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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다큐멘터리

박해진을 비난하지 마라, MC몽과는 다르다

빛무리~ 2010. 11. 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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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이유는 탐정 '에르큘 포와로'의 치밀한 수사방식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의 예를 들어 본다면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범인으로 지목되는 남성에게 분명 협조자가 있었을 것이며, 그 공범은 여성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추리해낸 포와로는, 용의선상에 오른 여성들을 모아 놓고 자연스런 상황을 연출하여 '고소공포증이 있는지에 대한' 그녀들의 대답을 이끌어 냅니다. 그 중 2명의 여성이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으며 높은 곳에 올라가면 두려움과 어지럼증을 느낀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또 우연인 것처럼 포와로에 의해 그 여성들은 고소공포증 체험을 하게 됩니다. 모두가 흔들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죠. 그런데 어제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말했던 여성들 중 한 명만이 실제로 두려움을 호소하며 주저앉았습니다. 다른 한 명의 여성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그냥 묻힌 채 지나가 버렸어요. 하지만 나중에 포와로는 말합니다. 

 

"내가 질문한 목표는 한 가지였습니다. 그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아 보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 여자는 질문을 받는 순간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용의선상을 피해가려 했지요. 그러나 막상 흔들다리를 앞에 두고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녀는 고양이처럼 민첩하고 높은 곳에도 잘 올라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스타들에 관한 온갖 루머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확실하게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속단하지 않으려는 저이지만, MC몽의 병역비리에 관해서는 그 재판의 결과에 상관없이 비리가 있었음을 거의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한창 활발하게 연예계 활동을 하던 당시에 2차례나 공무원 시험을 이유로 병역을 연기한 사례가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소속사의 결정일 뿐이었다는 둥, 공무원 시험을 신청해서 병역을 연기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둥, 이런 소리를 누가 믿을 수 있을까요? 바보입니까? 더구나 입영통지서가 따로 살던 어머니의 집으로 나왔는데, 어머니가 매니저를 통해 해결한 것뿐 자기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그 파렴치함을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설령 병역 면제를 위해 치아를 뽑아 주는 댓가로 돈을 받았다는 치과 의사의 증언이 없다 하더라도, 저 웃기는 공무원 시험 신청 2번을 계기로 이미 MC몽은 거짓말쟁이가 되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쳐서 진짜 공무원이 될 생각도 없으면서, 그것을 병역 연기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불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껏 우리 시청자들이 보아 왔던 MC몽은 평균 이상의 영리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었는데, 이제 와서 바보 흉내를 내려는 것입니까?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해진의 경우는 전혀 문제가 다릅니다. 일단 우울증으로 인해 병역을 면제받은 시기가 그의 연예계 데뷔 시기보다 빠릅니다. 박해진은 2006년 '소문난 칠공주'를 통해 데뷔했으니, 병역을 면제받은 2004년 당시에는 연예인이 아니었지요.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연예계 활동을 하던 중에 공무원 시험 등을 이유로 수차례 병역 연기를 한 MC몽의 경우와는 척 보기에도 아주 다른 경우입니다.


 

박해진이 병역 면제 판정을 받게 된 경위 및 그가 거주지인 부산이 아니라 대구에서 통원치료를 받은 이유 등은 다음의 기사에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을 보면 박해진 측의 해명은 결코 근거 없는 변명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가슴 아플 정도의 진실을 담고 있는 말들이었습니다. 우울증은 흔히 말하는 정신병과는 분명 다른 것이며, 사실 알고 보면 주변에서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흔히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안정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어려서부터 우울증을 앓아 왔다면, 어른이 되어서 앓기 시작한 것보다 그 정도가 상당히 심각할 수 있습니다. [박해진 관련, 기사 전문 보기]

 

안타까운 것은 우울증이라는 병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수준이 너무나도 낮다는 것입니다. 우울증 환자는 평소 언제나 우울해 보이며 절대 밝은 웃음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아주 잘못된 인식 중 하나입니다. 자살 직전에 이르른 중증의 환자라 해도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밝은 표정과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울증 환자는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며 골방에 처박힌 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간다는 것 또한 엄청난 오해입니다. 실제로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도 적잖은 인원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주변에서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기 일쑤입니다.

 

또 한 가지 답답한 것은, 요즘 세상에 약간의 우울증도 없는 사람이 어딨느냐는 식으로 가볍게 치부하며, 그까짓 것을 이유로 국방의 의무를 저버리냐는 비난입니다. 우울증은 생각처럼 드문 병도 아니지만, 그렇게 '모든 사람이 앓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할 만큼 '보편적'이지도 않습니다. 무슨 장난도 아니고, 누구나 일상생활 중에 느끼는 가벼운 우울감 정도로는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내리겠습니까? 명백히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병'으로 진단받는 것이 우울증입니다.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은 가능한데 왜 군복무는 못하느냐?" 는 식으로 또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제가 여성이라 자세히는 모른다 해도, 군생활이 사회생활 및 일상생활과 확연히 다르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어설프게 주워 들은 풍월을 이용해 군생활이 어떻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테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지만, 우울증 환자로서 군에 입대한다는 것은 자살의 위험성을 10배 이상 높일 거라고 추측됩니다. 가끔 군에서 일어나는 자살 사건도 제 생각에는, 스스로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입대했던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누구나 그런 고통을 견디며 사는 건데 너만 약해 빠져서 적응하지 못한다고 탓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무슨 맹수도 아니고 사람인데, 새끼들을 낭떠러지로 밀어 떨어뜨려서 살아남는 강한 녀석만 키운다는 사자처럼, 그렇게 사는 건 아니잖습니까? 약하면 약한 대로 보듬으며 살아야지요. 그리고 벗어날 수도 없는 공간에서 극한상황에 몰려 견딜 수 없게 되면, 스스로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큽니다. 우울증 환자의 군 면제는 타당한 일이에요. 물론 '확실한' 경우에만 해당되겠지요.

 

우울증을 앓다가 오히려 군대에 가서 치료되어 돌아온 토니안 같은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그가 매우 특이한 경우입니다. 사람마다 우울증의 원인도 각양각색인데, 토니안의 경우는 어른이 되어서 앓기 시작했고 그 이유도 너무 큰 '외로움'에서 비롯되었기에 그만큼 치유도 쉽고 빨랐던 것 같습니다. 숙식을 함께 하며 고난을 나누던 군대의 동료들이 그에게는 치료제가 되어 준 셈이었지요. (무릎팍 도사 - 토니안 관련 포스팅 참조) 그러나 연예사병들로만 이루어진 그 부대의 분위기와 일반 군인들의 부대를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보통 사람의 경우라면, 우울증 환자가 낯선 사람들로 꽉 들어찬 일반 군대 내에서 견디기는 힘들 거예요.

 

어려서부터 앓아 온 우울증이라면 일시적으로 호전되었다 해도 재발의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 사건으로 꼼짝없이 도마 위에 올라 온갖 질시와 비난을 받고 있는 박해진이 저는 너무나 염려가 됩니다. 심지어는 벌써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소식조차 어딘가에서 들리더군요. 제발... 이러지 맙시다. 아무 생각 없이 떠들어 대는 말들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어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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