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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개인적으로 최근 '1박2일'을 시청하면서 강호동의 협상 남발 다음으로 큰 문제점이라고 제가 인식했던 부분은 바로 OB와 YB의 현저한 불균형이었습니다. 김C가 하차하고 은지원이 OB팀으로 이동하면서, 현실적으로 대결이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YB팀의 약세가 두드러졌던 것입니다. 은지원의 이적으로 YB에는 우선 대장의 존재가 사라졌으며, 병풍 김종민의 무활약으로 인해 MC몽과 이승기 둘이서 쟁쟁한 형들을 상대해야 했으니, 이것은 예전에 밥차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엄마도 없이 쬐끄만 아이들끼리 남아서 밥을 짓는 것처럼 애처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OB팀에는 조용하던 김C를 대신하여 꾀돌이 은지원이 영입되면서 3명이 모두 최고의 예능감을 소유한 베테랑인데다가 모두 공격적인 캐릭터로 구성되었으니, 너무 강세..
요즘 예능은 리얼이 대세입니다. 그리고 일단 리얼모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작위적인 그 무엇에도 이끌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강심장'은 남녀간의 억지 스캔들 만들기라는 묵은 카드를 버리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한때는 '강호동의 천생연분' 이라든가 '연애편지', '산장미팅' 등의 연애 버라이어티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런 프로그램에도 일종의 리얼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녀간에 정말로 호감을 느꼈다기 보다는, 워낙 여러 명이 출연하여 게임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일종의 경쟁의식이 작용했을 거라는 말입니다. 킹카나 퀸카에게는 항상 많은 수의 이성이 대쉬했고, 파트너로 선택받기 위해 동성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피 튀기..
2010년의 '혹서기 실전캠프'는 '1박2일' 사상 최악의 실패작이었습니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작위적이고, 요령부득이었으며, 재미가 없었습니다. 저녁식사 복불복을 놓고 벌어진 속담 게임과 사자성어 게임에서 멤버들이 보여준 상상초월의 무식함은, 그게 방송을 위한 설정이었든, 아니면 숨김없는 진실이었든간에, 아무런 웃음도 감동도 뽑아내지 못한 껍데기였지요. 잠자리 복불복의 농구 게임도 역시 지루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빗속에서 3시간씩이나 기약없이 골대를 향해 공을 던져야 했던 멤버들은 그저 안스럽기만 했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홀로 도전하여 미션 성공을 이루어낸 이승기의 투혼만이 외롭게 빛났을 뿐입니다. 이렇게 처참한 방송이 된 이유는 너무 성의 없이 계획을 짜 온 제작진 때문이었음을 저는 느꼈습..
현재 K방송사의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출연 중인 윤시윤의 얼굴을 S방송사의 '강심장'에서 발견한 것은 매우 뜻밖이었습니다. 무릇 연기자들의 예능 출연이란 거의 모두가 작품의 홍보를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윤시윤의 입장에서야 티아라 지연과 함께 출연한 영화 '고사2'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당연히 영화의 홍보를 위해서라고 볼 수 있겠으나,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방송사의 입장이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는 엄연히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이며, 주인공 윤시윤이 예능에 출연해서 눈길을 끌게 되면 '제빵왕 김탁구'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필연적으로 그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S방송사의 수목드라마에는 해를 끼치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심장'은 경쟁사의 드라마에 출연 중..
김C가 하차하고 나서 다시 예전의 6인 체제로 돌아간 '1박2일'은 언뜻 생각하기에 안정적인 구도를 되찾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은지원이 OB팀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미 불균형을 예감하고 있었지요. 이번 주의 방송을 보니 과연 저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로 봐서는 당연히 은지원이 형님 그룹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왔다갔다 하기에는 은지원의 존재감이 너무 컸던 것입니다. 은지원만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MC몽이나 김종민, 아니면 차라리 이승기가 옮겨가는 편이 안정적 구도에는 더욱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은지원은 이미 YB팀의 명실상부한 대장으로 자리잡고 카리스마를 발휘하던 중이었거든요. 저는 지난 2월 1일자 포스팅에서 '강호동 VS 은..
'1박2일'의 3년 역사상 최초로 강호동이 '낙오'를 경험했습니다. 그것도 어리바리 김종민과의 최후 대결에서 패배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강호동 자신에게 있어 최고의 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낙오는 그를 '수학여행 2편'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거든요. '스템프 투어'는 '1박2일'의 멤버들이 경주 시내를 뛰어다니며 시민들과 더불어 따뜻한 장면을 연출하여 흐뭇한 즐거움을 선사했으나, 결과는 전원이 실격이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자폭을 결심한 김종민의 쌍도장 덕에, 안압지를 찍은 1등 김C와 분황사를 찍은 3등 은지원은 김종민과 함께 스템프 무효 처리가 되고 말았지요. 그리고 이승기의 행보를 불안해 하던 MC몽은 아니나 다를까, 이승기가 기념으로(?) 천마총 스템프를 찍어 오는 바..
지난 일요일, 이승기가 오랜만에 귀여운 허당스러움을 마음껏 보여주었습니다. 동화나 만화 등의 등장인물 이름과 작품명을 단 한 개도 제대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그 의외성에 놀라면서도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문제 자체가 너무 어린 사람들을 대상으로(일부러) 선정되었기에 대부분의 어른들이 못 맞힐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어른들은 동화책을 읽거나 만화를 본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밖에 없어요. 이승기는 아마도 사춘기 시절에 읽었을 '장발장'과 '레미제라블'을 연결시킬 수는 있었지만, 그보다 더 어린 시절에 읽었을 '오즈의 마법사'라든가 '심청전(뺑덕어멈)' 등은 헛갈리더군요. 예능의 재미를 위해 의도적으로 더 허당짓을 했던 것도 아마 사실이겠..
'1박2일'의 코리안루트가 점점 흥미를 더해갑니다. 우선 말도 안되는 소재를 가지고도 웃음을 이끌어 냈던 UFO 소동은 결국 제작진과의 타협(?)을 통해서 합리적으로 해결이 되었지요. 제작진이 5장의 사진을 찍어서 만약 그들이 찍은 것과 같은 기묘한 점이 찍혀 나오면 그것은 먼지와 빛 등의 작용으로 인한 것일 뿐임이 증명되는 셈이니 그들이 기왕에 획득한 용돈의 절반을 삭감하고, 만약 5장의 사진 중에 똑같은 점이 하나도 찍혀 나오지 않으면 혹시 UFO일 가능성(?)도 있으니 획득한 용돈의 2배를 지급하겠다는 나영석 PD의 제안을 멤버들이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극적으로 5번째에 확인한 마지막 사진에 아주 뚜렷하게 UFO가 찍혀 나옴으로써 그들은 용돈의 절반을 삭감당하고 맙니다. 그 점을 확인하는 순..
'검사 프린세스' (이하 '검프') 3회에서 드디어 마혜리(김소연)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원칙과 자기애(自己愛)로 굳세게 무장하고 사회적인 모든 관습과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던 오만 방자한 공주 마혜리가, 몸을 아끼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범인 검거에 나서며 나름대로 정의로운(?) 검사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귀엽고 신선하고 역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매우 중요합니다. 도대체 왜 그 사람이 변하기 시작했는가? 무엇이 그를 변화로 이끌었는가? 변화의 시작과 동시에 명백한 이유가 주어져야 하며, 그 이유가 타당하고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을수록 캐릭터의 변화는 매력적으로 비춰지게 됩니다. 마혜리의 변화에도 물론 뚜렷한 이유가 있..
과연 '1박2일'의 힘은 어디까지일까요? 프로그램을 위한 멤버들의 희생정신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사실 저녁 굶기와 하룻밤의 야외취침 정도는 촬영 때마다 수없이 겪어 온 일이니, 프로그램을 위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냥 초저녁부터 아침까지 쿨쿨 잠이나 잤으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열정적인 섭섭이들, 은지원과 MC몽은 '1박2일'을 그토록 밋밋하게 찍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은지원의 대형 사기극에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걸었다가 패배했기에, 이제 그들이 걸 수 있는 것은 남아 있지 않은 셈이었지요. 웬만큼 강한 것이 아니고서는 상대측에서 받아들일 이유도 없었고 말입니다.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는 이미 승자의 여유를 만끽하며 대중목욕탕에서 뽀얗게 씻고 나와서는 배가 터지도록 돼지고기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