로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염려스럽던 부분이 천정명이었는데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제는 제법 다크 왕자님의 포스를 제대로 풍기면서 그 어두운 속셈을 궁금하게 만드는 내면 연기도 얼핏 보이니 대견하더랍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를 차갑게 외면합니다. 일단은 오해 때문이라고 봐야겠지요. 은조의 입장에서는 기훈이 말도 없이 떠난데다가, 충분히 소식을 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8년이라는 세월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낄 ..
'선한 자와 악한 자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기' 라는 시도는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입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에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본다는 그 발상은 매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역사 속의 실존인물들도 그 새로운 시각에 따라 재조명된 인물이 상당히 많습니다. 심지어 충신과 간신이 뒤바뀌고, 성녀와 악녀가 엇갈리는 사태에 이르러 자칫하면 가치관이 뒤집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새로운 시각이란 "우리가 악인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사실 악인이 아니었다" 는 인식의 전환일 뿐, 결코 "악인이 좋은 것이다" 라는 가치관의 전도는 아닙니다. 그렇게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이코패스가 아닌 다음에야 사람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착하고 올바른 쪽으로 ..
'신데렐라 언니' 2회에서는 주요 출연진들 간의 내공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1회에서는 이미숙의 고혹적인 요부 연기와 기대 이상의 변신에 성공한 문근영의 존재감 때문에 살짝 가리워져 있었던 구멍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1. 서우 - 도를 넘어선 치근덕거림... 귀여운 게 아니라 귀찮다 솔직히 1회에서도 효선(서우)의 이미지가 썩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예능 출연에서 보여준 서우의 태도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 방송을 보았으나 고의성은 없는, 단순한 실수라고 느꼈기 때문에 그녀에게 가해지는 호된 비판에 동참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와는 상관없이 드라마의 뚜껑을 열어 보니, 분명 선한 역할이라고 알려져 있던 구효선의 캐릭터가 의외로 첫방송부터 비호감의 수증기를 모락모..
딸(문근영)의 독백에 의하면 그녀는 이미 100명의 남자와 살았습니다. 딸은 엄마가 자기에게 101번째 아버지를 만들어 주기 전에 엄마로부터 도망쳐야 한다고 혼자 되뇌입니다. 그러나 신산스러운 삶 속에서 한 번도 딸자식을 버리려 하지 않은 그녀의 끈끈한 모성은, 송강숙이라는 여자가 원래 악녀는 아니었다 말하고 있습니다. 도화살을 타고난 여인... 이라고 표현해야 할 듯 싶습니다. 효선 아버지 구대성(김갑수)을 유혹하는 그녀의 모습은 소름끼칠 만큼 리얼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죽은 효선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구대성의 약한 부분을 정확히 파고들어간 것입니다. 게다가 모든 상황이 그녀를 돕는군요. 구정물에 젖은 옷을 말리는 동안 잠시 효선 엄마의 옷을 입고 있게 된 송강숙을 보며, 효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