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강심장' 존박 몰아붙이기? 강호동이 가끔 비난받는 이유 본문
'슈퍼스타K'의 우승자 허각과 준우승자 존박이 '강심장'에 출연했습니다. 케이블에서 데뷔한 신인들이 공중파에서 외면당한다는 점 때문에 말들이 많았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그 세계에 입문했든 이젠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인데, 지나치게 라인을 따지고 배척하는 것은 방송사에게나 스타에게나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거든요.
허각과 존박은 공중파 첫 출연에 설레면서도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허각은 6년 전에 쌍둥이 형과 더불어 '진실게임'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지요. 허각의 시원스런 목소리로 다시 듣는 '하늘을 달리다'는 정말 멋졌습니다. 아이유와 함께 부른 '잔소리'도 좋긴 했지만 제 생각에 허각은 솔로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고, 듀오를 한다면 차라리 존박과 함께 '너의 뒤에서'를 부를 때처럼 남성듀오가 나을 듯 합니다. 허각의 목소리 톤이 워낙 가늘고 높다 보니 여성의 음색과는 썩 잘 어울리지 않더군요.
한편 존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대중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연예 기획사 쪽에서도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허각이 '뮤지션'의 느낌이라면 존박은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한 '스타'의 느낌이 들지요. 그 자체가 노다지라 해도 좋을 만큼 엄청난 상품성을 지니고 있는데 아직 그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누구라도 탐낼만한 존재입니다. 제 눈에도 존박에게 러브콜을 보낸 토니안의 마음은 진심이었어요.
기획사 사장으로서 망설임 없이 존박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토니안과 달리, 존박은 어려서부터의 우상이라고 토니안을 우러러보면서도 얼른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신이 나서 좋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당연히 신중해야죠!" 라고 대답하는 존박의 모습은 일단 폭소를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존박은 예능감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어요. 그 자리에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토니안의 기획사는 매우 건실한데 왜 망설이느냐는 식으로 강호동이 묻자, 존박은 머뭇머뭇 "엠넷이 기획사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해서..." 라고 대답하더군요. 솔직한 그의 모습이 귀엽기는 했지만, 그 상황에 존박으로서는 다른 대답을 할 여지가 없었을 것입니다. 자기는 신인의 입장이고 토니는 하늘같은 선배이며 기획사 사장인데, 그 고마운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자기의 개인적 판단으로 신중하겠다고 고집한다면 너무 건방져 보이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다고까지 했는데 말입니다. 그의 난처한 심정은 "그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해서..."라는 말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강호동의 무리수가 등장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존박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그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몰아붙이기 식으로 다시 드리블을 시작한 것이지요. 강호동은 말을 이어갔습니다.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아직은 어렵지만, 토니안씨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이 자리에서 제안을 해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토니안씨는 존박을 국민가수로 만들어 줄 자신이 있습니까?" 이렇게 묻자 토니안은 즉시 "자신있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가수활동뿐만 아니라 다니엘 헤니처럼 연기 분야에까지 진출시켜서, 이승기를 뛰어넘는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정말 존박이 진심으로 탐났던 모양이에요.
강호동은 다시 토니안에게 "강심장 시청자분들을 증인으로 모시고 정식으로 프로포즈하시는 겁니까?" 라고 질문했고 토니는 두말없이 긍정했습니다. 그러자 이어서 강호동은 존박을 향해 말했습니다. "존박은 마음의 결정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 순간 좀 화가 나더군요. 예민한 시기라는 것을 잘 알면서, 자기를 발굴해 준 케이블 방송사의 영향력에서 아직은 벗어나지 못한 신인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존박이 솔직하게 말을 안 했다면 모를까, 그는 아주 분명히 자기의 난처한 입장을 밝혔는데 말입니다.
토니안의 프로포즈를 받고 속으로는 무척 기뻤겠지만, 어찌나 당황했는지 멍한 표정만 지을 뿐 제대로 웃지도 못하더군요. 부담백배의 질문을 던져놓고 선택을 강요하자 존박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정말 놀랐고요... 근데 저 정말 혼나거든요!" 사람들은 모두 박장대소하며 순박한 그의 모습이 귀엽다고 박수쳤지만, 저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그 대답 외에는 다른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어떻게 그런 공적인 자리에서 자기 마음대로 Yes 또는 No를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
분명히 밝히지만 저는 강호동이라는 연예인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가 후배들에게 폭력적이라든가 하는 이유로 비난을 받을 때도 저는 믿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설정일 뿐이며, 그가 실제로는 착하고 넓은 마음을 지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제 '강심장'에서와 같은 무리한 진행을 보면, 그가 왜 잘 나가다가도 가끔씩 한쪽 발이 수렁에 빠지는 것처럼 호되게 욕을 먹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습니다.
얼마 전 '스타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목소리 하나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필리핀 소녀 펨핀코가 초대되어 노래 실력을 뽐내고 있었는데, 패널 중에 f(x)의 루나가 나서서 자기도 제2의 펨핀코를 꿈꾸고 있다며 평소에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청했습니다. 결코 펨핀코와의 대결이나 비교를 원한 것이 아니라, 선망의 대상과 한 자리에 서서 노래를 부르며 꿈을 키워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강호동은 루나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펨핀코에게 똑같은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함으로써 두 소녀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루나도 노래를 무척 잘 하지만 파워풀한 발성 면에서는 펨핀코에 미치지 못하더군요. 짖궂은 패널들은 루나를 놀려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악의 없는 장난들이었지만, 꿈이 소중한 만큼 소녀의 마음에는 상처가 되었을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타인과 비교되면 가장 자존심이 상하게 마련인데, 연예인으로서 공적인 자리에서 그런 일을 당했으니 더 속이 상했겠지요. 급기야 루나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강호동이 무리수가 빚어낸 참사였습니다.
이번에도 강호동의 무리한 진행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불편하게 했습니다. 솔직한 답변으로 그 자리를 모면한 존박은 오히려 영리했지요. 만약 강호동의 거센 드리블에 정신없이 밀리다가 얼떨결에 토니를 향해 "네!" 라고 대답하기라도 했다면 어찌 되었겠습니까? 당장 여기저기서 "존박, 토니안과 한솥밥 먹게 되다!" 뭐 이런 식으로 기사가 대서특필되었을 것이고, 존박은 엠넷과의 관계에서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했을 것입니다. 곧이어 "그건 사실이 아니다" 라고 정정보도를 내느라 바빴겠지요. 이렇게 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지만, 이렇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상황이었습니다.
강호동이라는 MC의 스타일이 원래 몰아붙이기식의 강한 진행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자기의 특성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겠지요. 또한 강호동 특유의 강렬하고 시원스런 진행은 그만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강한 것은 강한 만큼 조심해야 합니다.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를 거듭 기울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강호동이 앞으로는 어제와 같은 무리수를 쓰지 말고 적정선을 지키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를 좋아하는 시청자로서 그가 더 이상 비난받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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