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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 나는 드라마를 지지한다. 왜 안 되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오디션 프로그램, 나는 드라마를 지지한다. 왜 안 되나?

빛무리~ 2011. 11.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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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두고 그 공정성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에 의해 승패가 가름되는 시스템의 특성상, 노래 실력 자체보다 감정을 움직이는 극적 스토리를 가진 참가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공평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위탄' 시즌1의 김태원 멘토스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세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할 무렵부터 대두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이나 외모 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되던 김태원의 제자들이 TOP4 안에 무려 3명이나 진출한 것은 충분히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만한 사건이었죠. 물론 기본적으로 실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그 놀라운 결과에 이르기까지는 김태원 특유의 드라마적 구성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또 다른 멘토였던 이은미는 그 점이 무척이나 못마땅했던지 생방송 중에 위험한 발언으로 김태원 멘토스쿨을 디스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디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순수한 실력이라면서 말입니다.

심지어 최근 '슈스케3'의 우승팀 울랄라세션에 대해서는, 위암 4기의 환자로 투병중인 리더 임윤택의 처절한 스토리를 십분 활용하여 시청자의 연민을 자극함으로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정말이지 기막히고 말도 안 되는 삐딱한 시선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이용(?)해 우승했다는 그런 생각을 하는 인간들이란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약간의 드라마적 어필이 존재했을 수는 있으나, 그 부분을 몽땅 제거한다 해도 울랄라세션은 실력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우승의 자격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개그맨 최효종은 방송 중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뛰어난 가창력과 구구절절한 사연만 있으면 된다. 능력있는 PD님이 알아서 재밌게 편집도 해줄 거다" 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개그였지만 다소 현실 풍자의 느낌이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그 말 속에는 철저히 실력에 의해 판가름 되지 않고 오히려 구구절절한 스토리에 의해 더 많이 승패가 좌우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현실이 옳지 않다는 시각이 배어 있음을 저는 느꼈습니다. 아마도 꽤 많은 사람이 그와 같은 의견에 동조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위탄2'의 기대주 에릭남과 배수정은 엄친아와 엄친딸입니다. 각각 금융 컨설턴트와 회계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못해, 24세와 26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로 '위탄'에 뛰어든 사람들이죠. 그들은 똑똑한 사람들답게 현실에 대한 판단력도 정확하고 뛰어났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엄친아 엄친딸의 이미지가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재빨리 파악하고는, 멘토스쿨의 듀엣 미션에서 자신들의 팀명을 '못난이들'이라고 정하는 센스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원래 잘난 사람들인데 이름만 못난이라고 짓는다 해서 별 소용은 없겠지만요.


그런데 저는 한편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TV에서 방송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말이죠, 참가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꿈을 이루는 관문이요 스타가 되는 지름길이겠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엄연히 재미로 즐기는 방송이라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는 기타 예능이나 드라마와 별다를 것이 없어요. 우리 시청자들에게는 얼마나 완벽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승패가 갈려지느냐보다, 그 프로그램이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비공개 오디션과의 엄청난 차이점입니다. 참가자의 인생 스토리나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더욱 큰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면, 그 영향력을 애써 부인할 필요가 있을까요? 철저히 실력만을 위주로 하는 오디션이 되어야 한다고 고집해야만 할까요?

물론 형편없는 실력의 소유자가 오직 드라마에 힘입어 우승한다면 그거야 꼴불견이겠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불가능합니다. 비록 감정적인 면에 크게 좌우된다 해도 시청자들이 그렇게 단체로 바보짓을 하지는 않거든요. 기본적으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그 다음에 인생역전이나 드라마적 스토리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겁니다. 실력이 충분한데도 드라마가 없어서 탈락한다면 억울한 사람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비공개 오디션에서는 뭐 100% 순수한 실력만으로 모든 승패가 좌우될까요? 오히려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거기서는 더 지저분한 뒷거래들이 많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언제 어디서나 행운아와 불운아는 공존하게 마련이고, 백만 가지 방법을 다 동원한다 해도 억울한 사람들이 일부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감동적인 스토리나 드라마가 끼치는 영향력을 결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거짓된 내용을 조작한다거나, 특정 인물에게 유리하도록 모든 상황을 의도적으로 이끌어 간다면 옳지 않은 일이겠죠. 그러나 편집의 칼날을 지나치게 함부로 휘두르지만 않는다면, 드라마적 어필은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안 될 이유가 있나요? 만약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의 인생 스토리나 드라마적인 면이 완전히 쏙 빠진다고 가정해 본다면, 과연... 그게 재미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배수정을 응원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현재도 직장을 그만둔 상태가 아니라 휴가를 내고 '위탄'에 참가하는 중이기 때문에, 탈락을 하게 되면 언제라도 다시 회계사의 길로 돌아갈 수가 있습니다. 저는요, 그렇게 넉넉하고 여유로운 사람보다는 훨씬 절박하고 간절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이것 아니면 정말 안 되는 사람들,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여기에 도전한 사람들, 배수진을 쳤기 때문에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설령 그들이 현재 배수정보다 좀 못한 실력을 지녔더라도 말입니다. 평범한 시청자의 한 사람인 저는 이렇게, 실력 위주로만 판단하지 않고 개인적 상황이나 스토리를 감안해서 판단합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걸까요? 왜 안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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