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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나쁜 아이는 없다. 무심한 어른이 있을 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나쁜 아이는 없다. 무심한 어른이 있을 뿐

빛무리~ 2009. 10. 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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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27회에서는 악동 정해리(진지희)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해리는 어른이 봐도 얄미울 정도로 불쌍한 신애(서신애)를 모질게 구박하는 어린 아역이었지요. 게다가 가족들에게도 안하무인, 학교에서도 종횡무진, 자기만 제일인 줄 아는 이기적인 성격에다가, 머리는 나쁘면서 남을 괴롭히는 술수는 묘하게도 탁월한, 전형적인 '못된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런 해리에게도 의외로 따뜻한 동정심이 있더군요. 그 이야기는 다름아닌 해리의 '변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

모든 인형과 장난감과 동화책은 해리의 것이기 때문에, 학교 숙제를 마치고 나면 언제나 심심해하는 신애를 위해 세경(신세경)은 직접 동화책을 만들어 보라고 권유합니다. 사실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동화를 써 보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설정일 수도 있습니다만, 예전에 그녀들의 아버지도 직접 동화책을 써 준 적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원래 글솜씨가 있는 집안인 것 같기도 합니다.

다음날 아침, 해리 어머니 현경(오현경)은 해리가 아침내내 힘을 쓰고도 겨우 '애기똥' 만한 것 하나를 떨어뜨리고 끝냈다며 속상해합니다. 양치질을 하러 욕실에 들어간 신애는 해리가 물을 내리지 않고 나가는 바람에 그 '애기똥'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서 놀라운 착상을 하여 동화를 쓰기 시작합니다.

신애가 쓰는 동화 '애기똥'의 내용은 사실 아주 새롭지는 않습니다. 이미 유명한 권정생 작가의 단편동화 '강아지똥'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보이네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아주 간단하게 '강아지똥'의 내용을 밝히자면, 자기 자신이 아무데도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여 슬퍼했던 골목길의 강아지똥이, 스스로 거름이 되면 예쁜 민들레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며 스스로 자기의 몸을 녹여 거름이 되어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신애의 동화 '애기똥'의 주인공은 형식상으로는 애기똥이지만 실제로는 신애 자신입니다. 헤어진 아빠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서러운 기다림으로 살아가는 어린 신애의 삶이 그 동화에 배어 있습니다.

아빠는 아직 뱃속에 있는데 자기만 떨어져 나왔다고 서러워하던 애기똥은 변기 물이 내려지면서 급류에 휩쓸려 하수구로 떨어집니다. 물결에 휩쓸려 다니다가 다시 육지로 올라온 애기똥은 하염없이 아빠를 기다리지만, 아빠는 오지 않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점차 빗물에 녹아 사라지고 맙니다.

아빠를 만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애기똥을 지나가던 바람과 나비가 추억하며 슬퍼하는데, 갑자기 예쁜 새싹이 돋아나서 바람 아저씨를 부르며 인사합니다. 애기똥이 녹아 거름이 되어서 새싹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그렇게 새싹이 된 애기똥은 여전히 그곳에서 언제까지나 아빠를 기다린다는 내용으로 신애의 동화는 끝이 납니다.


신애가 달력 뒷면에 쓰고 있던 동화를 중간에 뺏어서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푹 빠져버린 해리는, 신애가 언니 세경을 도와서 하던 집안일(멸치 다듬기)을 대신 해주면서까지 얼른 동화를 마무리하라고 재촉합니다. 해리는 애기똥이 위기에 처하면 놀라서 걱정하고, 신애한테는 "난 더이상 애기똥이 슬퍼지지 말았으면 좋겠어. 무슨 말인지 알지?" 하면서 해피엔딩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애기똥이 새싹이 되어 아빠를 기다리는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는 마음아파하며 철철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해리가 저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였나요?

엄마가 그토록 식습관을 고쳐 주려 애쓰는데도 말을 듣지 않고 매일 고기만 먹어서 점점 변비가 심해지던 해리는, 웬일로 배변에 좋다는 야채죽을 군말없이 열심히 먹습니다. 그리고는 화장실에 앉아 힘을 주며 외칩니다. "아빠똥아, 빨리 나와라~" 그리고는 배변에 성공하자 뛸듯이 기뻐하며 물을 내리고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잘 가, 아빠똥아~ 애기똥을 꼭 만나야 해, 꼭~!!!" 그런 해리의 모습은 더없이 귀엽고 착한 어린아이였습니다.


애기똥이 불쌍하다는 것은 알고 있는 해리가, 왜 한집에 살고 있는 신애가 바로 그 애기똥이라는 사실은 생각도 못하고 있을까요? 애기똥이 불쌍해서 눈물까지 흘리고, 싫어하는 음식까지 참고 먹으면서 애기똥을 아빠와 만나게 해주고 싶어하는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가, 왜 그토록 불쌍한 신애한테는 못되게 구는 걸까요?

해리의 가족들은 아무도 해리와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도 엄마도 아빠도 오빠도, 해리가 아무리 놀아달라고 졸라도 혼자 놀라고 외면합니다. 그래서 예전에 신애가 언니 세경과 노는 것을 보고 샘이 난 해리는 "우리집에 있으니까 세경도 내 것" 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며 세경의 손을 마구 잡아끌기도 했었습니다. 해리는 풍요로운 듯 하지만 그렇게 외로운 아이입니다.


그리고 잘못을 저질러도 해리를 제대로 알아듣게 타일러주는 어른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소리치고 윽박지르고 쥐어박고 그렇게 막무가내로 야단칠 뿐입니다.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잘못했는지를 알지 못하는 해리는 점점 더 안하무인이 되어갑니다. 해리가 불쌍한 신애를 골탕먹이고 괴롭히는 일에 재미를 붙이며 점점 더 비뚤어져가는데도 해리의 집안 어른들은 무심하게 내버려둡니다.

신애의 동화 '애기똥'을 읽은 후 보여준 해리의 긍정적인 변화는 어른들의 잘못을 일깨워 줍니다. 나쁜 아이는 없습니다. 그저 무심한 어른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 무심함 속에서 비뚤어져가며 올바른 심성을 키우지 못하는 해리도 어쩌면 신애 못지 않게 불쌍한 아이입니다. 이 불쌍한 아이들이 행복해질 날은 언제나 올까요? 신애가 아빠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저도 그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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