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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방시혁, 독설 수위가 너무 높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 방시혁, 독설 수위가 너무 높았다

빛무리~ 2010. 12.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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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운만 띄워놓고 무려 1개월 이상을 기다리게 했던 MBC의 스타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직은 초반이라 '슈퍼스타K' (이하 '슈스케') 와의 차별성을 거의 못 느꼈지만, 일단 재미는 있었습니다. '슈스케'를 떠나보낸 빈 자리가 너무 컸던 탓인지, 오히려 강하게 오버랩되는 '슈스케'의 그림자가 반가웠다고나 할까요?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스타에 대한 꿈을 키우며, 또는 음악에 대한 진지한 열정으로 몰려들어 각자의 기량을 뽐내는 모습들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신선하고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하필 첫방송을 일본에서 이루어진 오디션 내용으로 구성한 것이 좀 의아했습니다. 드라마건 예능이건 첫방송이란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데 제일 먼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좀 이해되지 않더군요. 일본 오디션만 해도 참가자의 80%가 일본인이었다고 하니까요. 다음 주의 두번째 방송은 뉴욕에서 열린 미국 오디션 내용으로 채워질 예정이라 합니다. 일본인처럼 많지는 않겠지만 역시 상당수가 미국인이겠군요. 너무 지나치게 글로벌을 강조하려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리 좋게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다 본 후 드는 생각은, 외국에서 참가한 사람들의 실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국내 참가자들의 실력을 먼저 감상하고 나서 그보다 훨씬 못한 것을 보게 되면 김이 샐까봐, 그래서 일부러 외국 오디션을 앞부분에 배치한 것도 같았습니다.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지만, 일본 참가자들의 실력은 아마추어인 제가 보기에도 너무나 수준미달이었거든요. 더구나 3명의 멘토 앞에서 심사를 받은 39팀은 모두 1차로 서류전형과 전문가 심사를 거쳐서 올라온 사람들이었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노래를 못 부를 수 있는지 당황스러울 뿐이었습니다.

멘토들에 의해 최종적으로 선택되어 한국행 티켓을 거머쥔 사람은 단 2명뿐이었는데, 탈락해서 아쉽다고 생각된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원래 일본 오디션에 할당되어 있던 티켓 3장 중 마지막 1장이 남았는데도, 3명의 멘토가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는 바람에 물망에 올랐던 다른 후보들은 모두 탈락하고 말았지요.

'위대한 탄생' 5인의 멘토 중, 일본행에 참가한 사람은 신승훈, 방시혁, 김윤아였습니다. 이은미와 김태원은 다른 곳으로 갔는지 이번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슈스케'에서도 증명되었지만, 이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커다란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심사평을 듣는 것입니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시청자가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속시원하게 짚어내며, 송곳같은 독설과 부드러운 격려를 아우르며 참가자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심사위원들의 위용은 정말 대단했지요.


일본 오디션에서 심사위원 역할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행한 사람은 작곡가 방시혁이었습니다. 그런 줄 몰랐는데, 아주 대단한 독설가더군요.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너무 착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지요. 네티즌의 원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독설을 날려 주는 사람이 끼어 있어야 심사평이 재미있는 법입니다. '슈스케'에서는 주로 이승철이 그 역할을 맡았었죠. 그래서 나름대로는 방시혁이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그 수위가 살짝 높았던 듯 하여, 약간만 조절하면 완벽하겠다 싶어서 이번 포스팅의 제목을 저렇게 정한 것입니다.


가장 심했던 것은 불과 11세의 일본인 소년 두 사람을 향해 거침없이 내뱉은 독설이었습니다. "한국에 가면 (너희들과) 동갑인데 지금 한 것보다 백배 이상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이런 태도로는 절대 가수 못돼요."

제가 이 말을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이유라면 첫째, 그 말을 듣는 아이들의 나이가 너무 어렸습니다. 아직은 받아들이기에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둘째로는 이번에 탈락시키면 다시 볼 일도 없는 외국 아이들이었습니다. 어차피 앞으로 활동을 하든 말든 일본에서 하지 않겠습니까? 알아서 하게 놔두면 될 걸, 굳이 그렇게 독한 말로 상처를 줄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그의 말이 현실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기본적으로 독설이란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그 미학을 느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그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다음은 여성 참가자 박지연을 향해 스타일을 지적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녀는 싱어송라이터의 기질이 풍부하고 재치도 있어 보이더군요. 스스로 만들었다는 노래도 꽤 수준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방시혁은 얼핏 성별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소년같은 외모에 복장까지 남자처럼 입고 있는 그녀의 스타일이 무척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분명히 참가신청서에 성별이 기재되어 있었을텐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자마자 "실례지만, 성별이?" 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으니까요.

"싱어송라이터는 노래와 음악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캐릭터라고 봐야 하거든요. 죄송하지만 외관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하실 생각은 없는지... 왜냐하면 이런 캐릭터의 싱어송라이터는 매력적으로 안 보일 것 같거든요.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어떤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굉장히 평범한 느낌이라..."

역시 이 발언도 부적절했다고 판단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방시혁은 '여성스러움'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 부분을 마음에 안 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박지연의 스타일은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상당히 독특해 보였거든요. 그리고 둘째로, 아직은 스타일을 지적할 시기가 아니었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맨 처음 오디션을 보는 상황이니, 일단 음악성 면에서 합격점을 줄만하다면 합격시켜 놓고, 나중에 한참 뒷 단계에 가서 스타일을 고치면 되는 게 아닐까요? 음악성 면에서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떨어뜨렸겠지만, 스타일을 중점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오해의 소지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위의 두 경우와는 반대로 방시혁의 지적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었으니, 한국인 유학생 래퍼 이장부를 상대로 했던 심사평이었습니다. 갓 스무살의 이장부는 참가신청서에 "현재 한국의 음악계는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획일화되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다양성과 진실성이 담긴 음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군요. 과연 젊은이다운 패기였습니다.

그런데 방시혁은 말했습니다. "상업 음악을 비판하는 많은 분들이, 자기가 상업 음악을 하는 사람들보다 못하면서 그런 말을 많이 해요. 그런데 지금 이장부씨의 랩 실력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기존의 래퍼들과 비교할 때,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거든요. 일단 비판하기 전에 실력을 쌓아야 할 것 같아요. 그 정도 랩으로는 아직 명함을 내밀 수 없습니다."

기성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은 어쩌면 갓 스무살 청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저런 독한 말로써 눌러버렸다는 것이 조금은 안됐지만, 그래도 방시혁의 말은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말이나 의식만을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부터 키워야 어디에서든 명함을 내밀 수 있고, 그렇게 실력을 인정받아 자기 위치를 확보한 다음에야 무슨 말을 하든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이 냉혹한 사회를 방시혁은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스무살이면 이제 사회에 눈을 떠야 할 시기가 되었지요. 방시혁의 독설이 이장부에게 약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윤종신은 '슈스케2'에서 심사를 맡아 더없이 훌륭한 역량을 발휘한 덕분에, 예능으로 희화된 이미지를 상당히 벗겨내고 진정 실력있는 뮤지션의 이미지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심사평은 담백하고 차분하고 객관적이었으며, 매우 전문적인 느낌으로 신뢰감을 주었지요.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위대한 탄생'의 멘토들에게서도 충분히 그런 가능성이 엿보였습니다. 김태원을 제외하고는 한동안 좀처럼 공중파 방송에서 모습을 볼 수 없던 뮤지션들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새롭게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며, 김태원은 예능인이 아니라 음악인이라는 본질을 다시 깨우쳐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멘토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오디션 참가자들은 멘토에게 심사를 받지만, 멘토들은 시청자에게 심사를 받는 부분이 틀림없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위대한 탄생'에서 한편으로는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스승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고, 한편으로는 자기 분야에 대해 확고부동한 신념과 능력을 지닌 뮤지션임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저는 이번 방송이 참가자들에게만이 아니라, 멘토들에게도 유익한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최근 한국 가요계는 아이돌 전성시대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어느 사이엔가 '귀로 듣는 음악'보다 '눈으로 보는 음악' 을 더 중시하는 느낌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모두 실력파 중견 가수인 이 멘토들의 존재감이 강하게 되살아나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멘토들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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