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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윤종신이 가르친 반(反) 살리에르의 교훈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강심장' 윤종신이 가르친 반(反) 살리에르의 교훈

빛무리~ 2010. 11. 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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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강심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아무래도 허각과 존박이겠지만, 저는 윤종신이 스스로 자신을 열고 보여 준 새로운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015B의 객원 보컬로 데뷔했던 그는, 상당히 오랫동안 동료 멤버들의 학력과 지적인 이미지에 휩쓸려 자기도 그렇게 인식되어 왔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털어놓았지요. 학창시절에는 반에서 20등 정도 하는 보통 학생이었고 명문대 출신도 아니며, 폭넓은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고, 평소의 사고방식도 특별히 고상하거나 지적인 편이 아니라는 말로 자기의 거품(?)을 걷어내는 그의 어조는 매우 담담했습니다.

저는 그의 데뷔곡 '텅빈 거리에서'를 들으며 이것이 과연 사람의 목소리일까 생각했었지요. 그야말로 천상의 목소리, 신이 내린 미성(美聲)이라고 할만했습니다. 그 때부터 윤종신의 팬이었지요. 몇 년 후 발표된 '너의 결혼식' 이라든가 '오래 전 그날' 등의 노래들은 특유의 애절함으로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윤종신의 음악에 푹 빠진 저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그의 새 노래를 들어봤는지 물었고, 너무 좋다며 호들갑을 떨고 다녔습니다. 저의 그런 시기는 대략 '환생'이 발표될 무렵까지 계속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때는 좀처럼 TV에도 나오지 않았기에, 목소리만 들은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윤종신이라는 사람에 대해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학력이나 지적인 이미지... 뭐 그런 종류는 아니었습니다. 목소리 만큼이나 깨끗한 심성을 가졌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어쨌든 저는 그랬다는 겁니다. 저는 그의 노래만을 들었을 뿐이지, 학력이고 뭐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했지만, 알았다 해도 중요하지 않다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원래 대중가요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저는 '환생'이 발표된 이후로 다른 분야에 정신이 팔려서 음악을 거의 안 듣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가수들에 대한 관심도 엷어져 갔습니다.

그러다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윤종신이 라디오 방송에서 여자를 생선회에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 거칠고도 저급한 발언에, 이제껏 지니고 있던 윤종신에 대한 이미지는 남김없이 와장창 깨어졌습니다. (그 발언의 전체적인 내용은 지금 떠올려도 섬찟하네요..;;) 어쩌면 윤종신 본인은 저와 같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팬들의 환상을 깨뜨린 것에 대해 속시원하다고 생각할 테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뉴스였지요. 최근에는 김범수의 '치한놀이' 발언으로 인해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번 더 했는데, 이로써 얻은 절실한 교훈 한 가지는 "절대 목소리만 가지고 사람을 짐작해서는 안 된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이었습니다..;;

윤종신이 갑자기 예능 늦둥이가 되어서 TV에 수시로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을 때는, 과연 저 사람이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가수 윤종신이 맞는가 싶어서 그 엄청난 이질감에 좀처럼 적응이 안 됐었지요. 자기의 노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문제의 생선회 발언과 딱 어울리는 경박한 이미지를 보여주니, 개인적으로 결코 호감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보면 볼수록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진솔함과 담백함과 성실함이더군요. 이제껏 제가 생각해 왔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충분히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생선회 발언은 개인적인 술자리에서나 했어야 할 말을 라디오 방송에서 무심히 내뱉은 실수였다고 생각하며, 현재 저는 윤종신을 그래도 좋아하는 연예인 중 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글을 쓰다 보면 항상 저의 옛 추억을 섞어서 이야기하느라고, 정작 주제는 맨 뒤로 밀리곤 하지요. 이것도 참 못말리는 병입니다..ㅎㅎ 하여튼 그런 윤종신이 이번 주 '강심장'에서 매우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 제가 이 글에서 원래 말하고 싶었던 내용입니다.

015B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외부에 비춰졌지만, 속으로는 자기가 그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열등감에 시달렸던 윤종신은 그 굴레를 벗어나는 데 무려 15년 가량이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015B의 다른 멤버들을 잘 모르는 저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기에 윤종신 정도의 실력있는 뮤지션이 그토록 힘들어했다는 것인지 별로 실감은 나질 않더군요. 그러나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어쨌든 윤종신은 동료들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더욱 꾸준히 노력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자신만의 색깔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컴플렉스는 오히려 에너지가 될 수도 있으며, 천재를 이길 수 없다면 그의 팬이 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살리에르'라고 말했습니다. 그 자신도 훌륭한 음악가였으나 평생토록 천재 모짜르트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살다 간 살리에르는 '비운의 2인자'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자주 언급되는 이름이지요.

"모짜르트의 수입 30%만 먹었다면..." 이라는 발언은 역시 윤종신다웠습니다. 천재였으면 뭘 하나 싶을 정도로 가난하고 비참했던 모짜르트의 일생과 최후를 대략 알고 있는 저로서는 왜 하필 '수입'을 거론했는지 좀 이해가 안 되었지만, 하여튼 윤종신이 말하려 했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질투심에 괴로워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과 적극적으로 친해지면, 배울 점도 있고 여러가지를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요.


살짝 눈을 돌리면, 아주 살짝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삶의 길이 열릴 수 있음을, 반(反) 살리에르의 교훈을 통해 윤종신은 가르쳐 주었습니다. 남들과 똑같은 길로 무작정 따라가려 할 필요도 없고, 그러다가 잘 안 된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으며, 남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비참해할 필요도 없음을 말해 주었습니다. 그저 자기의 방식대로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자기만의 삶을 개척하고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 자신이 15년간이나 괴로워하면서 체득한 진실이기에, 그대로 살아있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윤종신의 반(反) 살리에르 교훈은 '1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에 가히 경종을 울릴만 합니다. 무조건 남을 이겨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무한경쟁의 사회는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죽어가게 하지요. 많은 학생들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자살하고 있으며, 어른들조차도 경쟁에서 밀려 도태된다는 생각에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듭니다. 사실은 꼭 그런 것이 아닌데, 무조건 한 가지 기준으로 비교하여 남들보다 내가 더 잘났거나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이토록 팍팍한 현실에 지칠 때면 윤종신의 반(反) 살리에르 교훈을 떠올려 보는 것도 아주 좋을 듯 싶습니다. 살짝 눈을 돌리면 또 다른 희망이 보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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