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삼한지세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너는 믿어야 했다. 세상에 오해보다 더 처량한 것이 있더냐? 너의 불행한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너는 믿어야만 했다. 너를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는 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너는 믿어야 했다. 스승 문노가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도 너의 오해였다. 비록 타고난 너의 그릇이 세상을 품을만한 크기가 되지 못함을 깨닫고 실망하기는 했지만, 그는 너를 버리지 않았다. 삼한지세를 김유신에게 넘기려 하였지만, 그가 생각한 '대의'를 위해서였을 뿐, 너를 버리려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엄하고 냉정하게 대했으나 그는 끝까지 너와 함께 가려 결심하고 있었다. 수차례나 그가 말하지 않았더냐? "너는 나와 함께 떠나자." 고 말이다. 문노 또한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여리디 여린 사람의 마음을 지녔기에, 그 한..
새주님, 미실 새주님... 세상에 당신 같은 어머니가 어디 있습니까? 마지막까지 어머니라 부르지도 못하게 하셨으면서, 그 버린 자식에게 자신의 꿈을 물려주고 가는 어머니가 어디 있습니까? 나는 당신을 미워합니다. 쉽게 미워하지도 못하게 만들었기에 더욱 미워합니다. 어쩌면 당신의 말씀이 맞았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당신을 너무도 많이 닮았기에, 끝내는 현실에 순응하지 못하고 항거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의 잔인함만 아니셨다면 나는 최소한, 조금은 더 오랫동안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이루지 못할 꿈이라 해도, 당신과는 달랐던 나의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았다면 그 동안은 행복했을 것입니다. 나의 첫번째 꿈은 스승이셨던 문노공께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미실..
사실 지난번에 "문노가 제자 비담에게 주는 편지"를 작성했으니, 오늘은 "비담이 스승 문노께 드리는 편지"를 작성하여, 아버지같은 스승을 마지막으로 떠나 보내는 비담의 절절한 심경을 담아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염종을 따라가는 비담의 약간 뒤집어진 눈빛을 보니 도대체 이 녀석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짐작할 수가 없어서, 비담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려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비담은 내력이 파란만장하고 상처가 많은 아이라는 점만은 확실하지만, 아직도 선악의 경계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는 녀석이라 오직 다이내믹할 뿐 종잡을 수가 없어요. 캐릭터와의 감정 일치에 실패한 관계로, '선덕여왕' 37회 리뷰는 편지 형식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리뷰로 진행됩니다. 편지 시리즈를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