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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이세영 조윤희, 솔직해서 예쁜 그녀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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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이세영 조윤희, 솔직해서 예쁜 그녀들

빛무리~ 2016.11.27 13:3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시청하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매우 착하고 솔직한 데다가, 악역의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조차 어설프고 귀여운 수준이라서 가볍고 유쾌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요즘 그러잖아도 시국이 뒤숭숭하고 현실이 답답한데, 이 와중에 '퍽퍽한 고구마를 목구멍에 마구 쑤셔넣는' 드라마는 솔직히 별로 매력 없는게 사실이다. 가끔씩 사이다를 먹여준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고구마가 많은 드라마는 당기질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그래서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솔직 순수해서 예쁜 인물들 중에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돌직구 짝사랑녀 민효원(이세영)이다. 지성과 미모와 젊음과 재력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재벌가의 막내딸 민효원이, 멀끔한 허우대와 착한 마음씨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남자 강태양(현우)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다. 반할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잘생긴 녀석이었을 뿐인데, 아무튼 이 철부지 아가씨의 미친 사랑은 현재 브레이크 고장난 레이싱카처럼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오랜 연인이었던 최지연(차주영)에게 배신당한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강태양은 밀어내고 또 밀어냈지만, 민효원의 저돌적인 대쉬 앞에서 차츰 무너져가는 중이다. 


사실 그 어떤 남자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젊고 예쁘고 귀엽고 성격 좋은 아가씨가, 세상 누구보다 당신을 가장 사랑한다면서 그토록 열심히 다가서며 잘 챙겨주는데... "아츄~ 널 보면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 두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러블리즈의 'Ah-Choo'는 마치 민효원이라는 캐릭터를 위해서 만들어진 노래 같기도 하다. 남녀간의 사랑에는 밀당이 중요하다는데, 그런 거 다 필요없다는 듯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민효원의 모습이 어쩌면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물론 모든 경우에 그 방식이 최고는 아니겠지만, 창백하던 강태양의 얼굴에 다시 발그레하게 떠오르는 홍조는 이미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민효원의 강렬한 캐릭터에 비해 여주인공 나연실(조윤희)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밋밋해 보였었다. 착하고 성실하지만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남주인공 이동진(이동건)과 초반의 오해 때문에 톰과제리처럼 아웅다웅하던 모습이 길게 이어지면서 둘 다 예쁘지 않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톰과제리 모드가 종료되고 달달한 사랑 모드가 시작되면서, 이동진과 나연실의 진짜 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재수없도록 오만하고 까칠하던 남자 이동진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배려하고 기다려주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로 거듭났다. 


나연실은 평소 지나친 솔직함이 약간 주책맞아 보일 정도였는데, 사랑을 시작하니 그 솔직함의 진가가 드러났다. 수줍음 때문에라도 마음을 살짝 숨길 법한데, 전혀 그럴 생각 없이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모두 거침없이 털어놓는 그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동진의 고백을 받고는 스스로 그처럼 잘난 남자와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거절했지만, 불가항력적으로 끌리는 마음을 전혀 숨기지 못할 만큼 나연실은 순수하기 이를 데 없었다.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거였는데,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봐요. 사장님이 저를 좋아한다고 해주시니까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해서 솔직히 좀 들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이동진이 선물해 준 곰인형을 안고 눈물을 주룩주룩 흘린다. "잘한거야, 나연실... 근데 왜 자꾸 눈물이 나냐, 주책없이..." 속으로는 너무 좋은데, 그 사랑을 받아들이고 싶어 미치겠는데 그럴 수 없는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느껴졌다. 혼자서 계란프라이를 하려다 말고, 이동진이 손수 정성껏 부쳐주던 계란프라이를 떠올리며 나연실은 또 중얼거린다. "앞으로 계란프라이는 평생 못 먹겠네..." 이미 그녀의 마음 속에도 사랑은 꽉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이동진이 불쑥 찾아온 전처 민효주(구재이)와 마주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또 어쩔 수 없는 질투심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 


몹시 신경쓰이고 질투가 나는데, 그들 앞에 당당히 나서지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서럽고 비참했을 것이다. "날 좋아한다면서 그분은 왜 만난 거예요?" 용감하게 한 마디 따져 보았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니 저절로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울면서 질투하는 그녀가 귀여운지 이동진은 "속상해서 우는 거예요?" 하고 묻는다. "속상해서 우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겠어요. 그냥 자꾸 눈물이 나요. 아흑...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어떡해 어떡해..." 이동진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때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감동적일 만큼 사랑스럽다. 

내 마음을 이렇게 흔들어 놓다니... 감히 욕심낼 수 없는 당신을 원하게 만들어 놓다니... 그녀의 몸짓에는 솔직한 모든 언어가 담겨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원망하는 마음... 생전 처음 받아보는 진실한 남자의 넉넉한 사랑 앞에서 그 벅찬 심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외로운 여자의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동진은 가볍게 그녀를 끌어안으며 속삭인다. "왜 그런지 내가 가르쳐줘요? 나연실씨가 나를 좋아해서 그런 거예요."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은 이미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연실의 허울뿐인 조폭 남편 홍기표(지승현)와 그 어머니(정경순), 그리고 아들 이동진을 천금같이 여기는 모친 최곡지(김영애)의 반대가 걸림돌이 되기는 하겠지만. 


민효원과 강태양의 사랑에도 만만찮은 걸림돌이 있다. 강태양의 연인 최지연을 빼앗아간 남자가 바로 민효원의 친오빠 민효상(박은석)이기 때문이다. 두 커플이 모두 결혼을 하게 된다면, 헤어진 연인 강태양과 최지연은 다시 한 가족이 되는 셈이니 이쪽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하지만 가족까지 버릴 결심을 하고 강태양을 따라나선 민효원의 결심이 워낙 굳어 보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민효상도 악역이긴 하지만 너무 수준이 떨어지니 경계 대상은 못 되고, 효원의 엄마인 고은숙(박준금)은 처음에 악녀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딸 효원과 꼭 닮은 귀여운 구석이 많아서 점점 호감녀로 인상이 바뀌는 중이다. 


수십 년 동안 '월계수 양복점'을 지켜 온 노사장 이만술(신구)은 희귀병으로 눈이 멀어가는 와중에도 가난한 이웃을 위해 무료로 양복을 지어주는 등 더할 수 없이 선량하고 너그러운 인물이다. 그의 딸 이동숙(오현경)은 다소 주책맞고 경솔하긴 하지만 진실하고 따뜻해서 예쁜 여자다. 동숙의 사랑을 받는 밤무대 가수 성태평(최원영) 역시 은혜를 입으면 고마워할 줄 알고, 신세를 지면 최선을 다해 갚으려고 노력하는 성실한 남자다. 동숙이 빌려준 3천만원을 성태평이 사기당했을 때, 솔직히 나는 그가 입을 싹 닦고 야반도주를 할 줄 알았다. 어쩌면 그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스토리 전개인데, 놀랍게도 착한 성태평은 그러지 않았다. 


뭐니 뭐니 해도 이 드라마의 최고 인기 커플은 배삼도(차인표)와 복선녀(라미란) 부부다. 주말연속극을 잘 안 보는 내가 모처럼 보기 시작했던 이유도 사실은 차인표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선보이는 연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과연 배삼도와 복선녀는 캐릭터 자체가 리얼하고 매력적일 뿐 아니라, 차인표와 라미란의 물 오른 연기력이 합쳐지며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제껏 구현숙 작가의 드라마를 꽤 여러 편 시청했으나, 인물 각각의 캐릭터가 이만큼 성공적으로 뚜렷하고 사랑스럽게 구축된 작품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구현숙 작가의 인생작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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