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냉장고를 부탁해' 문채원, 솔직과 배려가 빛난 유니세프 게스트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냉장고를 부탁해' 문채원, 솔직과 배려가 빛난 유니세프 게스트

빛무리~ 2016. 1. 5. 06:41
반응형


'냉장고를 부탁해'가 1년여 동안 방송되면서 수많은 게스트가 출연했지만, 요리 경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니세프('냉부' 용어로 경연 중인 셰프를 타인이 돕는 행위)를 자청한 게스트는 처음이었다. 최고의 셰프들로부터 훌륭한 요리를 대접받은 게스트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감사와 경의를 표했지만, 직접 자기 손으로 그 요리 과정을 돕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레스토랑에 손님으로 방문해서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도울 수 없는 것처럼, 게스트는 원래 '대접받는 사람'일 뿐 요리의 조력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채원의 파격적인 행보는 오히려 편안함과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배려심보다 먼저 드러난 것은 솔직함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정체성은 '처치곤란 천덕꾸러기 냉장고의 신분 상승 프로젝트'인데, 그 동안 일부 게스트들이 일부러 공수한 최고급 재료들로 냉장고를 꽉 채워서 '준비'해가지고 오는 바람에 프로그램의 본질이 다소 흐려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배우 문채원의 냉장고는 거의 텅 비어 있어서, 자취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다는 그녀의 말을 생생히 뒷받침해 주었다. 그녀가 평소 즐겨 먹는다는 소고기와 계란을 비롯하여, 작은 크기의 조기 두 마리와 닭날개 한 팩을 제외하면 식재료라고 할만한 게 없었던 것이다. 과일의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과일 한 톨도 넣어놓지 않은 냉장고였다. 



인피니트 성규의 냉장고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최소한의 식재료가 주어진 셈이라, 셰프들에게는 오랜만에 위기(?)가 찾아온 셈이었다. 여배우라 몸매 관리에 신경써서인지 탄수화물 종류도 거의 없고 온통 단백질뿐이니 그것도 참 희한했는데, 아무튼 방송을 위해 준비한 티가 팍팍 나는 냉장고보다는 원래의 모습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주는 냉장고가 훨씬 더 친근했다. 굳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었는데, 문채원은 부족한 재료를 제공한 것이 못내 미안했는지 처음부터 셰프들의 요리를 돕겠다며 자청하고 나섰다. 최현석 세프가 빠뜨리고 온 찹쌀가루를 가져다 주는 것으로 시작된 문채원의 유니세프는 모든 경연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미카엘 셰프의 곁에서 반숙란의 노른자를 열심히 분리해 주더니만, 급기야 MC들의 등뒤로 돌아 반대편의 이연복 셰프에게로 다가갔다. 그렇게 스튜디오를 종횡무진으로 돌아다니는 게스트 역시 처음이었다. 그런데 조기 탕수를 준비하는 이연복 셰프의 요리 과정 중 도와줄 부분이 마땅치 않자, 문채원은 표고버섯 봉지를 살며시 뜯어 놓음으로써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보다는 그 마음이 고맙고 예쁜지라, 이연복 셰프는 바쁜 경연 중에도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급기야 문채원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셰프 앞에 털썩 주저앉아 넋놓고 요리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방송으로만 보다가 이렇게 실제로 보니까 믿어지질 않아요. 언제 또 볼 수 있겠어요?" 하고 제 볼까지 꼬집으며 마냥 즐거워하던 문채원은 미카엘이 닭날개의 뼈를 맨손으로 발골하는 모습을 보고는 "아, 힘드실 것 같은데..." 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녀의 활발한 리액션은 요리 과정을 지켜볼 때뿐만이 아니라 완성된 요리를 맛보는 순간에도 계속되었다.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기쁨과 환희가 여실히 드러나는 표정으로 요리의 맛을 절절히 표현해 주었던 것이다. 시험 감독하는 장학관처럼 냉정한 태도로 맛을 평가하던 다른 여배우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태도였다. 문채원은 시종일관 따뜻하고 겸손했다. 



요리를 시식한 후 맥주가 당긴다며 미카엘이 요리 중에 사용하고 남긴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는 모습 또한 소탈한 인간미로 다가왔다. 문채원은 그 장면이 방송에 나갈 줄 몰랐겠지만, 촬영 중에 서슴없이 맥주를 들이킨 후 "캬아, 맛있다!" 라고 외치는 여배우의 모습을 또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제작진은 그 진귀한 장면을 놓치지 않았고, 이연복 셰프는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또 한 번 아빠 미소를 지었다. 그 동안 '냉장고를 부탁해'는 높은 인기 만큼이나 수많은 잡음에 시달려 왔고, 출연한 게스트들도 뜻밖의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문채원이 보여준 태도는 타의 모범이 될만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똑같을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