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슈퍼스타K' 김국환의 가수 데뷔가 반가운 이유 본문
지난해 '슈퍼스타K' 시즌1에 참가했던 김국환이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나섰습니다. 1년 동안 피나는 보컬 연습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하더군요. 그 기사를 접하자마자 커다란 관심을 느낀 저는 즉시 검색을 이용해 그 앨범의 타이틀곡 '할 수 있다'를 비롯한 서너 곡 정도를 찾아 들어 보았습니다. 맑으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는 보컬 트레이닝의 결과로 1년 전보다 많이 다듬어진 듯했고, 그러면서도 아마추어적인 순수함을 잃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슈퍼스타K'에 원래 관심이 없던 저는 허각, 존박, 장재인의 준결승 무대를 우연히 시청한 후 갑작스레 빠져들기 시작하여, 그 때까지의 '슈퍼스타K2' 전체 동영상을 모두 구해서 시청했고, 급기야는 작년에 방송되었던 '시즌1'의 동영상마저 일부를 어렵게 찾아서 그야말로 신나게 보았습니다. 시각장애인 참가자였던 김국환의 모습도 바로 그 동영상을 통해서 볼 수 있었지요.
김국환은 팀의 동료들과 함께 8Eight(에이트)의 '심장이 없어'를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은 당시 매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고 하더군요. '시즌2'의 경우와 비교한다면 장재인과 김지수가 함께 불러서 엄청난 화제가 된 '신데렐라'와 비슷한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심장이 없어'라는 노래를 원래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심금을 울리는 노래라고는 생각지 않고 있었는데, 김국환을 포함한 팀원들 5명이 서로 화음을 넣으면서 부르는 도중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감정이란 비슷한 것인지, 아니나 다를까 심사위원 이효리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더군요. 제 가슴이 울컥하던 그 순간에 말입니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김국환은 심사위원들을 향해 말했었습니다. "제가 저희 동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좀 준비해 왔는데요, 제가 태어나서 비장애인과 팀을 이루어서 무대에 서는 게 처음인데, 한 사람 때문에 팀이 전멸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인 저를 이 팀에 선뜻 받아주고, 다른 팀은 신나는 댄스곡과 화려한 모션으로 무대를 장식하지만, 저희 팀은 저 하나 때문에 발라드를 하는데, 동료들한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김국환은 가사를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귀로 들어서 익혀야만 했지요. 팀원들은 그를 돕느라고 모두들 밤새 연습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모두 평온하고 밝은 모습이었으며, 미안해하는 듯한 김국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아니라고 손을 저었습니다.
노래가 시작되자 여성 보컬 강진아의 파워풀한 음색이 곧장 귀를 사로잡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김국환의 맑은 보컬이며, 시종일관 안정된 톤으로 화음을 입혀 주던 정슬기의 목소리며... 일부러 그렇게 모아 놓기도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그 팀 5명은 모두 고르게 출중한 실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심장이 없어'의 가사 내용은 김국환의 마음처럼 느껴졌습니다. "...아프다고 말하면 정말 아플 것 같아서 / 슬프다고 말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 그냥 웃지 그냥 웃지 그냥 웃지 / 그런데 사람들이 왜 우냐고 물어 / 나는 심장이 없어 나는 심장이 없어 / 그래서 아픈 걸 느낄리 없어 / 매일 혼잣말을 해 내게 주문을 걸어 / 그래도 자꾸 눈물이 나는 걸..."
그 누구라도 타인에게 짐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같은 팀 동료들이, 약간 불편한 신체를 지닌 자기 때문에 다른 팀에 비해 더 많은 수고를 하고 제약도 감수해야 했다는 사실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지만 김국환의 마음에 커다란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도 아니고, 사실상 모두 낯선 사람들인데 말이에요. 아프지 않은 듯 그냥 웃고 있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그 눈물이 보인다는 노래 가사의 내용이 그래서 더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이효리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지는 않았지만, 양현석의 눈시울도 이미 붉어져 있었습니다. 감동 때문에 소름이 끼치는지 약간 몸을 떠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원래는 한 팀당 2명만을 합격시켜야 했으나, 결국 김국환이 포함되어 있던 '여인천하' 팀은 이례적으로 5명 전원이 모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 데다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씨며 팀웍이 너무 좋아보여서, 제가 심사위원이었다 해도 그 중에 두 사람만 합격시킬 수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동영상을 계속 리와인드하면서 그 노래를 몇 번이나 반복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이번에 발표된 김국환의 싱글앨범 타이틀곡 '할 수 있다'는 시각장애인으로서 한국사회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편견을 극복하고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된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며, 그 자신이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김국환의 어린 시절 꿈은 노래방 사장이었다고 합니다. 가수는 감히 꿈꾸지도 못했었나봐요. 그러나 조금씩 용기를 내고 꿈을 키우며 노력해 온 그는 드디어 현실에서 기적같은 꿈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반가운 것은 이번 앨범에 '심장이 없어'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슈퍼스타K' 무대에 한 팀으로 섰던 여성 보컬 강진아가 피처링을 해 주었다는군요. 그리고 재미교포 출신 프로듀서 2soo가 프로듀싱 및 앨범 총 지휘를 맡았으며 드럼 강수호, 기타 홍준호, 베이스 양영호 등 국내 최정상 세션들이 모여, 김국환의 꿈을 함께 이루어 주었다 합니다.
그런데 좀 마음이 아픈 일화는, 타이틀곡 '할 수 있다'를 들은 김국환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장애를 물려줘서 미안하다." 고 아들에게 말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국환은 "남들이 보는 것은 못 보지만, 이를 통해 삶의 큰 깨달음을 주신 어머니께 감사한다." 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어린 아이들이 '니 바보같다.(장)애자냐?' 라고 놀리는 소리가 들릴 때면 마음이 무겁다." 며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 개개인의 행복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다. 나의 노래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고 덧붙였습니다. 저런 일화를 들으니 정말 어린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잘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과연 입시 위주의 이 삭막한 교육 풍토에서 그게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드디어 소중한 꿈을 이룬 가수 김국환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의 첫번째 싱글 앨범에 좋은 반응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타이틀곡 '할 수 있다'의 가사 일부를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해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 삶이란 그저 슬픈 드라마같기만 했죠 / 왜 난 이렇게 태어났을까 원망한 적도 난 있었죠 / 방에 혼자 앉아 눈물만 나고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 이불을 쓰고 내 목이 쉬도록 이렇게 나 소리질렀어 /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일어설 수 있다, 그 사실을 믿어요 / 그 어떤 어려움도 그 어떤 장애물도 난 이겨낼 수 있어 / 쉽지 않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난 내 꿈을 믿어요..."
* 빛무리가 2010 view 블로거대상 (문화연예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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