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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라마 '너목들'의 여주인공 장혜성(이보영)은 사실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 외에는 매우 평범한 인물로서 특별한 장점을 찾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히려 평범 이하의 부족한 인물이라고 해야겠군요. 워낙 까칠한 성격으로 마음을 닫고 살기 때문에 친구도 거의 없죠. 때로는 괜한 심통을 부리다가 겪지 않아도 좋을 험한 꼴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공을 좀 던져 달라는데 일부러 다른 쪽으로 걷어차서 혈기방장한 남학생들의 화를 돋구었던 것도 아무 이유 없이 심통을 부린 거였으니까요. 어두운 밤길에서 세 명의 남학생에게 둘러싸였을 때, 박수하(이종석)가 나타나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 괜한 심통 때문에 신세 망칠 뻔하지 않았습니까? 국선변호사 면접시험장에서 차관우(윤상현)와 처음 만났을 때도 장..
"임금이 태평한 태평성대를 보았느냐? 내 마음이 지옥이기에, 그나마 세상이 평온한 것이다!" 세종(한석규)의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제 머릿속은 텅 비워지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의 드라마 내용은 그저 건성으로 보아 넘겼을 뿐입니다. 한글을 기습적으로 반포하려던 세종의 계획은 한 발 앞선 밀본의 폭로로 인해 수포로 돌아갔고, 자기 민족의 글자를 갖는 것이 스스로 오랑캐가 되는 길이라 여기던 사대부들은 세종에게 격렬한 저항을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 한글에 관련된 연구 자료들을 몰래 옮기려던 광평대군과 소이(신세경)는 밀본에게 납치까지 당하지만,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혼자 멀리 떠나려던 강채윤(장혁)이 하필 그 현장을 목격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구원자가 되어 줍니다. 이 일을 계기로 강채윤도 결국 세종의 사..
'보스를 지켜라' 5회는 두 커플의 달달한 키스씬으로 마무리 되었었습니다. 차지헌(지성)이 노은설(최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이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은 거침없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서나윤(왕지혜)과 노은설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해 보였던 차무원(김재중)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그 장면이 반갑더군요. 드디어 식상한 사각관계에서 벗어난, 유니크한 설정의 드라마를 보게 되나 싶었거든요. 만날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면서 연적이 되고, 한쪽 옆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어서 질투심을 불태우고... 꼭 이런 식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왜 주인공들의 애정 전선은 항상 겹치고 꼬여야만 하는 걸까,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무원이 서..
사실 '동안미녀'의 주인공 이소영(장나라)의 캐릭터는 순수하고 선량하고 배려심이 깊은 아가씨로서 충분히 처음부터 호감형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괜시리 초반에 남주인공들과의 자극적 만남을 위해 무리한 설정을 넣은 것이 비호감으로 작용했었지요. 이소영은 최진욱(최다니엘)과 처음 만났을 때는 나이트클럽에서 온갖 사고를 저지르며 추태를 떨었고, 지승일(류진)과 처음 만났을 때는 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팬티바람으로 있어야 했습니다. 주의산만한 사고뭉치 캐릭터를 싫어하는 제 눈에는 참 한심한 아가씨로 보였더랬습니다. 그러나 34세의 나이에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이소영의 매력은 조용히 제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혹자들은 장나라가 20대 초반의 풋풋함과 귀여움은 잃어버리고 30대의 성숙함은 갖추지 못했기에, 매..
1977년부터 연극무대에 평생을 바쳐 온 배우 김지숙의 토크가 이번 주 '강심장'으로 선정된 것은 매우 흐뭇한 일이었습니다. 역대 '강심장' 중에서도 거의 최고의 일화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자기 가족 이야기를 털어놓는 토크가 '강심장'이 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이제 그것보다 더 식상한 아이템은 없거든요.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하루이틀이라는데, 어쩌면 '강심장'에는 매주마다 그런 소재의 토크를 들고 나오는 연예인이 끊이지 않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최악의 낚시는 박규리가 눈물 흘리는 장면을 편집해서 내보냈던 예고편이었습니다. 자막이 큼직하게 '박규리, 리더의 눈물' 이라고까지 나왔기 때문에 그 장면을 본 사람은 누구나 최근 핫이슈였던 '카라 사태'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을..
'미친 존재감 스페셜'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주제 아래 특별한 공통점 없이 모인 게스트들이었지만, 어쨌든 이번 주 '강심장'은 거의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각자의 숨겨진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하는 그들의 모습에 절로 빠져들었지요. 조필연, 이런 모습 처음이야! 정보석의 소탈한 모습은 예전 '무릎팍 도사'에서도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욱 업그레이드 된 버젼을 보여 주시더군요. 미(美)의 기준이 지금과 달랐던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외모였지만, 지금은 "언뜻 봐도 잘나긴 했죠?" 라며 거침없는 '지자랑'을 날려 주시기도 하고, 연애 시절 아내를 절절히 사랑하던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은 잠잘 때 옆에서 코를 골면 베개를 휙~ 빼어 버린다는 반전을 선사해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MC들이 요구하는 대로..
참 오래 걸렸습니다. 총 20부작 드라마의 절반을 훌쩍 넘어, 무려 11회의 엔딩 장면에 가서야 제가 드디어 이 드라마의 히어로 김주원(현빈)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군요. 그렇다고 남들처럼 현빈앓이에 동참하게 된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껏 대책없는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던 김주원이 심상찮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 옵니다. 어쩌면 그 동안 김주원에게 빠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마음을 더 닫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군요. 그는 너무 매력적인 남자인데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소년처럼 외로운 자아를 지녔습니다. 못된 성질도 못된 말버릇도, 차분히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부러 김주원에게 몰입하지 않으려 하며, 철저히 여주..
'시크릿 가든'의 두 남자, 김주원(현빈)과 오스카(윤상현)에게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김주원은 속속들이 자신만만한 사람이지요. 자신이 엄청난 재력과 더불어 스마트한 두뇌와 신이 내린 외모까지 겸비한, 완벽한 남자라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앞에서든 겸손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영혼이 체인지되었을 때, 툭하면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길라임(하지원)을 보고 "내 머리를 어디다 숙여!" 라며 구박했던 것은 그야말로 김주원다운 행동이었지요. 그의 본질적인 자신만만함은 예상치 못한 일생의 위기 앞에서도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재벌 3세 백화점 사장에서 갑자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스턴트우먼의 삶으로 전락했는데도, 걱정하거나 슬퍼하거..
드디어 김주원(현빈)과 길라임(하지원)의 영혼이 뒤바뀌게 된 '시크릿 가든' 5회는 참으로 흥미진진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현빈앓이'에 동참하고 있을 때, 그에 몰입하지 못한 저는 속으로 혼자 외로워하며 오스카(윤상현)의 줄어든 분량만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이제 주인공들이 일생일대의 대혼란과 변화의 시기를 겪으면서 스토리가 급물살을 타게 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요절복통할 로맨틱 코미디를 시청하며 한 주의 피로를 말끔히 털어버릴 수 있을 듯해요. '시크릿 가든' 5회가 특별히 제 마음에 쏙 들었던 이유는 건조한 현실과 낭만적 동화가 절묘하게 결합된 그 '신비가든'에서의 에피소드 때문이었지만, 그 이야기는 살짝 뒤로 미루고 제가 원래 좋아했던 오스카 이야기를 먼저 ..
현재 4회까지 방송된 '시크릿 가든'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어느덧 '현빈앓이'가 시작되는 양상을 봅니다. 차갑고 까칠한 도시 남자의 전형이지만 의외로 내면에 뜨거운 사랑을 지닌 김주원(현빈)이라는 남자가, 아주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길라임(하지원)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차츰 변화해 가는 모습이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아쉽게도 저는 김주원의 캐릭터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지금까지 김은숙 작가가 그려왔던 남자 주인공에게 언제나 그랬던 것 같아요.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을 비롯해 김은숙 작가의 남주인공은 거의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마초적이고 무뚝뚝하고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줄 모르지만, 속마음은 뜨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