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남자의 자격' 김국진의 유기견 입양을 추천하는 이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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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갑작스레 유기견 입양 홍보대사가 되었습니다. '남자, 새 생명을 만나다' 편에서 진행된 유기견 돌보기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알레르기성 저질 호흡기로 인해 키울 수 없는 것이 날마다 서글픈 저로서는, 가장 애청하는 예능 '남자의 자격'에 귀여운 강아지들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었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이 아저씨들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지녔는지를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런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경규와 김성민, 이정진은 이미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더군요. 특히 이경규는 개 4마리에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있을 만큼 애견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윤석도 예전에 강아지를 키워 본 경험이 있지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 하면, 이윤석이 결혼 전에 출연했던 토크쇼에서 "키우는 암놈 강아지가 상상임신을 했는데 그런 경우는 주인을 이성으로 생각해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 따라서 나는 '왕의 남자'가 아니라 '개의 남자'다." 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개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4명은 처음 만나는 유기견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쉽게 친숙함이 묻어났습니다. 윤형빈은 경험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성격상 무척 개를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강아지의 이름이 '태양이'라고 하니까 "너 태양이야? 빅뱅이야?" 라고 농담까지 걸면서 쉽게 친해질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김국진과 김태원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개를 키워 본 적도 없을 뿐 아니라 평소 성격상 개를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유기견 덕구와 깜돌이를 처음 맞이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주 어색하고 뻣뻣했습니다. 특히 깜돌이의 외모가 워낙 카리스마 넘치는 검은빛을 하고 있어서인지 김태원은 두려움과 거부감까지 드러내더군요. 하지만 진짜 감동은 원래 애견인이었던 다른 멤버들이 아니라, 개를 멀리하던 그들에게서 우러나왔습니다.
좀처럼 따라오려 하지 않는 깜돌이를 김태원은 간신히 집에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스핑크스처럼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는 깜돌이는 학대받은 기억과 상처가 너무 큰 나머지 웬만해서는 마음을 열지 않을 듯 보였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김태원은 자기만의 특이한 방식으로 교감을 시도했습니다. 대한민국 3대 기타리스트에 포함된다는 그의 솜씨로 잔잔한 일렉기타의 선율이 흐르는데, 그것은 오직 버림받은 가엾은 영혼 깜돌이를 위한 연주였지요.
순간 제 눈에는 눈물이 고여 왔습니다. 김태원이 예술가의 섬세함으로 선곡을 했는지 듣는 이의 마음을 아주 편안하게 해 주는 멜로디였는데, 상처를 치료하고 위로해 주려는 연주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더군요.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전하는 마음은 깜돌이에게도 그대로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더불어 김태원은 자기의 어두웠던 추억까지 농담처럼 슬쩍 꺼내 놓았는데, 현재 낯선 곳에 끌려와서 불안하고 막막하기 이를 데 없을 깜돌이의 심정을 이해하기 때문인 듯 했습니다. 그러면서 말하더군요. "나하고 1년 정도 살면, 나하고 비슷해질거야." 처음 마주 대했을 때는 무섭고 달갑지 않은 듯 했지만, 몇 시간 함께 하면서 그새 마음이 통하고 정이 들었는지, 깜돌이와 함께 하는 1년 후를 생각하고 있는 그였습니다. 시크한 듯 무심한 듯하던 록커의 변화되는 모습은 그 자체가 뜨거운 감동이었습니다.
김국진 역시 처음으로 덕구를 맞이할 때, 쓰레기더미 속에 방치되어 썩은 물을 마시며 살아왔다는 덕구의 아픈 과거를 듣고는 연민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어떻게 안아 주어야 할지도 몰라서 쩔쩔 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진심으로 측은해하는 그 마음이 가슴으로 전해진 탓인지, 놀랍게도 덕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김국진의 품에 안긴 채 완전히 긴장을 풀고 새근새근 잠들어 버렸습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깨어나서는 고개를 들고 혀를 내밀어 김국진의 얼굴을 핥기까지 하더군요. 생전 처음 받아 보는 동물로부터의 애정공세는 김국진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개를 안는 방법도 오늘 처음 배운 김국진이 시종일관 덕구를 따스하게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과, 버려진 동안 얼마나 애정에 굶주렸는지 금세 마음을 열고 김국진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덕구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주책스럽게도 표정은 웃고 있는데 눈에서는 계속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김국진의 집에서 며칠간 이루어진 덕구와의 동거 생활은 아마도 '남자의 자격 - 새 생명을 만나다' 편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맨 마지막으로 미루어지고 이번 주에는 방송되지 않은 듯한데, 예고편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저려오더군요. 김국진이 누워 있기만 하면 자꾸 그 앞으로 달려들어 몸을 부비며 치대는 덕구의 모습이 얼마나 애잔하던지요.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기꺼이 팔을 뻗어 덕구의 몸을 감싸 안고 쓰다듬는 김국진의 손길에도 애정이 가득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기막힌 동거, 그 애틋한 반전'이 공개된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어쩌면 돌보던 강아지를 멤버들이 입양하기로 한 것 아니었을까요? 원래는 며칠간의 동거를 통해 대외적으로 유기견 입양 홍보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그 사이에 정이 들어 버려서 전격 입양을 결정한 멤버가 틀림없이 있었을 것 같거든요. 기왕이면 모든 멤버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더 좋겠지만, 저는 특별히 김국진과 김태원에게 입양을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둘 중에도 한 사람만 선택해야 한다면, 김국진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덕구와 함께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김국진은 참 많이 외로워 보이는 사람입니다. 가끔은 자신의 아픈 과거를 개그의 소재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오랜 공백을 깨고 컴백한 후 그의 눈빛에서는 언제나 쓸쓸한 기운이 가시질 않았어요.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직업을 가졌으나, 실제 자기의 생활에서는 거의 웃지 못하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저만의 느낌일 수도 있겠으나, 김국진은 타인에게 쉽게 다가서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래서 대인관계의 폭은 별로 넓지 않은 스타일... 그런 사람은 껍질이 견고한 만큼 속이 여리기 때문에, 어렵게 마음을 열고 나서도 상처받기가 쉽지요. 한 번 상처받으면 오래 가기도 하고요... 어디까지나 그를 보는 제 느낌이 그렇다는 겁니다.
덕구가 혀로 김국진의 얼굴을 핥는 순간, 김국진의 표정에 떠오른 것은 충만한 희열이었습니다. 너무도 쉽게 자기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작은 녀석... 언제 봤다고 금세 자기를 온전히 믿고 의지하며 몸을 맡기는 녀석... 그토록 거침없이 진실한 사랑을 주는 연약한 생명의 숨결을 느끼는 순간, 오랫동안 외로움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을 김국진의 내면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을지, 저는 감히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미 다음 주의 방송은 촬영되었고, 입양 여부도 결정되어 있겠지요. 그러나 왠지 모를 간절함으로 저는 그들의 아름다운 동거가 계속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래서 덕구가 평생 의지할 주인을 다시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되기를... 김국진이 덕구로부터 삶의 커다란 위로를 얻고, 지금보다 쉽게 마음을 여는 법도 배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정말...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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