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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프린세스' 그녀의 변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검사 프린세스

'검사 프린세스' 그녀의 변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빛무리~ 2010. 4. 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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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프린세스' (이하 '검프') 3회에서 드디어 마혜리(김소연)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원칙과 자기애(自己愛)로 굳세게 무장하고 사회적인 모든 관습과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던 오만 방자한 공주 마혜리가, 몸을 아끼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범인 검거에 나서며 나름대로 정의로운(?) 검사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귀엽고 신선하고 역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매우 중요합니다. 도대체 왜 그 사람이 변하기 시작했는가? 무엇이 그를 변화로 이끌었는가? 변화의 시작과 동시에 명백한 이유가 주어져야 하며, 그 이유가 타당하고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을수록 캐릭터의 변화는 매력적으로 비춰지게 됩니다.

마혜리의 변화에도 물론 뚜렷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검사로 부임한 마혜리가 얼마나 제멋대로 행동하고 다녔으며 그로 인해 동료 검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심지어 사건 배당조차 받지 못해 퇴출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된 그녀의 아버지가 분노를 터뜨리며, 단기간에 위상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그녀에게 모든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고 선언한 것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한다면 하는 아버지의 성격을 알고 있는 마혜리에게 그보다 더 무서운 일은 없습니다. 집도 차도 명품도... 아버지의 지원이 없다면 가질 수 없는데 마혜리는 도저히 그것들을 버릴 수가 없으니까요. 맞선이 예정되어 있던 부잣집 아들과 어떻게 잘해보려는 마음을 먹은 순간, 골통 검사 마혜리의 소문을 들은 남자측에서 맞선을 취소했다는 비보가 들려옵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길은 검사 직분에 충실하여 위상을 회복하는 길 뿐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가 있다면, 동료들이 자기를 얼마나 깔보고 있는지를 마혜리가 우연히 알게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바로 옆방에서 그녀가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식당에 모여앉은 선후배 동료 검사들은 마혜리에 대해 사정없이 험담을 해댔습니다. 마혜리로서는 자기가 알고 있는 원칙대로 행동한 것이기에 특별히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건만, 그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자기를 그토록 싫어하고 우습게 여긴다는 사실을 생중계를 통해 알고 말았으니 꽤나 충격이었겠지요. 딸꾹질을 하며 울음을 참던 김소연의 연기는 명품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마혜리에게 주어진 '변화의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경제적 욕구'와 '오기'라고나 해야겠네요. 물론 매우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이유 때문에 변화하고, 창창하게 치밀어오르는 오기 때문에 변화합니다. 그러나 뭔가 아쉽고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찬란한 유산'의 선우환(이승기)을 변화시킨 것은 고은성(한효주)에 대한 사랑이었지만, 못지않게 그의 마음을 동요시켰던 사건을 저는 기억합니다. 설렁탕 한 그릇을 배달하고 오라는 점장의 명을 받고 투덜대며 달동네 판자집을 찾아간 선우환은 거기서 이제껏 자신이 몰랐던 세상을 접하게 됩니다. 병들어 누워 있는 할머니를 혼자 돌보고 계신 할아버지는, 누추한 이불 밑에서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몇 장을 꺼내 설렁탕 값을 지불하면서 한없이 그에게 미안해 하셨습니다. 고작 한 그릇을 가지고 여기까지 오게 해서 정말 미안하지만 병든 아내에게 먹이고 싶어서 그랬다며, 환의 손에 몇 개의 사탕까지 쥐어 주십니다.

돌아오는 길에 선우환은 길가의 벤치에 드러누워, 할아버지가 건네주신 꼬깃한 천원짜리를 바라봅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하룻밤에도 수백 수천만원을 유흥비로 탕진하던 자신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햇빛조차 들지 않던 어두운 판자집... 이불 밑에 소중하게 간직했던 몇 천원을 꺼내 아픈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 주시던 할아버지... 환은 왠지 미칠 것만 같습니다. "아... 뭐 이러냐..." 손을 들어 햇빛을 가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던 선우환의 변화는 사실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소현경 작가는 이렇게 매우 현실적인 소재를 이용하면서도 결코 식상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변화해 가는 선우환의 모습은 더할 수 없이 매력적이었지요. 그런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건만, 검사 마혜리는 좀 다른 방식으로 변해갈 모양입니다. 무개념에서 너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리면 말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선우환이 느꼈던 것과 같은 긍정적 흔들림이 변화의 계기가 되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버지가 경제적 지원을 끊는다고 해서... 동료들이 너무 심하게 왕따를 시키는 바람에 오기가 생겨서... 이런 유치한 이유 때문에 변화하기 시작한 마혜리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녀는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반에 극도의 무개념녀를 보여주었는데 더 이상 나빠진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정의로운 검사로 어차피 재탄생할 거라면, 그 변화의 이유도 좀 더 긍정적인 것이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별 것 아닌 것에서 시작된 변화라도 이끌어낸 결과는 찬란할 수 있지만. 하지만 기왕이면 수미상관이 되어야 그 효과가 더 크겠지요.

하지만 저는 소현경 작가의 저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약간의 아쉬운 점이 눈에 띄긴 했어도, 결코 실망시키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 좀 더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려 합니다.


*덧글1 : '신데렐라 언니' 리뷰는 일단 내일로 미뤄 두겠습니다. 워낙 애정을 갖고 시청하는 작품이다 보니 리뷰를 쓰는데도 공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 체력이 바닥입니다. 오늘만 지나가면 바쁜 일은 대충 끝나요..^^

*덧글2 :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 그리고 소현경 작가의 '검사 프린세스'가 S본부 아닌 다른 방송국에서 방송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소망이 오늘도 자꾸만 떠오릅니다. 아직 겪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캡처사진을 이용하시건만, 저는 찜찜해서 한 장도 못 쓰겠네요. 저 유일한 이미지도 방송 캡처가 아니라 김소연씨의 다른 사진들 중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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