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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김성령, 귀여운 푼수 엄마로 대박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상속자들

'상속자들' 김성령, 귀여운 푼수 엄마로 대박치다

빛무리~ 2013. 11. 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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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의 로코물이며 수많은 청춘 스타들을 출연시킨 야심작치고는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던 '상속자들'이다. 일단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산만했고, 그 인물들의 제각각 스토리를 일일이 언급하며 진행되니 주인공들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졌다.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의 캐릭터는 흔해빠진 캔디 꼭 그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녀의 백마 탄 왕자님 김탄(이민호)의 캐릭터도 별로 신선한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못된 무법자 최영도(김우빈)는 이미지가 워낙 강렬한 데다가 그 아버지의 캐릭터가 나름 독특하여 시선을 끌었다.

 

김탄의 아버지는 지금껏 드라마에서 보아 왔던 재벌 회장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지만, 최영도의 아버지처럼 중후한 나이에도 깡패 수준의 저급한 인격과 폭력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재벌 회장은 여느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까닭이다. 아버지의 악랄함이 크게 부각되니, 어려서부터 그런 부친의 슬하에서 온갖 폭력을 감내하며 자라난 아들에게는 자연히 측은지심이 생겨났다. 이만하면 서브 캐릭터로서 최영도는 꽤 훌륭히 잘 뽑힌 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주인공들의 존재감이 너무 미약했다.

 

 

2009년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는 풋풋한 신인배우 이민호에게 썩 잘 어울렸다. 하지만 4년여의 세월이 흐른 후, 어른의 깊은 눈빛과 성숙한 내면 연기를 갖추게 된 27세의 이민호에게 질풍노도의 18세 김탄 역을 맡긴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지는 의문이다. 남자에겐 25세와 27세의 차이가 그토록 큰 것일까? 1989년생의 이종석이나 김우빈에겐 고등학생 교복을 입혀 놔도 아슬아슬하게나마 그 분위기가 살아나는데, 1987년생 이민호의 교복 입은 모습에는 좀처럼 적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상대역 박신혜는 24세의 나이에도 여고생 역할이 제격일 만큼 동안이니, 이민호와 동갑내기 커플로 나오는 게 영 볼 때마다 민망한 느낌이 들었다. 그에 비하면 김탄의 이복형 김원 역을 맡은 최진혁은 한결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인다. 연기자로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나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는데 '구가의 서'의 구월령에 이어 '상속자들'의 김원까지, 올해는 연기자 최진혁에게 행운이 거듭되는 해인가 보다.

 

 

무려 9회에 이르도록 별다른 포인트를 잡을 수 없던 '상속자들'에 드디어 구세주가 등장했다. 언젠가는 저 푼수 엄마가 한 건 하겠다 싶었는데, 결국 그 예감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김탄의 생모 한기애(김성령)는 김남윤(정동환) 회장의 첩이다. 호적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아들 김탄을 낳았기에 제법 위세를 떨치며 그 거대한 저택에 입성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김회장의 맏아들 김원을 낳은 첫번째 부인은 사망했고, 현재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두번째 부인 정지숙(박준금)인데 그녀에겐 자식이 없다.

 

정지숙은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제국 고등학교의 이사장이며 김탄의 호적상 모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혼맥과 혈연을 통해 재력과 권력이 승계되는 재벌 사회에서 친자식이 없다는 것은 큰 약점이라, 공식적으로는 모든 것을 가졌으면서도 정지숙은 한기애에게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내곤 한다. 물론 한기애는 아들 김탄을 내세워 언젠가 제국그룹을 차지하겠다는 욕망을 품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김원의 존재 때문에 거의 가능성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차은상의 엄마 박희남(김미경)은 언어 장애인이다. 들을 수는 있으나 말을 하지 못해서 (딸 은상과는 수화로 통하지만) 늘 수첩과 펜을 갖고 다니며 필담을 한다. 현재 박희남은 제국그룹 회장 댁의 가사도우미인데, 김회장의 첩실 한기애와 더불어 웃음과 재미를 톡톡이 뽑아내는 중이다. 사실 이 드라마는 명색이 로코물이고 청춘물인데,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너무 진지해서 웃음 포인트가 없는 편이다. 오히려 사회 계층의 극명한 분리와 하위 계층이 감당해야 하는 지독한 억압의 모습들을 너무 생생히 고등학교 배경으로 옮겨 온 까닭에, 전체적 분위기는 어둡고 답답하다.

 

그 와중에 재벌가의 푼수떼기 첩실과 조용히 필담으로 할 말 다 하는 가사도우미의 아웅다웅하는 장면이 나오면 모처럼 가벼운 웃음으로 한 숨 돌릴 수 있는 것이다. 김미경의 리얼한 언어 장애인 연기도 훌륭한데, 그에 맞서는 김성령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허세로 가득하지만 악의는 없고, 욕심은 많으나 실속이 없고,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남들 앞에서 제 자식의 엄마라고 나설 수조차 없는 모정의 애틋함까지, 제법 다이내믹한 한기애의 캐릭터를 김성령은 맞춤옷처럼 멋지게 소화하고 있다. 

 

이 귀여운 푼수 아줌마가 9회에서 제대로 대박을 쳤다. 그녀의 통쾌한 활약으로 웃음이 빵빵 터지며 '상속자들'은 비로소 로코물답게 유쾌한 분위기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기애는 김탄의 생모이면서도 지금껏 아들을 위한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세상에 알려진 김탄은 제국그룹의 흠 없는 둘째 왕자였고, 그의 공식적 모친은 김회장의 아내 정지숙인 까닭이었다. 한기애는 몹시 안타깝고도 궁금했다. 탄이 친구의 엄마들이 궁금했고, 탄이네 학교의 학부모 회의는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저 애만 타는데 박희남이 휴대폰을 들고 급히 달려왔다. 전학생 차은상의 엄마로서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라는 전화였는데, 박희남은 말을 할 수 없으니 한기애에게 대신 받아 달라고 청하는 것이었다. 한기애가 전화를 받았으나, 수차례 통화가 되지 않아서 불편했던 학부모 대표(서이숙)는 자세한 설명도 듣지 않은 채 간단히 통보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 때 한기애의 머릿속에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마침 차은상은 학교에서 왕따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제국고 학생들 사이에는 명백한 계급이 존재한다. 경영상속자, 주식상속자, 명예상속자, 그리고 졸부와 사회배려자 집단이 그것이다. 졸부까지는 간신히 왕따를 면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사배자' 소속임이 드러나면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지고 만다. 그런 현실을 잘 알기에, 김탄은 차은상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가 졸부 집안 딸이라고 소문을 냈다. 하지만 아무런 대책없이 뿌려 놓은 거짓말은 머지 않아 폭풍으로 되돌아 왔다.

 

텃세를 부리는 여학생들이 은상 곁에 몰려들어 부모님 이름을 말해 보라고, 졸부라면 당연히 인터넷 검색에 뜨지 않겠느냐고 다그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땅히 거절할 핑계도 없어 난처해진 은상과 그녀를 보호할 방법을 찾지 못해 당혹스러워하는 김탄... 그 순간 기적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차은상의 엄마가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꾸민 채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등장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전교생의 막대한 캠프 비용을 (숙박만 제외하고) 차은상 엄마가 모두 대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자, 더 이상 차은상의 계급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은 없었다. 이 결과는 졸부의 아내같은 포스를 철철 풍기며 차은상의 엄마를 가장하고 학부모 회의에 참석한 한기애가 이룩해낸 쾌거였다. 설정이 좀 억지스럽긴 했다. 폼과 허세가 목숨같은 사람이니 명품으로 치장하고 간 거야 당연하다 치더라도, 한기애가 굳이 캠프 비용을 대겠다고 자청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차은상 엄마 자격으로 참석했으니 그렇게 돈을 펑펑 쓰면서 위세를 부려봤자 아들 김탄에게 좋을 것도 없는데 말이다. 너무 단순해서 거기까진 생각 못한 걸까? 그냥 그 순간 뽐내고 싶은 마음에 아무 생각없이 지른 걸까? 하여튼 덕분에 차은상은 제국고 내의 생활이 한층 편해지게 되었다. 아무리 졸부라도 다른 엄마들을 모두 기죽일 만큼의 재력을 과시하는 집안의 딸임이 증명되었으니, 이제 누구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진 못할 것이다.

 

 

아무래도 김은숙 작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보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써야 할 듯 싶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 그녀의 드라마 중 높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은 모두 30대 이상 어른들의 사랑을 다루고 있었다. 물론 유치한 부분들이 적잖이 섞여 있지만, 김은숙 작가가 그려내는 감성은 확실히 성숙한 어른들의 그것에 가깝다. 솔직히 제국고 아이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10대 청소년의 풋풋함은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글쎄 특수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모두 그런지 모르겠으나, 세상을 다 알고 세파에 찌들어 버린 어른들의 모습과 너무 똑같으니 청춘물답게 상큼한 매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18세 여고생 유라헬(김지원)은 차은상에게 말한다. "김탄이랑 내가 약혼했다는 게 무슨 뜻인 줄 알아? 그애랑 내가 연애한다는 소리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이 약속을 했다는 뜻이야. 주식을 나누고 기술을 공유하고, 몇 천억일지 몇 조일지 모를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딜이라고! 넌 지금 이 거대한 약속에 끼어든 거야." 유라헬의 말 속에는 사랑 앞에 당당하고 싶었던 차은상을 삽시간에 기죽이는 현실의 위력이 담겨 있었다.

 

 

주인공인 청춘들의 사랑보다 그 엄마들의 이야기가 더 볼만하니 주객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어쨌든 9회에서 탄이 엄마 김성령의 존재감은 정말 대단했다. 비록 캔디류의 흔한 내용이고 아이들의 캐릭터도 신선하지는 않으나, 차후 부모 역할을 맡은 중견 배우들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더해진다면 예상 못한 재미를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박희남과 한기애의 티격태격은 물론 계속되어야 할 것이며, 라헬 엄마 이에스더(윤손하)와 찬영(강민혁) 아빠 윤재호(최원영)의 미묘한 관계도 더욱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드라마의 기본인 '갈등' 포인트가 그 쪽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정공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우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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