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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도화살의 화신, 이미숙의 마력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신데렐라 언니

'신데렐라 언니' 도화살의 화신, 이미숙의 마력

빛무리~ 2010. 4.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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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문근영)의 독백에 의하면 그녀는 이미 100명의 남자와 살았습니다. 딸은 엄마가 자기에게 101번째 아버지를 만들어 주기 전에 엄마로부터 도망쳐야 한다고 혼자 되뇌입니다. 그러나 신산스러운 삶 속에서 한 번도 딸자식을 버리려 하지 않은 그녀의 끈끈한 모성은, 송강숙이라는 여자가 원래 악녀는 아니었다 말하고 있습니다.


도화살을 타고난 여인... 이라고 표현해야 할 듯 싶습니다. 효선 아버지 구대성(김갑수)을 유혹하는 그녀의 모습은 소름끼칠 만큼 리얼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죽은 효선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구대성의 약한 부분을 정확히 파고들어간 것입니다. 게다가 모든 상황이 그녀를 돕는군요.


구정물에 젖은 옷을 말리는 동안 잠시 효선 엄마의 옷을 입고 있게 된 송강숙을 보며, 효선이(서우)는 금새 눈물이 글썽해집니다. 엄마의 옷이 너무 잘 어울리신다고, 너무 예쁘시다고, 우리 엄마도 그렇게 예뻤다고 하면서 주룩주룩 흘리는 효선의 눈물을, 송강숙은 손으로 닦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어찌나 따뜻한지 효선은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며 그녀의 품을 파고듭니다. 이제 그녀의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효선 엄마의 옷을 그대로 입고 가장 정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구대성에게 다가선 송강숙은, 마치 아닌 듯 은근한 유혹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 갑니다. 평생 일에만 빠져 살았을 뿐 여인의 향기를 제대로 맡아 본 적도 없는 어수룩한 구대성 쯤이야 어차피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운명이었지요.

효선이를 위해 장을 봐야 한다는 송강숙을 위해 구대성은 직접 자전거를 몰아 그녀를 뒤에 태우고 달려갑니다. 송강숙은 일부러 자전거 뒷바퀴를 발로 차서 흔들리게 하고는 무서운 척 구대성의 허리를 세게 끌어안는군요. 순진한 중년남자 구대성은 어쩔 줄 모르고 뻣뻣하게 굳어 버립니다.


만약 송강숙이 '수상한 삼형제'의 엄청난(도지원)처럼 온갖 거짓말로 자기를 포장하여 남자의 마음을 붙잡았다면, 그거야 식상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고 아무런 매력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구차스러울 뿐이지요. 하지만 송강숙은 아무런 거짓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폭력을 일삼는 남자와 동거중이며, 효선이 또래의 딸이 그 남자에게 볼모처럼 잡혀 있기 때문에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는, 그토록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모두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그런데도 왠지 그녀는 별로 구질해 보이지를 않습니다.


오히려 구대성과 효선이의 앞에서는 난초처럼 맑고 고상해 보이는 묘한 마력을 지녔습니다. 기품있는 표정과 말투 때문일까요? 송강숙의 캐릭터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을 지녔으며, 이미숙이라는 연기자는 초반부터 캐릭터와 120%의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놀라운 연기력을 지녔습니다. 다른 어떤 중견 여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다 해도, 이만큼 완벽한 송강숙을 표현해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딸을 버려둘 수 없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는 송강숙을 만류하며, 구대성은 자기가 직접 사람을 파견하여 그녀의 딸을 데려오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렇게 해서 '신데렐라 일가(一家)'의 파란만장한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분명 악녀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고 있지만 쉽사리 단정지을 수 없는 그녀, 송강숙의 활약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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