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박준금 (7)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시청하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매우 착하고 솔직한 데다가, 악역의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조차 어설프고 귀여운 수준이라서 가볍고 유쾌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요즘 그러잖아도 시국이 뒤숭숭하고 현실이 답답한데, 이 와중에 '퍽퍽한 고구마를 목구멍에 마구 쑤셔넣는' 드라마는 솔직히 별로 매력 없는게 사실이다. 가끔씩 사이다를 먹여준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고구마가 많은 드라마는 당기질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그래서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솔직 순수해서 예쁜 인물들 중에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돌직구 짝사랑녀 민효원(이세..
'뻐꾸기 둥지'는 마치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것처럼 속도감이 끝내주는 드라마이다. 일일연속극이니 최소 100부작은 넘게 달려야 할텐데, 이제 겨우 8회만에 주요 내용의 절반 이상이 지나가 버린 느낌이다. 물론 지금은 빨라서 재미있고 좋은데, 이렇게 해서는 결코 방대한 분량을 채울 수 없을테니 나중에 얼마나 늘어지게 될지 좀 걱정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초반의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기에는 성공한 듯 싶다. 엄밀히 말해서 이 드라마는 '복수극'의 계열에 포함시킬 수 없다. 우선 죄 지은 자가 있고 그 다음에 복수하는 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 드라마에는 복수를 당해야 할 만큼 '죄 지은 자'가 없기 때문이다. 죽은 오빠 이동현(정민진)의 복수를 한답시고 대리모를 자처한 이화영(이채영)..
난공불락의 철옹성처럼 보이던 제국그룹의 김남윤(정동환)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만약 현실이라면 그 상황에서 이런 식의 변화가 일어나리라 생각하기 어렵지만, 하여튼 이 드라마에서 김회장의 위독은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였다. 대략 20년 동안이나 김회장의 명목상 본처 자리를 지키며 호시탐탐 제국그룹을 집어삼킬 계획을 세워 온 정지숙(박준금) 여사는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는 듯 자신의 추종자들을 불러모아 총공격을 개시하고, 김회장의 반목하던 두 아들 김원(최진혁)과 김탄(이민호)는 경영권을 남의 손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자연스레 화해했다. 두 형제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얕은 데다가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허를 찔렸기 때문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비서실장이었다가 ..
처음엔 특별한 개성도 없어 보이고 밋밋한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김탄(이민호) 이 녀석 볼수록 매력적이다. 순수가 실종된 시대에, 순수를 지닌 채로는 살아남을 수조차 없는 그 곳에서, 어떻게든 순수를 지켜 보려는 그 아이의 마지막 발버둥이 한없이 애처롭다. 물론 그 발버둥도 아직은 열 여덟 살이기에 가능한 것일 뿐, 이복형 김원(최진혁)을 원망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김탄 역시 10년쯤 흐른 후에는 형과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다. 어린 이복동생을 영영 미국으로 쫓아 보내려는 냉혹한 김원도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 테니까. 자신과 김탄의 약혼은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의 거대한 약속이라며 차은상(박신혜)을 다그치는 유라헬(김지원)을 볼 때 너무 어른같은 모습에 나는 살짝 소름이 끼쳤는데, 사실은..
김은숙 작가의 로코물이며 수많은 청춘 스타들을 출연시킨 야심작치고는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던 '상속자들'이다. 일단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산만했고, 그 인물들의 제각각 스토리를 일일이 언급하며 진행되니 주인공들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졌다.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의 캐릭터는 흔해빠진 캔디 꼭 그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녀의 백마 탄 왕자님 김탄(이민호)의 캐릭터도 별로 신선한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못된 무법자 최영도(김우빈)는 이미지가 워낙 강렬한 데다가 그 아버지의 캐릭터가 나름 독특하여 시선을 끌었다. 김탄의 아버지는 지금껏 드라마에서 보아 왔던 재벌 회장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지만, 최영도의 아버지처럼 중후한 나이에도 깡패 수준의 저급한..
평소 즐겨 보는 것도 아니고 제 취향의 프로그램도 아니지만, 그 시간대에 너무 볼 게 없어서 가끔씩은 '댄싱 위드 더 스타2'에 채널을 맞춰 두곤 했습니다. 가수와 연기자와 운동선수 등 자신의 분야에서는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올랐지만, 댄스라는 분야에서는 아마추어에 불과한 그들이, 몸의 부상을 무릅쓰고 춤 연습에 매진하며 삶의 또 다른 성취감을 얻기 위해 땀 흘리는 모습들은 그 자체만으로 감동적이긴 하더군요. 선정성 논란이나 판정시비 논란이 틈틈이 불거져 나왔지만, 제가 춤이라는 장르에 워낙 철저한 문외한이다 보니 속으로는 동의하더라도 끼어들기는 민망했습니다. 복장의 노출이 심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글쎄 뭐... 춤은 원래 저런 옷을 입고 춰야 제맛인 건지도 모르지..;;" 하면서 넘어갔고, 심사평이나 ..
피겨퀸 김연아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작하는 예능 '키스앤크라이'가 2회까지의 방송을 마쳤지만, 시청률에서 경쟁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1박2일'에 확연히 뒤처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나가수'에서는 최고 가창력의 프로 가수들이 매주 목숨 걸고 노래하며 피말리는 경연을 벌이는 중인데, '키앤크'에서는 초짜 중의 초짜들이 어설프기 짝이 없는 피겨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니, 언뜻 생각해도 많이 불리하지요. 게다가 '키앤크'의 연예인 출연자들에게 반드시 피겨를 배워야 할만한 절박한 사정이 있거나 감동적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새로운 도전을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이게 전부이니, 자기 본업의 명예를 걸고 '나가수'에 임하는 가수들의 절박한 자세에 비하면 참 많이 싱거울 수밖에 없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