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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닥터 이방인' 리뷰는 처음 쓰는 것이지만 굳이 지난 줄거리를 요약할 생각은 없다. 내용이 워낙 복잡다단하고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구구절절하며 벌여놓은 일들이 많아서 요약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한껏 욕심을 부려 스케일을 크게 잡았지만 효과적으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어쨌든 '닥터 이방인' 리뷰를 읽는 독자들이라면 대충의 스토리는 알고 있으리라 여기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위주로 풀어나가려 한다. 주인공은 박훈(이종석)인데, 나는 자꾸만 한재준(박해진)에게 더 마음이 끌린다. 내가 절대로 탤런트 박해진의 개인적 팬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그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그의 캐릭터가 마음에 꽂힌다. '별그대'에서도 나는 도민준(김수현)보다 이휘경(박해진) 캐릭터에 더욱 공감이 갔었다..
내가 2013년 한 해 동안 혼이 쏙 빠지게 몰입하며 보았던 드라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인 : 아홉 번의 시간 여행' 2편이었다. '너목들'에서는 남주인공 박수하(이종석)의 매력에 홀려 정신을 못 차렸다면 '나인'에서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간 여행의 결과를 궁금해하느라 매 순간 가슴을 졸이곤 했다. 어느 덧 '나인'이 방송된지도 1년이 넘어가는데, 요즘은 그렇게 내 마음을 강렬히 사로잡는 작품이 없다. 원래는 '신의 선물'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나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었다. 구성이 너무 복잡 산만하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추리할 것이 너무 많아서, 정작 딸 샛별이(김유빈)를 향한 김수현(이보영)의 뜨거운 모성은 정신없는 껍데기 속으로 숨어버린 느낌이..
강렬하고 자극적인 에피소드의 향연, 게다가 빠르고 역동적인 전개는 제법 흥미진진한 시청을 가능하게 하지만, 드라마 '다섯 손가락'의 완성도는 별로 높지 않아 보이네요. 개연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설정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서 일부러 짜맞춘 듯한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그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 시청자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인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진짜 매력적인 캐릭터가 한 두 명쯤 존재하고 스토리의 개연성을 조금만 더 확보했다면,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막장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높은 인기를 얻었을텐데 말이죠. 피아노라는 중심 소재가 꽤나 신선하고 매혹적이어서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7회까지 시청한 현재의 ..
지금껏 드라마를 시청하며 그 초점을 '애국'이 아니라 '인간'에 맞추어 왔던 저로서는 어떤 식으로 결말이 지어질지가 늘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주제가 '애국'인 듯하니까 '애국심'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결론내지 않을까 싶었죠. 그 와중에 '인간'의 '감정'이 묵살될까봐 걱정했던 건 저뿐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각시탈'은 끝까지 살아남았고, 그 정신을 수많은 타인들에게 전하여 수천 수만의 각시탈을 탄생시켰으니까요. 이 정도만 해도 '애국'이라는 주제는 충분히 살아난 셈인데, 그 와중에 '사람'도 보여주었으니 더 바랄 것 없는 최상의 결말이라 하겠습니다. 1. 여주인공 목단, 드디어 제 역할을 다하다 이제껏 여주인공 오목단(진세연)에 대한 반응은 썩 좋지 않았..
담사리(전노민)의 공개처형과 관련되어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정작 담사리 본인은 각시탈 이강토(주원)을 비롯해 수많은 동지들의 비호를 받으며 무사히 위험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가짜 각시탈로 분장했던 독립군 장동지는 몸에 폭약을 묶은 채 장렬히 산화했고, 기무라 슌지(박기웅)의 총에 맞아 체포되었던 적파(반민정) 역시 고문 끝에 혀를 깨물고 자결하였습니다. 서커스단의 여장부였던 오동년(이경실)은 현장에서 슌지의 총에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지요. 극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그들 외에도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조선인은 물론이고 일본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각시탈이 사용하는 무기(쇠퉁소, 깃대 등)는 웬만해서 사람을 죽이지 않지만, 장동지의 다이너마이트 폭발 당시에는 근처에 있던 일본 순사..
최정우(류승수) 검사는 참으로 듬직하고 매력적이며 희망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는 서지원(고준희)와 더불어 가진 자이면서도 못 가진 자의 편에서 함께 싸워주는 젊은이죠. 국내 최고의 명문대학을 나와 검찰청에 선후배 동문이 수두룩하고, 그의 부친은 한 때 대법관 물망에 올랐을 정도로 쟁쟁한 집안이니, 서지원에 필적할만한 부자는 아니더라도 그만하면 평범한 인생과는 거리가 먼, 상위 1%의 엘리트 인생을 영위해 왔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과거 최정우는 자기 아버지의 대수롭지 않은 비리를 적발하여 대법관 후보의 자리에서 끌어내렸지만, 정작 그의 아버지 대신 대법관이 된 것은 장병호(전국환) 같은 썩어빠진 인물이었습니다. 혈육의 정도 무시하고 엄격한 법을 적용한 것은 조금이나마 깨끗한 세상을 만들려는 열혈청년..
한동안 본의 아니게 민폐녀로 찍혔던 여주인공 목단(진세연)의 캐릭터가 드디어 제 역할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터뜨린 한 방이 무척이나 시원했던지라, 앞으로 그녀의 활약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따지고 보면 이제껏 별로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목단이 민폐녀처럼 보였던 것은 그녀 때문에 남자 주인공들이 수차례씩이나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죠. 여인으로서도 용감무쌍한 것은 얼마든지 좋으나 스스로 자신을 지킬 능력도 없으면서 걸핏하면 대책없이 튀어서 위험에 빠지니, 그녀를 사랑하거나 정의감에 넘치는 조선 남자들은 별 수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서 목단을 구해주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이를테면 이공의 장례식에서 다짜고짜 영정에 돌을 던진 목단은 요령있게 달아나지도 못하고 즉시 체포될 위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