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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하하의 캐릭터, 식상하다 못해 지겹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런닝맨' 하하의 캐릭터, 식상하다 못해 지겹다

빛무리~ 2010. 11.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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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런닝맨'에서는 1:9 대결이 2차례나 펼쳐졌습니다. 첫번째 대결은 하하를 1의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철저히 자기 방식대로 선정한 문제를 다른 멤버들이 맞히도록 하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두번째 대결은 추격팀의 역할을 김종국 혼자 맡아서 나머지 9명을 잡도록 하는 '방울 숨바꼭질'의 변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두 가지의 1:9 대결은 모두 재미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번 주 '런닝맨'의 하이라이트는 음식맛 평가단으로 외국인 손님들을 초대해 벌였던 '요리 대결'이었어요. 예능보다는 오히려 다큐에 가까운 코너였지만, 그래도 3팀으로 나뉘어 요리를 진행해 가는 과정이나 평가단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흥미진진하더군요. 갈비찜, 김치낙지수제비, 닭떡갈비의 실제 맛은 어땠을지 모르나 화면상으로는 모두 맛있어 보여서 침만 꼴깍꼴깍 삼켰습니다.


'방울 숨바꼭질'의 경우는 이번 주의 랜드마크인 '한국의 집'이 비교적 협소한 장소였던 관계로, 평소처럼 추격팀이 3명이나 되면 게임이 너무 쉽게 끝날 것을 우려하여 김종국 한 명으로 제한한 것 같은데, 그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싱겁기만 하더군요. '방울 숨바꼭질'의 특성상 넓고 복잡한 장소가 필수적인데, 아무래도 좁은 곳에서 움직이다 보니 미션팀은 너무 쉽게 김종국의 눈에 띄었어요.

그리고 추격팀이 3명일 때는 나름대로 활발하게 대응하며 게임의 재미를 이끌어 내던 미션팀의 멤버들이, 혼자서 날개돋친 듯 쫓아다니는 김종국과 마주쳤을 때는 전혀 맥을 쓰지 못하고 즉시 이름표를 제거당하더군요. 특히 매번 훌륭한 활약을 보여주던 송지효가 "어디 도망쳐 봐!" 라고 외치며 쫓아오는 김종국의 목소리에 겁을 먹고 풀석 주저앉아 버리는 모습에는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추격팀에도 개리나 하하처럼 좀 약한 멤버가 끼어 있어야, 양팀의 대결이 훨씬 역동적이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이 재미없었던 이유는 단지 랜드마크의 협소함과 팀 나누기의 실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주에 누구보다 큰 활약을 펼친 사람은 바로 하하였는데, 그의 오래된 캐릭터가 이제는 식상하다 못해 지겹게 느껴진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3년 전에는 최고의 캐릭터였고 오랜만에 컴백했을 때도 꽤나 반가웠는데, 이제는 어디서나 만날 보는 그 똑같은 모습이 전혀 반갑지 않았습니다.

사실 하하는 예능에 매우 적합한 최고의 캐릭터를 가졌습니다. 하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별명은 바로 '앞잡이'지요. 한때는 이수근이 '1박2일'내에서 그 캐릭터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놓아버린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이수근은 인상 자체가 푸근하고 성격도 진국으로 보여서 사실은 '앞잡이'와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순전히 만들어진 캐릭터로만 보였지요. 그에 비해 하하는 외모와 성격 등의 모든 면에서 '앞잡이'와 잘 맞아 떨어집니다. '꼬마'라든가 '하로로' 등의 어떤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기본적으로 그의 이미지는 '앞잡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하하는 매우 눈치가 빠르고 사람의 특성을 잘 파악합니다. 따라서 심리전을 이용해 상대방을 골탕먹이거나 속이는 데에 능숙합니다. '의리없는 배신자' 캐릭터의 전형이며, 동시에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자뻑 왕자님' 캐릭터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물은 사실 예능에 꼭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몇 년째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캐릭터로 활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웃음과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은 언제나 '의외의 모습'이거든요.

예를 들자면 똑똑한 엄친아 이승기가 '1박2일'에 합류할 무렵 얻어냈던 대박 캐릭터 '허당'이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그러나 '허당승기'의 유효기간도 벌써 오래 전에 끝났지요. 현재 이승기는 '허당'보다 '황제'에 가까운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씩은 애교삼아 허당도 섞어 주지만 그게 주된 이미지는 아니에요. 이수근 역시 한동안 유지하던 '국민일꾼'이나 '앞잡이'의 캐릭터를 버린지 오래입니다. 이렇게 사람은 변하지 않더라도 캐릭터는 항상 변해야만 지루함을 방지할 수가 있어요.


선배들이 변화의 물결을 따라 흘러가면, 여전히 유효한 그 대박 캐릭터는 또 다른 사람이 물려받게 됩니다. '허당승기'가 조금씩 식상해질 무렵, 그 뒤를 이어받은 것은 바로 '엉성천희'였지요. 이승기 못지 않은 멀쩡한 허우대에 그보다 더 진지한 이미지를 가졌던 이천희가 나타나 '의외의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또 다시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캐릭터 자체는 이미 1년도 넘게 보아 온 것이지만, 그것을 연출하는 사람이 달라지자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하하는 처음 데뷔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단일 캐릭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글쎄, 중간에 제가 놓친 부분이 조금씩은 있겠지만, 원래 예능 프로그램을 무척 좋아하는 저는 2002년 말 '논스톱3'에서부터 최근 '무한도전'과 '런닝맨'에 이르기까지, 쉬임없이 하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공익근무를 위해 자리를 비웠던 시간을 제외한다면 말이에요. 그런데 제 머릿속에 하하의 이미지는 한 번도 변한 적 없이 언제나 똑같았습니다. 물론 그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고 예능에서 빛을 발하기도 쉬운 캐릭터다 보니, 스스로 손을 놓고 남에게 물려주기에는 아까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확실히 유통기한이 지났네요.


1:9 퀴즈 대결의 주인공을 하하로 선정한 것은 제작진의 실수였어요. 아무리 하하가 상식이나 지식면에서는 약하다 해도 잔머리 면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인데, 그런 사람에게 자기 마음대로 문제를 선정할 권한을 주었으니, 저는 처음부터 하하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브레인 송중기의 헛점을 찌르며 가장 낮은 수준의 넌센스 문제를 낼 때 저의 생각이 맞았음을 다시 확인했지요. 아무리 상대의 인원이 많아 봤자, 출제권을 지닌 하하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었어요. 혹시 출제자가 송지효처럼 멍한 캐릭터를 지닌 인물이었다면 또 이야기가 다르겠지만요.

그렇게 퀴즈 대결도 맥없이 끝났는데, '방울 숨바꼭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하하의 '배신극'이 없었다면 게임은 더욱 재미없었을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비교적 진중한 이미지의 개리가 주동해서 배신극을 꾸몄다면 좀 나을 수도 있겠지만, 하하의 배신극은 그 캐릭터상 너무 뻔하고 식상해 보였거든요.


게다가 미션팀 전원이 김종국의 절대파워에 밀려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오히려 팀을 배신하고 김종국에게 힘을 실어 주었으니 게임은 더욱 빨리 싱겁게 끝나고 말았지요. 그리고 중간에 '자뻑' 캐릭터도 꼭 가미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하하는 매회 방송마다 '방울 숨바꼭질' 중간에 카메라 앞에서 혼자 찍는 영화놀이를 하는데, 그것도 이젠 지겹습니다.

나름대로 노력했겠지만, 이번 주 '런닝맨'을 실패작으로 만든 인물은 하하였습니다. 몇 년째 변함없는 캐릭터를 고수하는 그 자신에게 일차적인 문제가 있었고,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제작진에게 이차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본인이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면 강제적인 상황이라도 만들어서, 하하라는 인물에게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면을 표출시키도록 하는 것 또한 제작진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제작진은 하하가 기존에 갖고 있는 식상한 캐릭터의 특징만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아, 그런데 예능 초보들에게 '멍지효', '모함광수' 등의 캐릭터를 확보해 준 유재석이 왜 하하는 변화하도록 도와주지 않고 그냥 놔두는 걸까요? 자기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해서, 유재석조차 손을 쓸 수 없는 걸까요? 하지만 이제는 필연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끝내 지금의 캐릭터만을 고집한다면 하하의 예능 생명은 결코 길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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