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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스타2' 효연의 사전녹화 우승, 유효한 것일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댄싱스타2' 효연의 사전녹화 우승, 유효한 것일까?

빛무리~ 2012. 6.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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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즐겨 보는 것도 아니고 제 취향의 프로그램도 아니지만, 그 시간대에 너무 볼 게 없어서 가끔씩은 '댄싱 위드 더 스타2'에 채널을 맞춰 두곤 했습니다. 가수와 연기자와 운동선수 등 자신의 분야에서는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올랐지만, 댄스라는 분야에서는 아마추어에 불과한 그들이, 몸의 부상을 무릅쓰고 춤 연습에 매진하며 삶의 또 다른 성취감을 얻기 위해 땀 흘리는 모습들은 그 자체만으로 감동적이긴 하더군요.

 

선정성 논란이나 판정시비 논란이 틈틈이 불거져 나왔지만, 제가 춤이라는 장르에 워낙 철저한 문외한이다 보니 속으로는 동의하더라도 끼어들기는 민망했습니다. 복장의 노출이 심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글쎄 뭐... 춤은 원래 저런 옷을 입고 춰야 제맛인 건지도 모르지..;;" 하면서 넘어갔고, 심사평이나 점수에 수긍이 가지 않아도 "나는 뭐... 전혀 볼 줄을 모르니까..;;" 하면서 넘어갔습니다. 노래에 관해서는 그래도 아주 생판 문외한은 아닌지라 '나가수'나 '슈스케' 등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저런 할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춤에 관해서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말이 없더군요.

 

 

지난 6월 22일 금요일 밤에도 저는 우연처럼 '댄싱스타2'에 채널을 맞춰 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 곁눈질하듯 보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의 주제는 'my story'였고, 참가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힘겨웠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혼신의 감정을 다 쏟아부었기 때문인지, 모든 무대가 다른 때보다 더욱 감동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효연의 무대가 끝난 후 MC 이덕화의 멘트를 듣는 순간, 무대를 지켜보던 흐뭇한 마음은 모조리 날아가고 남은 것은 찜찜한 기분과 불쾌한 심정뿐이었습니다. 효연은 개인사정으로 생방송에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득이 녹화된 영상을 제출하여 경연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거였습니다.

 

"이건 아니잖아?" 저는 그 순간 더 이상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한의 공정성마저 담보되지 않은 경연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정해진 날짜에 수능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되면, 따로이 개인 시험장을 마련해서 개인 감독관을 두고 미리 시험을 치른 다음, 그렇게 미리 작성된 답안지를 시험 당일날 슬쩍 끼워넣어도 무방한 건가요? 세상에 그렇게 수월한 일이 있나요?

 

 

MC는 줄곧 효연의 녹화가 다른 참가자들과 동등한 조건 아래 단 한 번의 녹화로 이루어졌음을 강조했지만, 동등한 조건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백 번 양보해서, 단 한 번의 녹화로 그쳤다는 말 정도는 믿어줄 수도 있겠죠. (아무도 확인한 바가 없으니, 사실 그것도 믿기가 떨떠름하지만요..;;) 그러나 수백 수천만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생방송의 부담을 안고 경연을 치러야만 했던 다른 참가자들과 동등한 조건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하면 동등한 조건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MC나 예능인들도 생방송 때는 긴장해서 실수를 저지르곤 하는데, 한 동작의 실수가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는 댄스 경연에서 생방송과 녹화의 차이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요?

 

그랬을 리도 없지만, 설령 평소와 똑같은 인원수의 방청객을 데려다 놓고, 생방송 때와 똑같은 심사위원 3명까지 데려다 앉혀놓은 자리에서 녹화를 했다 쳐도, 근본적으로 절대 동등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오직 효연만을 위해 따로 마련된 무대에서 따로 사전녹화된 그녀의 춤이 아무리 질적으로 훌륭한 것이었다 해도, 생방송 경연에 참가하지 못했다면 실격처리 되어야 마땅합니다. 아니, 개인적인 사정상 경연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면, 이런저런 편법을 강구할 것이 아니라 깔끔하게 자진하차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겠죠.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효연은 이번 주 경연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문자투표를 점령한 거대한 아이돌 팬덤의 위력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우승컵은 효연에게 쓰디쓴 독배가 되고 말았군요. 우승만 아니었어도 대충 씁쓸함을 삼키며 넘어가려 했는데, 정정당당히 생방송 경연에 임한 다른 팀들을 모두 물리치고 하필이면 사전녹화 영상으로 참가한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에는, 평소 관심없던 저 같은 사람마저 화가 나서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요즘 시트콤 '스탠바이'에 나오는 박준금의 유행어를 빌린다면 "경연이 장난이야?" 라고 쏘아붙여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물론 효연이라는 한 소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을 겁니다. 그 아이는 거대 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에 불과하니까요. 스케줄 조정은 커녕, 그녀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나 되겠어요? 어쩌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효연 자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모처럼 'my story'라는 주제를 맞이하여,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자기를 응원하며 뒷받침해 주셨던 부모님께 대한 애틋한 마음도 표현했고, 그 동안 소녀시대 안에서 효연의 이름을 알리고자 부단히 노력해 온 땀방울도 내비쳤는데... 생방송에 참가했다면 떳떳하게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도 매우 높았는데, 하필이면 그놈의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이런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효연의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 해도, 아닌 건 아닌 겁니다. 최여진이나 토니안 등, 다른 참가자들이 경연에 임하는 마음자세도 앞으로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듯 싶군요. 생방송엔 오지도 않고 사전녹화 테잎만 들이밀고 간 사람이 우승을 했는데, 이렇게까지 대놓고 불공정한 경연을 선선히 받아들일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모두들 미리 약속한 바가 있고 체면이 있으니 의욕을 잃었어도 쉽게 그만둘 수야 없겠지만, 더 이상 혼신의 힘을 기울여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그 참가자들 중 한 사람이라면 차라리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자진하차해 버릴 것 같네요.

 

'댄싱 위드 더 스타2'는 이미 공정성을 잃었고, 더 이상의 경연은 무의미해져 버렸습니다. 솔직히 누가 봐도 이건 프로그램 자체가 망가져 버린 수준이에요. 지상파 방송에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시청자와의 약속보다, 한 거대 기획사 아이돌의 스케줄이 우선시된 상황이니까요. 사전녹화 참가라는 말도 안 되는 편법을 제시한 것은 아마도 기획사 측이었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인 방송사 측의 결정은 더욱 어이가 없습니다. 하긴 벌써 반년 가량이나 파업이 계속되는 상황이니, 이렇게 망가져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군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정말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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