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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을 보다

'1박2일' 윤시윤은 확실히 운이 좋은 사람이다

빛무리~ 2016.06.20 12:35

'1박2일' 이화여대 특집에서 방송된 윤시윤의 짧은 강의가 세간의 화제다. 솔직함과 진지함 사이에 적절한 위트를 섞어, 매우 간결하면서도 울림이 큰 강의를 완성해낸 윤시윤의 실력은 참 놀라웠다. 오죽하면 배우로서 대선배이며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인 차태현조차도 시종일관 경탄스런 눈빛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나는 윤시윤의 강의를 들으며, 그 재능에 감탄하기보다 오히려 그에게 주어진 천성적 행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나이에 거듭된 행운을 경험하다 보면 쉽사리 교만해질 수 있고, 자칫하면 그 교만의 대가로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윤동구(윤시윤)는 타고난 겸손 덕분에 치명적인 교만의 늪을 훌쩍 건너뛸 수 있었던 것이다. 

윤시윤은 애니메이션 '카(Cars)'를 소개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차를 몰고 앞만 보며 달리던 주인공이 우연히 네비게이션에도 없는 샛길로 접어들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비록 목적지를 향해 달리던 직선코스에서는 벗어났지만, 우연히 들르게 된 그 곳에는 색다른 아름다움과 가치가 있었다. 그 마을에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체험한 주인공이 다시 고속도로로 접어들 때는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윤시윤은 자신에게 갑자기 닥쳐왔던 행운을 이야기했다. 평범한 학생이었다가 느닷없이 김병욱의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주요 배역으로 캐스팅되면서 그의 운명은 커다란 격변을 맞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붕킥'이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끌며 윤시윤은 하루아침에 떠오르는 청춘스타로 자리잡게 된다. 


그 인기에 힘입어 윤시윤은 일약 수목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는데, 설상가상 '제빵왕 김탁구'는 50%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며 윤시윤에게 명실상부한 대세 배우의 타이틀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윤시윤은 그 행운이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자신에게 닥쳐온 너무도 큰 행운이 오히려 부담스럽고 두려웠다는 것이다. "좋았을까요? 아니, 무서웠어요. 내가 한 게 아니니까... 나는 너무 운이 좋았을 뿐이라, 여기서 더 했다가는 잃을 것 같았던 거예요. 그래서 숨기 시작했어요. 대중들도 안 만나고 철저히 숨었어요. 특히 예능에는 절대 안 나갔어요. 왜? 저 탁구 못 치는 거 보셨잖아요. (웃음) 그거 들킬까봐서요."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한 마음이 더 컸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데,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상황에서 어찌 두 손을 맥없이 놓고 있었단 말인가? 윤시윤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 시간에 저와 함께 했던 친구들... 주원, 신세경, 박신혜, 최다니엘 그들은 도전하고 넘어지면서 때로는악플과도 싸우면서 배우의 길을 걸어갔어요. 군대에 가서야 눈물나게 후회가 됐어요. 그들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나는 왜 그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가지 않았지? 무서워서?" 역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었다. 윤시윤은 겸손함을 타고난 대신, 재빨리 시류를 파악하고 적응하는 기민함과 영악함은 다소 부족하게 타고났던 것이다. 


"이제는 제 삶에서도 오르막과 내리막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싶어서, 1박2일을 선택했어요. 오를 때는 힘들 거고 내려갈 때는 무서울 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려고요." 잔잔하면서도 먹먹한 감동이 가슴을 치는 순간, 윤동구는 말을 이어갔다. "이 미션은 밥이 걸려있는 미션이에요. (웃음) 얼마나 맛있을까, 그 풍경을 한 번 느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무거운 진솔함으로 감동을 준 후 가벼운 위트로 웃음을 주며 윤시윤은 짧은 강의를 마무리했다. 자리로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는데, 입가에는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참 괜찮은 청년이구나. 지나친 겸손 때문에 기회를 한 번쯤 놓쳤으면 어떠랴? 그의 앞날에는 더욱 많은 기회가 남아 있는데, 오히려 교만했더라면 훨씬 더 큰 타격을 입고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는데.


 

문득 오래 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진솔한 고백을 털어놓았던 배우 주진모가 떠올랐다. (관련 포스팅 :  무릎팍 주진모, 살아있는 겸손함을 가르치다) 젊은 나이에 CF 등을 통해 선풍적 인기를 얻고 영화 및 드라마의 주인공까지도 쉽게 차지하면서, 그는 몹시 교만하고 건방진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속으로 "나 정도면 ○○○급은 되는 거 아냐?" 라고 수십 년 경력의 대선배들과 자신을 비등하게 여기며, 양 어깨에 벽돌 1만 장을 올려놓고 살았다는 것이다. 결국 '와니와 준하' 개봉을 앞두고 당연히 참석해야 했던 무대인사에 주진모는 아무 이유 없이 불참하고 말았다. 단순한 자만심과 반항심때문에 배우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고 야구를 하러 갔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락에는 결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 행동들로 인해 영화 업계에서는 배우 주진모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들이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결국 모든 섭외가 중단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갑자기 사라진 환호와 차가워진 눈빛들을 이해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었다. 그 후로 아주 오랜 세월 동안 힘겨운 방황을 거듭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노라고 주진모는 말했다. 너무 솔직해서 자칫 위험해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좋은 약이 되어줄 고백이었다. 


그런데 윤시윤의 경우는 오히려 주진모와는 정반대였다. 주진모가 지나친 교만으로 기회를 잃고 추락했다면, 윤시윤은 지나친 겸손 때문에 스스로 기회를 놓아버렸던 것이다. 그래도 윤시윤의 경우가 훨씬 낫다고 보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깨달음만 있다면 다시 기회를 잡기는 비교적 수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예계에서 일단 '건방지다'고 낙인 찍히게 되면, 동료 및 관계자들의 싸늘한 시선을 회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다고 한다. 아무리 본인이 후회하고 반성했어도 타인들은 쉽게 알아주지 않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시윤은 주진모보다, 아니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운이 좋다. 


주진모가 후배들에게 '겸손의 미덕'을 가르쳤다면, 윤시윤은 후배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를 가르쳤다. 젊은이들 앞에 놓인 세상은 온통 위험한 기회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느 쪽이 행운이고 어느 쪽이 불운인지를 가늠조차 못한 채 방황한다. 호기심 만큼이나 두려움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어서는 안 된다고, 용감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잠시 옆길로 새어도 괜찮다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이 좀 늦어지더라도 그만큼 더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을 배우게 될 테니 조금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윤시윤은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자신도 이제 서른을 갓 넘긴 청춘일 뿐인데, 벌써부터 그런 깨달음을 얻고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다니, 역시 우리 동구 선배는 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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