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냉장고를 부탁해 (7)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한동안 '안녕하세요'를 시청 안 하고 있었는데, 냄새를 못 맡는 사람이 등장했다기에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도 최근 5~6년간 후각을 잃은 상태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 한 달 정도 살짝 후각이 돌아왔던 적은 있지만 금세 날아가 버렸다. 어릴 적부터 나를 괴롭혀 온 극심한 알레르기성 비염과 축농증은 결국 비강 내부에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리는 물혹을 발생시켰고, 후각을 느끼는 위치는 비강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물혹이 가로막고 있는 상태에서는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전신마취로 물혹 제거 수술까지 받았으나 머지않아 다시 재발했고, 그 후로는 벅찬 수술을 통해 무리하게 완전 제거를 시도하기 보다는 국소적으로 떼어내며 점진적으로 체질을 바꾸어 물..
'냉장고를 부탁해'가 1년여 동안 방송되면서 수많은 게스트가 출연했지만, 요리 경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니세프('냉부' 용어로 경연 중인 셰프를 타인이 돕는 행위)를 자청한 게스트는 처음이었다. 최고의 셰프들로부터 훌륭한 요리를 대접받은 게스트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감사와 경의를 표했지만, 직접 자기 손으로 그 요리 과정을 돕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레스토랑에 손님으로 방문해서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도울 수 없는 것처럼, 게스트는 원래 '대접받는 사람'일 뿐 요리의 조력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채원의 파격적인 행보는 오히려 편안함과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배려심보다 먼저 드러난 것은 솔직함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정체성은 '처치곤란 천..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탤런트 이하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문득 호감을 갖게 된 프로그램은 '사남일녀'였다. 화려한 외모의 새침한 느낌과 달리 털털하고 따뜻하게 시골 어르신들을 잘 섬기는 그녀의 밝은 모습이 퍽이나 보기 좋았다. 하지만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와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 보여준 이하늬의 모습은 나의 호감을 순식간에 비호감으로 바꿔 놓고 말았다. 특히 '라디오스타'에서 이국주와 친하답시고 거침없이 내뱉는 이하늬의 말과 행동들은 큰 실망과 더불어 약간의 분노까지 치밀게 했다. 원래 '냉장고를 부탁해'는 냉장고 속에서 골칫덩이가 되어가고 있는 처치곤란 식재료들을 최고의 셰프들에게 부탁해서 훌륭한 음식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냉부' 출연을 위해 ..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에 출연한 게스트들 중 (부정적인 평가에 있어) 이토록이나 솔직했던 사람은 지누(지누션)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지누는 맹기용 셰프의 '맹모닝'을 맛본 후 '비린내'와 '군내'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현했었는데, 김영광 역시 샘킴 셰프의 '영광의 바지락'을 맛본 후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며 '비린내가 좀 난다'고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 후 시청자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어졌다. 지누의 시식평에는 완전 공감한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던 반면, 김영광의 시식평에는 솔직한 태도가 보기 좋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보다는 배려심과 예의가 부족했다는 비난이 좀 더 많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절대적 원인은 샘킴 셰프와 맹기용 셰프의 실력에 관한 대중의 인식 ..
결국 논란의 셰프 맹기용이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에서 자진 하차했다. 정확히 맹기용의 행동 중에서만 구체적으로 잘못(?)한 부분을 찾자면 첫 방송에서 '맹모닝'이라는 괴식의 충격을 안겨 준 것이 전부였는데, 그 외의 이유들 - 짧은 경력, 스폰서 의혹, 금수저(?) 의혹, 제작진의 노골적인 감싸기 등 - 로 인해서 너무도 큰 비난에 휩싸였던지라,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하차 심경을 밝히는 그의 SNS는 대중에게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했다.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들도 있었지만, 절대 다수의 대중은 그런 맹기용의 모습에 측은함과 미안함을 느끼며 앞날의 더욱 큰 발전과 행운을 진심으로 빌어 주었다. 안녕하세요 !! 맹기용입니다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합니다지난번 녹화 이..
'냉장고를 부탁해'에 처음 등장하자 마자 세간의 핫이슈로 떠오르며 실시간 인기검색어 1위를 무려 24시간 넘게 차지했던 논란의 셰프 맹기용이 꿋꿋이 두번째 요리를 선보였다. 맹기용은 첫 방송에서 꽁치 샌드위치와 김치 코울슬로라는 아주 독특한 메뉴를 야심차게 시도했으나 재료 특유의 비린내와 군내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 게스트로부터는 혹평을 받았고 시청자로부터는 '냉부' 출연 셰프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혹독한 비판에 시달리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냉부' 제작진은 맹기용을 하차시키기보다 감싸안는 쪽을 선택했고, 그렇게 주어진 두번째 기회에서 맹기용은 가장 안전한 디저트 요리로 명예 회복과 재기를 꿈꾸었다. 괴식 논란의 분화구가 되었던 첫 요리 '맹모닝'과 달리, 맹기용의 두번째 요리 '이롤슈가'는 누..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라는 프로그램은 일명 '셰프들의 무덤'이라 일컬어진다. 일단 15분이라는 지극히 짧은 제한 시간 내에 요리를 완성해야 한다는 조건 자체가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요리사들은 전문 방송인이 아니기에 수많은 카메라와 조명이 세팅되어 있고 MC와 패널들이 쉼 없이 떠들어대는 방송 환경 자체가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생소한 환경 조건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심각한 멘붕과 긴장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으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니 결과적으로 만들어낸 요리는 실망스런 수준에 그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껏 '냉부'에 출연한 모든 셰프들은 그러한 과정을 거쳐 왔다. 시청자들도 그런 사정을 이해했기에 신입 셰프들의 실수에는 언제나 관대했고, 오히려 긴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