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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요즘 '지붕뚫고 하이킥'은 그야말로 무언가를 뚫을 기세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제목처럼 지붕을 뚫는 것이 아니라, 땅 속을 뚫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붕을 뚫고 하늘로 날아간다면 그거야 신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어려움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이미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요즈음 '하이킥'의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불쌍한 인물들이 점점 더 심하게 불쌍해지고 있습니다. 바닥을 치다 못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반이 붕괴된 땅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예요. 지난번에는 세경을 구박하는 정보석이 능력 부족한 소심남일 뿐 아니라 인격마저 하자가 있는 인물로 판명되어 비참함을 더하더니, 이번에는 그러잖아도 가장 불쌍한 인물 신세경을 땅 속에 파묻어 버리는군요. 언제나 사이좋던 자매, 세경과 신애의 모습으로..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라면 아무래도 세경(신세경)과 신애(서신애) 자매를 꼽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어린 그녀들의 인생은 한편 희망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언젠가 아빠를 만나서 예전처럼 함께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으며, 세경에게는 비록 짝사랑에 불과하지만 지훈을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이 깃들어 있어 아름답기도 합니다. 그에 비해, 이미 인생의 찬란한 시절을 훌쩍 지나 노년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하루 하루 삶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도 깨닫지 못한 채, 울분과 컴플렉스에만 시달리고 있는 가엾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순재의 사위 정보석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있으니 그도 엄연한 가장이련만, 가족들 중 그를 정말 가장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가 모든 사람에게 무시당하..
세경(신세경)과 신애(서신애) 자매의 소원은 '아빠를 다시 만나서 함께 사는 것' 입니다. '지붕뚫고 하이킥' 46회에서 그 소원의 절반이 이루어졌습니다. 비록 아직은 함께 살지 못하고 다시 눈물로 헤어져야 했지만, 그래도 생사조차 알 수 없이 걱정하고 그리워만 했던 아빠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자매는 살아갈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기까지는 반드시 장애물이 있게 마련이죠. 언제나처럼 해리(진지희)가 그 악역을 맡았습니다. 세경의 휴대폰을 보자마자 "내꺼야!" 하면서 가져가버린 거죠. 세경이 달라고 하는데도 주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은 방바닥에 던져서 고장내고 맙니다. 하필이면 그때 꿈에도 그리던 아빠는 자매와의 약속장소인 남산에 도착해서 세경이 남겨둔 연락처..
한동안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가장 뚜렷하게 멜로의 기운을 보여주던 인물은 황정음이었습니다. 과외를 해주러 다니는 집에서만도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 정준혁(윤시윤)과 그의 삼촌인 이지훈(최다니엘) 사이에서 묘한 분위기를 조성하였으며, 거기에 덧붙여서 준혁의 친구인 세호(가수AJ)까지 합세하여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이런 멜로의 분위기에 힘입어 '귀여운 푼수' 캐릭터를 그럴싸하게 표현해낸 황정음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우결'에서의 비호감 이미지를 씻어내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쉽사리 진행될 것 같던 황정음의 러브라인은 요즘 시작도 하기 전에 정체기에 접어든 느낌입니다. 물론 시트콤의 방영 기간이 있는데 너무 빨리 진행되면 속도를 맞출 수 없으니까 템포를 조절하는 ..
연기자 이순재씨는 정말 볼수록 대단하십니다. 그분의 연기 열정은 세월을 거슬러 점점 젊어지시는 것 같군요. 제가 어려서부터 수도 없이 그분의 연기를 보아 왔지만 한 번도 노래부르시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는데, 이제 76세의 연세로 이순재 옹은 거침없이 사랑의 세레나데를 열창해 주십니다. '지붕뚫고 하이킥' 에서 목하 열애중이신 이순재 옹과 김자옥 여사의 대화를 듣자 하니, 소녀 같으신 자옥 여사는 연세는 많아도 미혼이신 듯 합니다. 사귀기 시작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 다가오는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는 순재 옹 앞에 살짝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며 "저는 뭐든 선생님이랑 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지 가슴 설레고 기다려지는데, 선생님은 아닌 것 같으시네요. 하긴 뭐 선생님 마음이 제 맘 같겠어요?" 하는데, 생판..
'지붕뚫고 하이킥' 27회에서는 악동 정해리(진지희)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해리는 어른이 봐도 얄미울 정도로 불쌍한 신애(서신애)를 모질게 구박하는 어린 아역이었지요. 게다가 가족들에게도 안하무인, 학교에서도 종횡무진, 자기만 제일인 줄 아는 이기적인 성격에다가, 머리는 나쁘면서 남을 괴롭히는 술수는 묘하게도 탁월한, 전형적인 '못된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런 해리에게도 의외로 따뜻한 동정심이 있더군요. 그 이야기는 다름아닌 해리의 '변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 모든 인형과 장난감과 동화책은 해리의 것이기 때문에, 학교 숙제를 마치고 나면 언제나 심심해하는 신애를 위해 세경(신세경)은 직접 동화책을 만들어 보라고 권유합니다. 사실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단풍과 은행잎들... 이 모두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학창시절에 거의 반강제적으로 외웠던 김현승 시인의 싯귀가 떠오르네요..^^ '지붕뚫고 하이킥'도 이 설렘의 계절 가을을 사랑이야기 없이 그냥 지나쳐보낼 수는 없겠지요. 바야흐로 그들의 러브라인이 점점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왜 보는 사람의 마음이 더 두근거리는지 모르겠어요. 귀여운 할아버지 이순재 옹은 자옥 여사와의 약속이 깨어지는 바람에, 예매해 둔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갈 수 없게 되자 외손자인 준혁(윤시윤)에게 표를 건네주십니다. 시간이 촉박한 탓에 표를 팔거나 처분할 방법이 없게 되..
'지붕뚫고 하이킥'의 출연자 중 아역 서신애는 이순재 옹과 더불어 가장 먼저 김병욱 PD에 의해 캐스팅이 확정된 인물입니다. 촬영을 시작하는 시기조차도 서신애의 스케줄에 맞췄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그만큼 서신애는 이 시트콤에서 없어선 안 될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애의 러브라인도 준비되어 있는데 그 상대는 매우 의외의 인물이 될 것이라는 PD의 귀뜸도 있었네요. 저는 그게 누구일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왠지 그 상대는 신애와 같은 또래인 어린 소년보다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하고 예상되더군요. 그 중에서도 유력한 인물이 있다면, 세경과 신애 자매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었고, 신애가 늘 '줄리엔 아저씨'라고 부르며 졸졸 따르는 외국인 줄리엔강이 있겠습니다만, 만약 ..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요즈음 나의 관심을 끄는 인물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는 정보석이다. 참으로 한결같은 연기자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배우인데, 이번에 보여주는 그의 이미지는 좀 다르다. 그는 지독히 슬픈 역할도 많이 맡았었건만, 내 눈에는 이번에 맡은 역할이 가장 슬퍼 보인다. 내가 정보석이라는 연기자를 기억하는 첫 모습은 1986년 김혜수, 길용우와 더불어 출연했던 드라마 '사모곡'에서의 악역이었다. 공부는 하지 않고 소설과 드라마에만 탐닉한다고 매일 야단을 맞던 나는 몰래몰래 부모님의 눈을 피해서 그 드라마를 보느라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당시 여고생 김혜수의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사모곡'은 그로부터 10년 후에 '만강'으로 제목을 바꿔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사모곡'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붕뚫고 하이킥' 첫방송이 전파를 탔다. 이순재 옹을 제외하고는 그간 시트콤을 통해 낯익은 얼굴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는 터라 약간 허전한 마음을 안고 시청했는데, 의외로 1회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물론 카메오였지만 말이다. 반가운 얼굴 첫번째는 '똑바로 살아라'에서 노주현의 머리 나쁜 아들로 나왔던 노형욱 군이었다.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이름은 김형욱이었는데, 워낙 노형욱이라는 이름으로 인지도가 생기다보니 아예 이름을 노형욱으로(예명) 바꾼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친구도 85년생이니까 벌써 25세의 어른인데 아직도 집안의 골칫덩이였던 막내 형욱이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맨날 샐샐거리고 웃기만 하던 둘째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